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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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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310g | 120*188*18mm
ISBN13 9791168341968
ISBN10 1168341965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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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 본 적 있으세요? 무서운 괴물을 피해서 도망만 치던 여자 주인공이 어느 순간 도끼를 들고 괴물을 공격하잖아요. 극한의 공포에 사로잡히면 두려움이 다른 감정이 되거든요. 분노가 되는 거죠.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더는 걔가 무섭지 않았어요.
--- pp.34~35 「성주단지」중에서

괴담과 학교처럼 잘 어울리는 조합도 없겠지만, 알음알음 퍼져 있는 모호한 괴담과 뚜렷하면서도 구체적인 교칙 이 병존하는 곳은 광명고뿐이었다.

본관은 야자 금지.
닫힌 문을 절대 함부로 열지 말 것.
--- pp.54~55 「야자 중 ×× 금지」중에서

“낭인 무리에도 속하지 못하는 낭인은 팔도를 떠돌다가 짐승이 된단다. 봉두난발 아래로 머리털 같은 털이 돋아나고, 네발로 기어다니면서 날것을 먹지. 혼자 서는 굶주림과 추위를 견딜 수 없으니 살아남기 위해 짐승이 되는 거란다. 그건 환난이 사람에게 주었던 저주이자 축복이야. 그런 이를 이리 ‘랑’, 사람 ‘인’을 써서 ‘낭인(狼人)’이라고 한단다. 늑대인간이라는 뜻이지.”
--- pp.131~132 「낭인전」중에서

“살을 날린다는 것은 그 살을 맞는 것이기도 합니다. 남의 팔을 자를 때는 당연히 내 몸도 잘릴 것을 각오해야지요. 같은 팔이 잘리지는 않더라도 어딘가는 잘리기 마련입니다.”
--- p.225 「풀각시」중에서

박해를 겪지 않은 아이, 깊은 신앙을 증명한 적이 없는 아이, 쉬이 유혹에 흔들릴 수 있는 아이, 걸핏하면 마을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아이, 부모의 참된 신앙을 물려받지 못한 아이……. 누구도 소리 내어 뱉은 적 없지만, 눈빛으로 전하던 말들이 머릿속에서 떠올랐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는 그것밖에 없었지요. 마을 사람들이 저를 믿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르더라고요. 호기심뿐이었던 마음에 굳건한 오기가 더해졌습니다.
--- pp.255~256 「교우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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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안에는 온갖 종류의 괴력난신이 등장한다. 피가 튀고 묵은 원한을 읊조리는 이야기들이 마냥 두렵기보다 애달프게 느껴지는 건 육체성을 뛰어넘은 존재의 목소리와 그들을 대하는 인물의 자세가 절실하기 때문일 것이다. 소재에 관한 철저한 조사력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문체가 소설집의 매력을 더한다.
나는 우리가 괴력난신을 읽고 쓰는 이유가 다름 아닌 해방감에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뜻을 공유하는 작품을 만나 기뻤다. 이 다섯 편의 이야기들이 주는 각각의 후련함과 재미를 꼭 느껴보길 바란다.
- 조예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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