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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568쪽 | 518g | 128*188*25mm
ISBN13 9791195913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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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돈이 싫어요. 돈을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요. 당신도 그들과 똑같아요. 내가 뭘 원하는지 물었죠?”
난 목소리를 높였고, 화가 3.7제곱미터인 독방을 가득 채웠다.
“이 빌어먹을 곳에서 나가고 싶고, 당신이 날 좀 가만히 뒀으면 좋겠어요!”
난 눈물을 꾹 참고 두 발로 서서 방구석으로 가 그가 가길 기다렸다. 마담의 소굴에서 그랬듯 여기서도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싶었다. 슬쩍 어깨너머를 보았다. 그가 욕 같은 걸 하고 떠날 거로 생각했는데, 그는 벌겋게 달아올라 뾰로통한 내 얼굴에 어떤 대응을 할 생각도 없이 침착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다. 체스 말을 내려놓고 기계적으로 정리하면서도 한 치의 분노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기분이 더 끔찍해졌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 독방 철창에 얼굴을 댔다. 우리는 서로 시선을 마주했다.
“넌 자신에 대한 두려움보다 네 상황을 더 두려워하고 있구나. 순금은 불을 두려워하지 않아. 불을 견디지. 결국 금은 햇살보다 더 밝게 빛날 거고 햇살은 철창에 가둬둘 수 없단다.”
그 말을 남긴 그는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 p.179

“네게 필요한 것을 얻고, 믿을 만한 사람에게 배우고, 스스로 운명을 키우렴. 운명이 널 여기로 데려왔으니 반드시 그 이유를 물어야 해. 거기서 역사가 좌우되니까.”
레드가 운명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모두 무의미했다. 프랫에 있는 한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테니까.
“할아버지, 절 여기로 보낸 건 운명이 아니라 배신이라니까요.” 난 그에게 다시 확인시켜 줬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운명이든 아니든, 넌 지금 여기 있어.” 레드가 말했다.
“자, 이제 숫자에 집중하렴.”
“힘들어요. 가끔 숫자가 제 머리를 헤집어놔요.” 내가 인정했다.
“수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죠. 어떤 결과를 따라야 할지 늘 아는 건 아니에요. 모든 결과를 볼 수 있지만 선택할 수가 없어요.”
“넌 아직도 너와 숫자가 별개인 듯 행동하고 있구나. 네가 주도권을 잡고 그것들을 이어 봐. 숫자와 하나가 되는 거야. 숫자가 널 이끌고 이미 네 안에 있는 걸 알려 주게 놔두렴. 그럼 넌 어디서 도움을 찾고 어떤 답을 골라야 할지 알게 될 거다.”
--- p.227

종이 한 장을 꺼내 레드가 가르쳐준 시구를 적어 벽에 붙였다. 그걸 쳐다보며 그가 내게 준 모든 걸 떠올렸다. 내 입장이라면 그도 똑같이 했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하니 절로 미소가 번졌다.
문득 아빠가 이 모든 걸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다. 아빠도 챈이나 레드처럼 굴까? 난 온라인으로 들어가 스스로 하지 말자고 했던 약속을 깼다. 새 창을 열긴 했지만, 죽은 아빠를 불러오면 어떻게 될지 확신이 없다. 그래도 내 손가락은 어쩔 수 없이 이름을 치고 있다. 제-이 리-버-스.
아이비전 시절 아빠의 옛 사진이 나타났다. 경찰 수사와 내 납치 직후 아이비전의 파산에 관한 기사들을 훑어봤다. 시애틀의 우리 집을 검색해 보니, 주소는 새 소유주 앞으로 되어 있었다. 놀랄 필요는 없다. 내 가족에 대한 최근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다. 더 이상 가족들의 죽음에 관한 기사조차 찾을 수 없다. 이미 죽은 정보였다. 그들처럼.
--- p.327

“맞아요. 제가 누군지 아시죠. 저도 여러분이 누군지 알아요. 킹은 우리 모두에게서 뭔가를 빼앗았어요. 돈, 가족, 일자리, 자유. 그걸 다시 찾을 때예요. 제가 여러분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줄게요….”
내가 말하는 동안 가드 산은 몇 년 전 복도 모퉁이에서 엉망인 채로 날 만났던 때로 돌아갔다. 그가 킹의 분노를 사면서 새 인생을 살 기회를 잡을까? 모두 이 계획에 동의하지는 않을 거다. 일부는 아무리 좋은 쪽이라고 해도 변화를 두려워할 테니까. 난 그 점을 알지만 레드를 위해선 시도해야 한다. 아주 오래전 그가 내게 가르쳐준 걸 지금 말해야 한다고 느꼈다.
“형제들, 지금 여러분은 원래의 모습이 아니잖아요. 오늘 밤 그만 끝내버려요.”
킹의 수하들이 서로를 쳐다보고 다시 날 보는 11초 동안 프랫에 침묵이 흘렀다.
그때, 시끄러운 소리가 나면서 유타이의 밴이 프랫을 밀고 들어왔고, 다른 차들이 쭉 뒤를 이었다. 알고 보니 그는 우릴 버리지 않았다. 평상복을 입고 레드의 억양을 쓰는 많은 사람이 차에서 쏟아져 나왔다. 킹 때문에 인생이 틀어진 송 밸리의 사람들이다. 그들이 마침내 킹에게 대적하려고 일어선 것이다.
--- p.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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