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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블러바드의 별

곰곰동화나루이동
김태영 글그림 | 곰곰나루 | 2024년 06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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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350g | 152*225*20mm
ISBN13 9791192621128
ISBN10 11926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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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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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나는 맨 뒷줄 가장자리에서 춤추는 하얀 강아지를 보았어요. 콩콩 튀는 공 같았어요. 새하얀 강아지가 주인 누나랑 춤추고 있었어요. 나하고 똑같이 생긴 말티즈예요. 너무나도 부러웠어요. 나는, 나는 그 애보다 더 잘 출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 또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어요. 아무것도 안 보이고 온통 그 강아지만 보고 있어요. 이때였어요. 강아지의 짝꿍 누나가 갑자기 픽, 쓰러지는 게 아니겠어요?

나는 나도 모르게 휘잉 달려가서 누나를 붙들고 캉캉캉 짖어댔어요. ‘여기 사람이 쓰러졌어요. 빨리, 빨리 병원으로 가야 해요!’ 소리쳤지요. 감독은 모르고 계속 촬영했어요. 하지만 찰리가 달려왔어요. 키 큰 찰리가 벌떡 일어나 두 팔을 휘두르며 “엠뷸런스! 911!” 외쳤어요. 모든 음악이 뚝 멈추고 감독이 달려왔어요. 곧이어 의료팀이 누나를 싣고 갔어요. 강아지도 따라갔어요.

“아이고, 너무 무리를 했어. 하루 여덟 시간씩 연습을 했으니, 쯧쯧.”

여기저기서 안타까운 소리가 들려왔어요. 감독은 마지막 촬영이니 시간 안에 끝내야 한다며 더 크게 음악을 틀었어요. 그러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배우가 떠난 자리에 서 있던 찰리와 나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배우들과 똑같이 춤을 추고 있었어요! 아니, 어쩌면 배우들보다 더 열심히 추었던 것 같아요. 너무나 자연스럽게, 너무나 멋지게, 너무나 기쁘게.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그 곡은 우리가 3년 동안이나 밤마다 연습했던 춤이었어요. 꿈속에서도 눈 감고 출 수 있었어요. 구경꾼들이 소리소리 지르며 우리를 응원했어요. 할리우드 거지 떼들이 “찰리! 찰리!” 외쳤어요. 사태를 파악한 감독이 잠깐 음악을 끄고 찰리에게 왔어요.

“너같이 잘하는 애들 또 있니? 있으면 여기로 불러 모아 봐. 헤이, 조감독! 유니폼 있지?”
--- 「할리우드 블러바드의 별」 중에서

눈을 번쩍 떴다. 밤중이었다. 누가 나를 깨운 것 같은데 생각나지 않는다. 창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달과 눈이 딱 마주쳤다. 유리창에 가득 찰 만큼 큰 얼굴이다. 내가 사는 캘리포니아는 달이 아주 크다. 보름달이 뜰 때면 엄마는 늘 말했다. “사막이라 그런지 달이 크기도 하지. 손으로 잡을 것 같네. 낮게 내려왔어.”

아파트 5층 내 침대에서는 빌딩보다 높은 팜츄리 꼭대기가 보인다.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나무가 달빛 이래 고요하다. 바람 없는 밤이다. 좁은 복도를 따라 스파이더맨처럼 날렵하게 벽을 짚으며 앞으로 나갔다. 화장실에 갔다 올 때 무엇을 찼다. 그것을 집어 들고 방으로 와서 불을 켰다.

“토토카! 너였구나! 놀랐잖아. 어? 목이 달아났네? 머리가 없어.”
--- 「유령의 골짜기」 중에서

다음 날 아침, 부지런한 슬기아빠가 늦잠을 자는지 일어나지 않았다. 마당에 까마귀가 새까맣다. 여보! 여보! 흔들어도 눈을 뜨지 않았다. 깊은 잠에 빠진 듯했다. 늦게 도착한 의사의 모진 말에도 슬기엄마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눈물은 차라리 너무 가볍다 생각되었다. 급성 뇌출혈이었다.

“아빠, 내 이름 아시죠? 아빠가 지어준 이름 송슬기. 주소도 알지요? 하늘나라가 아무리 멀어도 편지 보내 주세요. 기다릴게요, 아빠!”

슬기의 말에 까치 한 마리가 날아와 공중을 빙빙 돌았다.
슬기를 보고 자전거길을 보고 하늘이 빨갛게 물들 때까지 슬기와 함께 있었다.
--- 「아빠, 내 이름 아시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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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LA 할리우드 블러바드의 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작가 김태영이 20세기 중후반 한국 나주평야의 젖줄 영산강과 2020년대 미국 서부의 도시·산·강·호수·사막·캐년을 넘나들며 펼친 12편의 중단편동화! 그 삶과 꿈, 역사와 자연의 이야기!
- 박덕규 (작가, 문학평론가)
우리는 밤마다 날이 새도록 춤 연습을 했어요. 내가 그렇게 춤을 잘 추는지 처음 알았어요. 우리는 봄, 여름, 가을, 겨울 하루도 쉬지 않고 연습했어요. 배가 고픈 날은 피자집 쓰레기통을 뒤져 먹으려 날아오를 듯이 춤 연습을 했어요.

이렇게 환상적인 커플이 있을까? 인간과 동물이 이렇게 잘 통할 수 있을까?

「할리우드 블러바드의 별」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춤추는 걸 좋아하는 찰리는 켄터키 어느 산골 담배농장을 도망쳐 할리우드로 온다. 춤추는 배우가 되고 싶어 오디션을 보지만 계속 떨어져 거지가 되어 거리에서 구걸한다. 비루한 삶에 지쳐갈 무렵 같은 꿈을 가진 왕자(말티즈)를 만나 주인이 되고,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도 먹을 걸 걱정해야 하는 왕자(말티즈)에게 찰리는 “울지 마라. 살아간다는 것은 슬픔을 참아내는 일”이라며 치즈버거를 사준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으로 삶의 의욕마저 잃었던 왕자(말티즈)는 “잊지 마. 할리우드에선 언제나 긴장하고 있어야 해. 언제 행운이 찾아올지 모른단다. 깨끗하게 씻고 생끗 웃으며 인사를 잘 해야 해.”라던 코코누나의 말을 행동으로 옮기고 “너는 다른 강아지들하고 달라. 영리해서 뭐든지 가르치면 척척 잘 배울 거다. 나의 왕자님! 왕자는 품위를 지켜야 한다.”던 옛 주인 비앙카의 말도 실천에 옮기며 찰리와 함께 춤을 연습한다.

매일 새벽 남들이 잠자는 시간에 찰리와 왕자(말티즈)는 쓸쓸한 할리우드 거리로 나가서 마이클 잭슨 음악 ‘Beat it’을 틀어놓고, 마이클 잭슨의 별 위에서 마이클 잭슨이 추었던 춤을 춘다, 아주 똑같이,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함께라서 웃을 수 있고, 꿈이 있어 춤을 출 수 있는 환상적인 커플의 삶이 할리우드의 블러바드의 거리에서 별처럼 반짝이는 동화 『할리우드 블러바드의 별』은 알퐁스 도데의 『별』이나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떠오르게 하는 사랑스러운 문장들이 단락단락 숨어 영화처럼 펼쳐진다.
- 노경수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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