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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걱정 인형 2

: 숙제가 사라졌다

책 읽는 샤미-35이동
김은영 글 / 호랑쥐 그림 | 이지북 | 2024년 06월 13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8건 | 판매지수 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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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282g | 143*209*10mm
ISBN13 9791193914168
ISBN10 1193914167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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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야?”

종이를 받아 든 원장의 얼굴이 굳었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친구들과 연습한 말을 천천히 내뱉었다.

“저희는 앞으로 학원 숙제를 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이건 저희와 의견이 같은 친구 스무 명의 서명이에요.”
--- p.8

“숙제 파업이라니!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오네, 휴.”

한숨을 크게 내쉰 원장이 몸을 휙 돌리고는 회의용 탁자에 둘러앉은 선생님들을 향해 소리쳤다.

“애들이 이렇게 몰려다니며 사고 치는 동안 선생님들은 대체 뭘 한 겁니까?”
--- p.10

수학을 못하는 나는 무려 세 번이나 입학시험을 쳤다. 그리고 겨우 시험을 통과했을 때, 엄마는 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교에 합격한 것처럼 좋아했다. 하지만 점점 몸과 마음이 힘들어졌다.

“엄마, 나 이제 열두 살이야. 그런데 학교에, 학원에, 엄청난 숙제까지. 꼬박 열 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 있어. 어떨 땐 퇴근하는 아빠보다 더 늦게 올 때도 있잖아. 힘들어. 나 진짜 힘들다고!”
--- p.17

‘걱정이 있나요?’

신비한 가게가 내게 묻는 것 같았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다시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앞으로 힘껏 밀었다. 그때였다. 철컥 소리와 함께 꼼짝하지 않던 문이 활짝 열리며 환한 빛이 새어 나왔다.
--- p.23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인형 뽑기 전원 버튼에 불이 들어왔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인형을 뽑는 집게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기계 앞으로 다가가 뽑기 기계에 들어 있는 인형들을 보았다. 눈이 예쁜 강아지 인형, 수염이 귀엽게 난 고양이 인형……. 그런데 뒤죽박죽 섞여 있는 인형 더미에서 유독 눈에 띄는 인형 하나가 있었다.

뽀글뽀글한 단발머리에 동그란 눈, 축 처진 눈꼬리, 깊은 보조개가 귀여운 인형이었다.

“네가 내 걱정 인형이 되어 줄래?”
--- p.24

“네가 좋아하는 원탑 보이스 콘서트 티켓이야.”
‘그렇게 갖고 싶다고 할 땐 들은 척도 안 하더니. 하필 이럴 때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콘서트 티켓을 주는 이유가 뭘까.’
“미들아, 스트레스 풀고 와. 다녀와서 마음 잡고 다시 공부하자. 학원 문제는 엄마가 잘 해결할게.”

콘서트 티켓은 달콤한 사탕이었다. 쓰디쓴 한약을 먹이기 전에 엄마가 손에 들고 있는 달콤한 사탕. 나는 엄마가 나를 설득하기 위해 원탑 보이스를 걸고 말하는 게 미웠다.
--- p.31

“미들아. 우리, 숙제하지 말까?”
“뭐라고?”

해나의 말에 나는 그냥 웃었다.

“그건 불가능해. 학원이 없어지거나 학원 숙제 파일이 아예 사라져 버리면 모를까.”
다시 해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숙제가 사라진다? 그거 재밌는 생각이네.”

환하게 웃는 해나의 입술에서 귀여운 덧니가 살짝 드러났다. 마치 보석이라도 박힌 것처럼 반짝하고 빛이 났다.
--- p.44

“선생님, 숙제 검사했어요? 몇 명이나 해 왔죠?”

원장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 얼굴을 본 아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숙제 가져온 애가 한 명도 없나 봐.”
--- p.48

“그리고 한 가지 더. 원장님의 특별 지시 사항이 있어. 오늘 벌어진 일은 친구나 가족,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하셨어. 학원 이미지가 나빠지면 그 책임을 묻겠다고 했으니까 다들 조심해. 부모님께도 시험 대비 특별 보충 수업으로 안내할 거야.”
--- p.58

“매주 화요일 아홉 시에 그 지하실에 사람이 모이는 것 같아. 주변에 못 보던 고급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고 자물쇠도 풀려 있거든. 내가 몇 번이나 봤어.”
--- p.63

그때 끼이익 묵직한 소리와 함께 지하실 문이 열렸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반대편 골목을 향해 달렸다. 조명 하나 없이 어두운 곳이라 몸을 숨길 수 있을 것 같았다.
--- p.66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학원은 엄마가 선택하는 것이고, 학원에서 짜 주는 계획대로 움직여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가끔은 내가 공부하는 기계가 된 것 같았지만, 상황을 바꿔 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 p.73

엄마가 내 방문을 빼꼼 열며 물어보았지만,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내가 학원에 있었다는 걸 모르는 엄마가 내 기분을 알 리 없었다. 강당에서 엄마가 했던 말이 귓속을 맴돌았다.
--- p.88

나도 햇빛을 보지 못한 나뭇잎처럼 시들어 갔다. 학원 지하실에 대해 알아보자고 했던 것도, 숙제 자습을 막아 보자고 했던 의욕도 모두 사라졌다. 학원을 마치면 피로에 찌들어 쓰러져 자기 바빴다.
--- p.90

꿈이라는 말에 움찔했다. 고학년이 되고 나서는 내게 어느 학원에 다니는지 어떤 레벨 반인지만 물었지, 꿈을 물어본 어른은 없었다. 학교에서 장래 희망을 조사할 때도 내 의견은 중요하지 않았다. 엄마는 내게 의사라고 적으라고 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었다.
--- p.108

나를 어떻게 찾았는지 해나가 내 손을 잡았다. 나는 수호의 손을 그리고 수호는 위철이의 손을 잡았다. 그러고는 어둠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고함을 질러 대는 어른들을 뒤로하고 우리는 천천히 걸어 나갔다.
--- p.136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앙증맞은 덧니, 깜찍한 보조개 뒤에 숨겨진 반전?
그 아이가 나타난 순간부터 우리를 짓누르던 숙제가 사라졌다!


지나친 숙제에 짓눌려 괴로운 시간을 보내던 미들은 학원 친구들의 의견을 모아 ‘숙제 파업’을 주도했다가 일등갑 학원에서 강제 퇴원 처리를 당한다. 강제 퇴원을 당한 날, 엄마의 잔소리를 피해 거리를 헤매던 미들은 전에 본 적 없는 수상한 인형 뽑기 가게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동안의 외로움과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듯한 포근하고 깜찍한 ‘걱정 인형’ 하나를 갖게 된다. 엄마의 설득에 어쩔 수 없이 학원으로 돌아간 미들은 일등갑 학원에 찾아온 수상한 아이 해나를 만난다. 그런데 이 아이, 왜 이렇게 낯이 익을까? 게다가 해나가 등장한 이후부터 일등갑 학원은 점점 이상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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