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베트남보다 한국과 역사가 비슷한 국가는 없다. 친근감을 강조하기 위해 ‘○○국가는 외세의 침입이 잦았던 한국과 비슷하다’는 식으로 소개하나 베트남의 경우는 차원이 다르다. 비슷한 역사적 사건들이 동 시기에 일어났으니 이건 각기 다른 집에서 자란 일란성 쌍둥이 같다. 한9군, 안남도호부, 청불전쟁, 17도선 분할 등등 한국사 책에서 많이 본 단어들의 변형이 베트남 역사책에서 쏟아진다.
초한(楚漢) 쟁패기 ~ 한나라 초기에 한반도에는 연(燕)나라 사람 위만이 위만조선(기원전 194~108)을 세웠고 베트남에는 진(秦)나라 출신 장군인 조타(趙?)가 남월(기원전 204~111)을 세웠다. 그리고 둘 다 비슷한 시기에 한나라 무제에게 멸망당했다. 그 후 위만조선에는 한4군이, 남월에는 한9군이 설치되었다. 당나라 때는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안동(安東)도호부를 설치하였고, 베트남 지역에는 안남(安南)도호부가 있었다. 중국으로부터 과거제도를 고려는 958년, 리 왕조는 1075년 도입하였고, 교육기관인 국자감(國子監)을 고려는 992년, 리 왕조는 1076년 설립하였다. 청나라의 영향력을 끊기 위해 일본은 1894년 청일전쟁을 일으켰고 프랑스는 1884년 청불전쟁을 일으켰다. 남한과 북한은 38도선을 경계로 분단되었고 북베트남과 남베트남은 17도선을 경계로 분단되었다.
--- p.19
필자는 소련(蘇聯)을 배경으로 한 소설인 《붉은 10월》, 《붉은 폭풍》에서 정치국(Politburo)이란 단어를 수도 없이 들었다. 뭔가 권력의 핵심을 이야기하는 것 같고, 정치국원들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 같았다. 정치국원? 왜 정치를 하는 일개 국 단위가 모든 의사결정의 핵심인지,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소속이 어디인지 짐작이 안 갔다. 이해를 못 했던 이유는 이런 기구가 서방 민주주의 국가에는 없고 공산주의 국가에만 있기 때문이다. 수뇌부들이 모여서 의사를 결정한다는 점에서는 국무회의(Cabinet meeting)와 비슷하다. 그런데 국무회의는 행정부의 수뇌부만 모인 것이고 여당, 입법부, 사법부는 빠졌다. 베트남 공산당의 정치국은 공산당, 정부, 국회, 사법부, 지방권력, 국가 무력을 총망라한 각 분야의 리더들이 참여하는 기구이다.
--- p.40
이렇게 무역통계를 분석해 보니 한-베의 깊은 경제협력관계가 수치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국은 베트남에게, 베트남은 한국에게 경제적으로 서로 필요한 관계라는 것이다. 원래 수입, 수출, 공장 해외이전 등 경제협력은 서로가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다. 굳이 리카르도(David Ricardo)의 비교우위론을 들지 않더라도 무역은 수출하는 쪽이나 수입하는 쪽이나 상호 이익이 되는 행위이고 우수하고 저렴한 노동력이 필요해 우리가 베트남에 공장을 설립한 것이다. 온라인에서 한국이 베트남에게 공장을 지어 일자리를 주고 있고 그래서 감사하라는 유치한 시혜적인 댓글이 보이는데 양자가 필요해서 공장을 짓고 수출하고 수입하는 경제 협력관계를 맺고 있을 뿐이다. 제발 한국이 베트남보다 우위에 있다는 관점에서 접근하지 말자. 그들에게 우리가 필요하듯 우리도 그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4장 베트남의 거시경제 6. FDI에서 설명하겠지만 베트남의 우수하고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하고 미중 갈등을 피하기 위해 중국, 대만, 홍콩 등이 공장을 들고 몰려오고 있다. 이제는 대(對)베트남 FDI 누적(1988년~2023년) 순위 1위라는 침대에서 일어나 중국, 대만, 홍콩과의 경쟁 속에서 우리가 그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인 경제협력 파트너로 보일지 고민할 때가 아닐까?
--- p.67
한국계 롯데 마트와 일본계 Aeon 마트가 동네에 작은 마트를 새로 출점하려고 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롯데 마트는 당국의 심사 및 허가를 받아야 한다. Aeon 마트는 그런 것 받을 필요 없다. 심지어 심사는 오래 걸리며 심사를 받아도 허가를 장담할 수 없다. 무슨 이유일까? 설마 마트 회사의 국적에 따라 차별하는 것일까? 그게 정답이다.
--- p.98
VN 30 기업 중 은행 13개, 부동산 4개, 식음료 3개, 에너지 3개, 원자재 2개, 증권 1개, 보험 1개, IT 1개, 유통 1개, 항공 1개이다. VN 30기업으로 분석한 베트남 산업의 특징은 ① 금융(정확히는 은행)과 부동산 편중 현상이 심하다. 금융과 부동산을 합치면 19개로 약 63%에 달한다. ② 내수기업에 편중되어 있다. 금융, 부동산, 식음료, 에너지, 원자재, 유통 등 내수 기업이 28개이다. 항공, IT도 수출기업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하다 ③ 제조업이 별로 없다. 아래의 기업에서 제조업 기업은 보이지 않는다. 물론 베트남에도 빈패스트, 타코, 타잉꽁 같은 제조업 기업은 있다. 그러나 VN 30 지수에서 안 보일 정도로 제조업 기업의 숫자가 적다.
--- p.124
베트남 역내 외화예금 금리는 0%이다. 즉 달러화 예금이든 유로화 예금이든 베트남에서는 외화예금에 대한 이자를 받을 수 없다. 베트남인도 상대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자산가치 상실이 높은 자국통화보다는 미 달러화로 자산을 축적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보유 유인을 줄여서 캄보디아에서와 같이 미국 달러가 자국 통화를 대체하는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을 방지한 것이다.
--- p.137
약 1억명의 인구를 가진 베트남은 평균 연령 32.5세, 30세 이하 인구 47% 등 젊은 인구가 많아 앞으로 보험을 경험해 볼 인구도 많아 신규보험시장 진입자가 장기적으로 증가할 것이 예측된다. 또한 최근 1인당 GDP 4,000 달러대에 진입한 베트남 경제는 무리없이 현재의 성장세를 장기간 유지할 것이다. 이러한 인구구조와 경제성장 추이를 생각해 보면 보험시장의 파이는 계속 커질 것이다.
--- p.202
하나은행은 2019년 11월 BIDV에 1조 444억원을 투자하여 지분 15%를 보유한 2대 주주가 되었다. 1주당 23,735VND로 투자하였고 2023년 말 주가는 43,400VND으로 82.85% 상승하였다. 거의 대부분이 미실현 평가이익이지만 지분법 평가 이익, 배당금 등 총 6,817억의 투자이익이 하나은행에 발생한 것으로 평가된다.
--- p.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