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오키나와 나키진에서 태어났다. 1983년 『어군기』로 등단해 『평화의 길이라고 이름 붙여진 거리를 걸으며』로 신오키나와 문학상, 『물방울』로 아쿠타가와 문학상, 『혼 불어넣기』로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일본 문단의 주요 작가로 성장했다. 오키나와를 배경으로 기발하면서도 메시지가 강한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으며, 지역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신문이나 잡지에 오키나와 전투와 미군기지 문제에 관한 에세이와 평론 등을 발표하고 있다.
역자 : 유은경
상명여자 사범대학 일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도쿄외국어대학에서 석사, 주오대학 문학연구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소설 번역 이렇게 하자』를 저술했고 『일본 사소설의 이해』 『고바야시 히데오 평론집』『취한 배』『문』『돌에 짓눌린 잡초』『어떤 여자』『브라질 할아버지의 술』 등을 번역했다.
세이유는 발꿈치에서 떨어지는 물을 손에 받아 조심스럽게 혀를 대어보았다. …… 요 몇 년간, 여자 앞에만 서면 언제나 제구실을 못하고 죽은 참새 머리처럼 축 늘어져 있던 것이 비둘기 머리만큼이나 커져서는 머리를 까딱였다. “하고 싶다!” 세이유는 가라테 찌르기 동작을 세 번 연속하고는 물 담을 용기를 찾으러 방을 뛰쳐나갔다. --- 「물방울」 중에서
맹그로브 사이를 빠져나온 달빛이 진흙 위에 춤추는 빛 무늬를 만들었다. 아까부터 뭔가에 계속 쫓기는 듯한 느낌이 든다. 세이키치는 뒤돌아보지 않고 필사적으로 뛰었다. 이윽고 그런 느낌이 휙 사라졌다. 두 손을 무릎에 짚고, 헉헉대던 호흡을 가라앉힌 다음 얼굴을 들자, 눈앞에 하얗게 빛나는 두개골이 걸어가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려다가 엉덩방아를 찧고, 터져 나오려던 비명을 삼켰다. 어린아이 두개골만큼이나 크고 흰 소라를 업은 소라게였다. 세이키치는 눈앞을 천천히 횡단하는 소라게를 숨죽인 채 지켜보았다. --- 「바람 소리」 중에서
유타가 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당신. 스즈키 선생이 고안한 ‘간단한 3분 유타 체조’라면, 매일 3분간 실행에 옮기는 것만으로 접신이 가능하여 집에서도 쉽게 유타가 될 수 있습니다. …… 유타 3급 면허를 가지고 있으면 취직이 유리하고, 1급 면허라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지금 정신분석의를 대신하여 유타가 대인기. 할리우드 스타가 당신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러 올 날도 꿈만은 아닐지 모릅니다.
작가는 주인공의 이기주의와 약함과 어리석음을 윤리적, 종교적으로가 아닌 오키나와라고 하는 불가사의한 장소의 힘으로 ‘긍정’하고 있다. 특별나게 오키나와적이며 현대적인 소설이다. 히노 게이조 (소설가)
「물방울」 이전 일본 문단에서는 ‘오키나와 전쟁은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써야 한다. 픽션을 써서는 안 된다’는 금기가 있었다. ‘그늘진 기억’은 언제나 문학에서 배제되었다. …… 「물방울」은 군의 공식기록과 전쟁 증언록에는 그려지지 않았던 개인의 깊은 감정이 돌파구를 연 작품으로 전후 오키나와 문학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 신조 이쿠오 (문학 평론가)
메도루마 슌이 다른 오키나와 작가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발상의 기발함이다. …… 전쟁이 낳은 후유증이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서술되는데 그것이 마냥 어둡지만은 않은 것은 유머와 위트가 적재적소에 버무려져 있기 때문이다. 유은경 (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