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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세한 책들

: 우리가 사는 세상을 위한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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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80쪽 | 128*188*30mm
ISBN13 9791171010356
ISBN10 117101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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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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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일은 나의 멋진 배려라고 뿌듯해하면서도 장애인의 휠체어 때문에 지하철 문이 늦게 닫히면 금쪽같은 시간을 빼앗겼다며 불쾌해한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범인이 알고 보니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뉴스를 보면 그럴 줄 알았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제정신이면 저런 범죄를 저질렀을 리 없으니 사회에 나오지 못하게 평생 감옥에 가둬야 한다고 말한다. 똑같은 감기도 사람마다 증상이 다르기 마련이어서 코감기, 목감기, 몸살처럼 다양하게 불리지만, 정작 증상과 치료 과정이 천차만별인 정신 질환은 그냥 정신병이고, 정신병을 앓는 사람은 싸그리 정신병자로 취급된다. 이렇게 다름은 비정상이 되고, 비정상은 차별의 이유가 되고, 결과적으로 처벌의 이유가 된다. 정상적이지 않은 개인은 비정상이라는 거대한 차별의 힘 아래서 짓밟히고 납작해지고 만다.
--- p.28~29, 「서로가 서로를 찾아주는 사회」 중에서

자신은 독립적이고 효율적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돌아보면 우리는 단 한 번도 돌봄을 받지 않은 적이 없다. 가까이는 부모님부터, 멀리는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나의 자립을 위해 도와줬다는 것을 안다면 돌봄은 나와 상관없고 아직은 필요 없는 것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없다. 자립적 인간이란 혼자서 사는 인간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또 받을 수 있는 인간이다. 그렇다면 돌봄은 분명 우리 일상에서 멀어진 적 없는, 그렇기에 독박처럼 씌워져서도 기울어져서도 안 되는 상호적·지속적·순환적 행위인 동시에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행위다.
--- p.87~88, 「독박 돌봄 대신 서로 돌봄」 중에서

주인과 노예의 관계는 ‘갑을 관계’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여전히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경력 단절이란 이유로 고용주는 노동의 값어치를 후려친다. 을이 갑질을 당하는 이유는 바보 같아서, 법을 몰라서,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당연하다고 우리 사회가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능력에 따라 차별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을은 벼랑 끝으로 몰린다.
--- p.128~129, 「때로는 이기적인 사람이 좋다」 중에서

누가 자신에게 욕망이 뭐냐고 물으면 꽤 소박하다고 답한다. 남들이 사는 정도? 평균이라고 하면 조금 아쉽고 평균보다 조금만 나으면 좋겠다. 여기서 포인트는 친구, 아파트, 아이 같은 주어가 아니라 ‘-보다’라는 부사다. ‘쟤보다’는 낫길 바라는 소박한 욕망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우리는 자기를 개발하고 계발한다.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 뛰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그러다 번아웃 오겠다고 옆에서 걱정이라도 해주면, 그건 성공한 사람들이나 앓는 거라며, 나는 그 정도가 되려면 한참 멀었다며 손사래 치고 겸손을 떤다. 생각해보면 남들 보기에 다 이룬 듯한 사람들도 자신을 가만두지 않는다. 그 정도면 이제 편히 쉴 만도 한데 말이다. 그러니 아직 아무것도 갖지 못한 나에게 번아웃은 뭐다? 사치다.
--- p.182~183, 「급변하는 사회는 불안하다」 중에서

타인에게 “더 좋은 선택을 하지 그랬어요?”라고 말하는 것만큼 무례한 질문은 없다. 늘 좋고, 옳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선택만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기막히게 운이 좋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사람들 대부분은 보통의 운을 가지고 살며, 노력이나 능력에 상관없이 종종 실패한다. 그러나 지금의 가난은 개인의 게으름보다 불합리한 자본주의 구조로 인해 만들어진 경우가 훨씬 많다. 구조가 기울어졌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거나, 알아도 어쩔 수 있느냐는 말로 외면하면 결국 구조는 더 위험하게 기울어진다. 열심히 살면 된다, 노력하면 된다, 남들보다 조금 자고 더 일하면 된다는 조언이 꼰대의 잔소리로 취급받는 이유는 이 명제가 꼰대들이 담배 피웠던 시절에는 통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지 선수가 아니다. 골문을 향해 아무리 공을 차도 자꾸만 자기 앞으로 다시 굴러오면 유능한 선수도 좌절할 수밖에 없다.
--- p.204~205, 「가난이 꿈인 사람은 없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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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단순히 여러 책을 백화점처럼 소개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작가의 시선이 포착해낸 키워드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여성, 장애, 돌봄, 계급, 가난 등 동시대의 가장 뜨거운 논쟁 한가운데로 우리를 이끈다. 한 권의 책을 톺아보는 작가의 시선은 날카롭고 예리하지만, 거기엔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한없이 따뜻한 격려가 겹쳐 있다. 무엇보다 그는 기성 비평과는 다른 감각으로 우리의 통념을 파훼하며, 문맥의 함정에서 우리를 건져낼 동아줄을 던져준다.”
- 류수연 (문학·문화평론가,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장윤미는 따뜻하고 다정한 글을, 그것도 지적으로 쓰는 사람이고, 그의 생각은 소박하고 아름답고 게다가 날카로워 듣다 보면 허술한 욕망으로 욱시글득시글하던 내 마음이 가만히 풀어진다. 믿기 어렵다면 이 책을 보면 된다. 그가 바라고 기다리는 세상이 어떤 것인지, 우리가 만나야 할 세상이 어떤 것인지 선명하게 다가올 것이다.”
- 김서령 (소설가, 폴앤니나 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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