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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산책 중에도 길을 잃어요

청소년 시선-05이동
리뷰 총점10.0 리뷰 1건 | 판매지수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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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08쪽 | 170g | 142*210*8mm
ISBN13 9791198430052
ISBN10 1198430052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학교 가던 도중 비가 내려서야
어젯밤 엄마가 챙기라던 우산을 떠올렸어
소나기 예보 있다고 신신당부했었는데
나도 알았다고 알아들었다고
짜증 내며 대답했었는데

아침엔 전부 잊어버렸어
난 왜 매번 이럴까, 그냥 비를 맞으며 걸어갔지
후줄근해진 꼴로 학교에 도착하니 황당하게도
언제 그랬냐는 듯 뚝 그쳐 버린 비

그보다 더 황당한 것은
물이 뚝뚝 떨어지는 가방을 여니
그 속에 우산

내가 이걸 언제 챙겼던 걸까?
어젯밤? 오늘 아침?
어제인 것도 같고 오늘인 것도 같고
둘 다 아닌 것 같아

갑자기 나타나고 갑자기 사라지는,
왜 거기 있는지 또 왜 거기 없는지
앞뒤 없이 마냥 아득한 일들
소나기처럼
아무 때고 들이닥치니

나는 우산도 없이 비를 맞고
아니, 우산이 있어도 비를 맞고
--- 「소나기」 중에서

열어 놓은 창문으로
새 한 마리 날아들었다

새는 자기가 지나온 문
그곳을 다시 찾지 못해

교탁과 책상 사이를
낄낄 웃는 교복 사이를

빙빙 돈다 파닥거린다
울지도 못하고
--- 「교문」 중에서

나중에 크면 너희도 알게 될 거야
지금 어른들 말씀 다 이해하게 될 거야
그 얘기 들은 지 수십 년

나 이제 아이가 아냐
너무 어른이지
다 커 버렸는데
다 큰 것 같은데

여전히 모르겠어
지난날 떠올리면
지금도 그날인 양
화가 치밀어

나는 아직 다 안 큰 걸까?
얼마나 더 커야 되는 걸까?

얼마나 어른이어야
어른을 이해하게 되나
--- 「얼마나 더」 중에서

책가방을 멨다가 결국 내려놓고
학교에 안 가기로 한다
학교를 쉬기로 한다

하루 종일 두근거리고 두렵다가도
결국은 그냥 똑같은 하루

비가 와도 눈이 와도 가는 게 학교라고
그렇게 여겨 왔는데 아무 일도 없다

나 하나 안 간다고 하루 정도 안 간다고
달라지는 것 없어 달라지는 게 없는데
왜 큰일 날 줄만 알았지
모두 왜 큰일 날 듯 그러는 거지

학교가 뭐라고
가도 안 가도 거기 매여 있지
--- 「학교를 안 갔어」 중에서

힘들었어요

학교가
힘들었어요

책상에 앉아 있는 게
힘들었어요

친구들과 만나 즐거워도
힘들었어요

선생님들 다 좋은 분들이라도
힘들었어요

맛있는 급식 배부르게 먹어도
힘들었어요

공을 차고 던지고 신나게 놀아도
힘들었어요

아침 일찍 들어가 해가 져야 나오는 그곳
힘들었어요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힘들었어요

누가 뭐라 해도
힘들었어요

학교라는 자체가 나는
힘들었어요
--- 「그냥」 중에서

게임이 없었다면 나는 어땠을까
그래 조금이나마 더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갔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지금의 나는 없겠지
그때의 나는 못 견뎠겠지

외로울 때
게임이 친구였고 선생이었어
게임이 학교였고 어른이었어

내게 웃어 준 것
나를 위해 울어 준 것
오직 게임이었어

사람들이 현실에서 찾으란 것들 내 현실에는 없었어
게임으로 잃게 되리란 것들 오히려 게임에만 있었어

결코 게임이 만능이란 게 아냐
다만 나에겐 그리고 누군가에겐
게임만 있었다는 거

게임보다 못한 현실이거나
게임만이 현실이었다는 거
--- 「게임을 위한 변명」 중에서

신생아실
유리 너머로 처음 보았다

신비한 나의 조카야

너는 자랄 수 있지
너는 잘할 수 있지

건강할 수 있지
똑똑할 수 있지

친구를 많이 사귈 수 있지
부모님에게 자랑스러운
선생님에게 사랑받는
학생이 될 수 있지

외롭지 않을 수 있지
아프지 않을 수 있지
어디에나 잘 어울리고

누구와도 잘 지낼 수 있지
무엇보다 자신을 더 사랑할 수 있지

뭐든 할 수 있지
나처럼 안 될 수 있지
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의

가장 거대한 인간

지금은 시치미 뚝 떼고
조그만 아기로 누워 있네
--- 「거대한 인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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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이 있었어.
친구들이 모두 속도를 내어 달려갈 때
나는 한 발짝도 못 움직일 것 같았던….
지금 그날의 나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뒤에서 꼭 안아 주며 말하고 싶어.
“괜찮아. 너를 빛나게 해 줄 태양은 아직 뜨지 않았어.”
이 시집에 닿은 친구야,
쉴 새 없이 떠오르는 멋진 상상 속에서
좀 더 정돈된 결로 살지 못한다고 가라앉지 말자.
여기 아픔을 모아 반짝이는 별로 만들어 낸 시인이 우릴 부르네.
우리에게 다가와 가만히 가만히 손짓하는 별의 노래,
함께 들어 볼까?
- 오유미 (국어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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