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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미드

: EVERYBODY LIES

아무튼, OO-068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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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212쪽 | 188g | 110*178*15mm
ISBN13 9791188343713
ISBN10 1188343718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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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가 시즌제이기 때문에 (다음 시즌을 기다리는 게) 답답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간혹 받을 때가 있다. 전혀 답답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어쩌면 ‘미드를 본다’는 건 그런 기다림의 시간까지 포함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즌이 끝나는 순간부터 다음 시즌을 기다리는데, 새로운 시즌이 시작하기 두어 달 전부터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아, 이건 『어린 왕자』 여우의 마음인가?) 좋아하는 드라마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런 설렘을 자주 느낄 수 있었으니까, 내 생각엔 그런 감정은 언제나 이득이었다.
--- pp.7~8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된 순간일지라도, 방향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 같아도, 이 세상에 나 혼자 남은 듯 느껴져도, 결국 나의 곁에는 언제나 나 자신이 남아 있게 될 것이므로. 그러므로 삶이 우리를 위협하는 순간,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을 내 곁에 온전히, 잘 두려고 노력하는 일이 아닐까?
--- p.27

어떻게 그토록 미워하던 사람들을 이렇게까지 사랑하게 된 거지? 아마도 그건 내가 그들의 삶을 아주 오랫동안 지켜봐왔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 문득 깨닫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나 역시 그들 같은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는 것. 어떤 마음들이 오락가락하고, 그 모든 것을 흐지부지하게 만들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그런 적이 내게도 있었다는 것. 내가 그들을 그토록 싫어했던 건 그런 내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였는지도 모른다. 나의 버리고 싶은 부분을 그들이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에.
--- pp.43~44

이 시트콤에서는 죽음을 비롯한 모든 것이 웃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수치스러운 경험, 잔인한 실연, 부모님의 이혼, 갑작스러운 해고, 세상에서 가장 비천한 존재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순간들조차.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드라마가 끝난 후, 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쇼’가 누군가의 죽음과 상처, 좌절과 수치심을 처리하는 방식에 대해 기이한 감정 혹은 이상한 낯섦을 느끼게 될 것이다. 드라마를 보는 동안 그들에게 너무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그 순간들을 그저 웃고 넘겼다는 뒤늦은 자각 같은 것. 그리고 나지막하게 한숨을 쉬게 될지도 모른다. ‘아, 그래, 그런 게 삶이지. 모든 웃음 속에는 비극이 숨어 있지. 아, 이 얼마나 무서운 삶이냐!’
--- p.67

나는 이 드라마를 보다가 이렇게 메모했다. “불행이 닥친 후, 우리가 하는 선택이 우리 자신이다.” 하지만 이렇게 단순하게 설명될 수 있을까? 이 문장은 조금 더 복잡한 경로를 지나야 한다. “불행이 닥친 후, 우리가 한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드러났을 때 우리가 하는 선택이 우리 자신이다.”
--- p.133

죽음이 우연이 아니라 살아남은 게 우연이라는 생각에 한동안 사로잡혀 있던 적이 있다.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을 출간한 후 나는 어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순전히 뽑기를 잘해서 살아남은 거라면, 우리의 삶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걸까요?” 그 당시 나는 그걸 알고 싶어서 소설을 쓰는 것 같다고 말했지만, 고백건대 그게 진실된 대답인지는 모르겠다. 물론 많은 이가 이미 말한 바 있다. 그게 바로 누군가 소설을 쓰고 누군가 여전히 소설을 읽는 이유라고. 불가해한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 p.145

어쩌면 [성난 사람들]은 상처와 교훈이 손쉽게 교환되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와 상처와 교훈이 전혀 교환되지 않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 바로 그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p.163

돌이켜보면 [더 오피스]의 사무실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괴상함을 지니고 있었다. 그저 착하거나 나쁜 게 아니라, 혹은 무조건 강하거나 약한 게 아니라, 혹은 마냥 이타적이거나 이기적인 게 아닌 사람들. 자신만의 삶을 근거로 가진 사람들. 나는 그런 캐릭터들을 사랑했고, 특히 그런 여자들을 사랑했다. 위악이나 위선을 부리고,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무기로 삼기도 하고, 때로는 진심으로 화를 내고,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 그런 여자들. 허세를 부리고, 헛된 꿈을 꾸는 여자들. 누군가가 자신에게 상처를 줬다며 입을 삐쭉거리지만 돌아서면 그런 말을 한 걸 후회하는 여자들.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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