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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면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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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46쪽 | 130*210*21mm
ISBN13 9791159059131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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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쩍게도 나는 그때 신칸센 화장실 안에 있었다.
옷을 껴입어 어깨뼈 우묵한 곳이 몹시 깊어
진기(珍奇)한 행위를 반복하는 사이
열차가 갑자기 멈췄다.
어찌 할 수 없는 무언가가
일본에서 가장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돌발한 것임을
나는 즉시 제 몸으로 감지했다.
---「등은 뒤돌아볼 수 없다」중에서

유대나 격려나
지연 혈연과 같은 필사적인 인연이 가득했다.
아물지 않는 재해를 향한
부족하나마 내가 준비한 추렴이었다.
어째서인지 그것이 눈에 띄지 않는다.
역시 서먹서먹함은
자신이 둘러싸고 있는 거리(距離)인 듯하다.
도호쿠는 결국 일본열도의 등줄기 부근에서 신음하고 있는데
그곳은 뒤돌아봐도 잘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배면이다.
잊어버린 무언가가
수수께끼 암호처럼 달라붙어 있다.

그렇지, 뉘우침은 그렇게 시작되는 거다.
내가 두고 온 소중한 것도
유대 따위 자투리였는지도 모른다.
격려하고 화목하게 추렴해서
또다시 천외(天外)의 푸른 불을 자극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텅 빈 사거리를 가다가 해는 저물고
무릎을 껴안고 있었던 것도 어쩌면
돌아갈 곳에 돌아갈 수 없는
자신의 고향이었는지도 모른다.
되돌아가기로 한다.
무인역에서
밤기차를 기다리며.
--- 「밤기차를 기다리며」중에서

무용가는 자신의 무용으로 시를 표현하며, 조각가는 정과 망치로 돌을 조각하고, 나무를 파서 자신의 시를 표현합니다. 그렇다면 왜 시를 쓰는 사람에게만 시인이라는 칭호를 붙이는 것일까요? 앞서 양해를 구하자면, 저는 시를 제 직업으로도 제 장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시를 지니고 있으며, 자신의 시를 살아가는 사람은 허다히 있습니다. 그러므로 쓰이지 않은 소설은 존재하지 않지만 시는 쓰지 않아도 존재합니다.
--- 「시론 1-시는 현실 인식의 혁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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