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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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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리

: 자유와 진실을 향한 외침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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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358쪽 | 152*224*30mm
ISBN13 9791193580028
ISBN10 119358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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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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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통치”의 문을 열어준 것은 명백한 정치의 실패이고, 개혁의 실패이다. 그런데 정치의 실패로 인한 결과는 다시 국민의 몫이 되고 말았다. 뼈아픈 성찰과 점검은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일 것이다. 왜 실패했는가? 실패의 연유를 알아야 극복할 길을 찾을 수도 있는 것이다.”
---「프롤로그, 시작에 앞서」중에서

“정치는 예술이어야 한다. 끊임없는 투쟁의 예술이다. 자신과의 투쟁이며 고독한 투쟁이다. 신념을 지키고 관철해 내기 위한 투쟁이기 때문이다. 정치가 사술이나 권술이 안되도록 경계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정치는 선(善)의 예술이어야 한다. 악마의 기술이 아니다. 악마의 기술이 된 정치를 선의 예술이 되도록 끊임없이 담금질하지 않으면 안된다.”
---「프롤로그, 시작에 앞서」중에서

“그의 이름은 김홍영 검사였다. 배려심 깊고 정 많음을 알 수 있는 그는 ‘부장검사의 폭행과 폭언을 견디지 못하겠다’는 말을 친구에게 남기고 자취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철순 검사장의 안내로 김홍영 검사가 근무했던 방으로 갔다. 책상 위에 놓인 액자 위에 오전 가을 햇살이 부드럽게 부서지고 있었다. 사진 속의 고인은 막 공을 차고 난 후 땀에 젖은 운동복 차림으로 동료들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는 싱그럽고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
마음속에 이는 분노를 가라앉힌 장하리는 일행과 함께 하얀 국화 화분이 가지런히 놓인 화단 한편의 나무를 심을 빈터 앞에서 멈췄다. 고인을 기리기 위해 미리 준비한 곧고 푸른 주목 나무를 깊게 심고 그 위에 삽으로 흙을 몇 차례 떠서 다진 후 유족과 함께 먼저 고인을 위한 묵념기도를 했다. 그리고 검사가 된 아들이 비록 이 세상을 떠났지만 이 주목처럼 기품 있고 당당하게 기억되라고 유족을 위한 기도를 했다. 마지막으로 명예를 상징하며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고 하는 장수 나무 주목처럼 남은 검사들이 미혹에 빠지지 않고 바르고 명예로운 길을 계속 걸어갈 수 있도록 오래 지켜달라고 기도했다.”
---「한 젊은 검사의 이름을 걸고」중에서

그러하니 이제 장관이 결단을 해야 하는 때가 왔다고 장하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대통령의 말을 얼른 이해하지 못한 듯 장하리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제게 물러나라는 말씀인가요?”
대통령은 그렇다고 짧게 대답했다.
“대통령님께서 제게 힘을 실어주십시오!” 그러나 대통령은 장하리의 호소를 누르고 곧 재보궐 선거를 치러야 하는 당의 입장도 있고 장하리도 당대표를 지낸 경험이 있는 만큼 그런 정도는 이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기승전 사표”로 답을 미리 정해둔 듯 말했다.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중에서

징계 청구 이후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도 폭락했다. 그런데 일시적으로 여론이 내려갔다고 불안해하면 아무것도 못 한다. 더구나 개혁을 정면에서 가로막고 검찰 권력을 수단으로 정권을 노리는 검찰총장을 상대로 한 검찰개혁이었다. 이미 한 명의 장관이 취임한 지 겨우 한 달 만에 용건석은 그 가족을 기소하고 구속시켜 물러나게 하지 않았던가? 그걸 지켜보고도 아무런 위험을 감수할 의지가 없이 그저 우아하고 점잖게 개혁할 수 있기를 바란 것이라면 의리가 없거나 한심한 것이다. 원칙을 세우고 법적 정당성을 가지고 돌파해 내지 않으면 악당에게 정권을 바치게 될 것이라고 장하리는 속으로 걱정했다.
---「산산조각」중에서

나중에 장하리가 무직자 신세로 설날이 되어 친정에 찾아왔을 때가 되어서야 지나간 꿈 이야기를 꺼냈다.
“야야, 니 꿈을 꾸고 생각해 봤다. 결국에는 니를 아무도 안 돕고 니 한테 다 떠넘기고 니를 쫓아내고 했던 거제! 그 꿈이 맞는 기라, 그기 맞제?”
장하리는 아직도 앞날을 걱정하는 어머니를 위로해 드리는 것 말고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의 꿈」중에서

“2019년 6월 경, 라임 이연필 부사장이 A 변호사를 소개해 저는 수표로 그 변호사에게 1억을 지급하고 구두로 선임했습니다. 한 달 후에 A 변호사와 검사 3명에게 1000만 원 상당의 술접대를 했습니다. 그때 그들은 용건석 사단들로서 삼성 특검 수사팀에 함께 근무했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라임 수사팀을 만들 경우 합류할 검사들이라고 했는데 실제 한 명은 수사책임자로 참여했습니다. …
A 변호사는 2017년 문도일 검찰총장 청문회 때 신상팀장으로 참여한 검사였습니다. 그때 그를 단박에 알아본 대통령이 ‘저 사람 저기 왜 있어요’ 라고 했습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을 조사한 주임 검사였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변호사였던 지금의 대통령이 알아보았던 것 같았습니다. 그 일 이후 A 검사가 2018년 변호사 개업을 했습니다.”
---「가을 전주곡」중에서

장하리는 단호했다. 먼저 라임 사건에서 용건석이 수사개입을 하지 못하도록 지휘를 내렸다. 이어서 지검에서 수사 중인 용건석과 관련한 여러 비리 사건에 대해서도 지휘를 내렸다. 이미 고소·고발되어 있었으나 여태까지 제대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던 용건석의 처 김신명의 주가조작 사건과 용건석이 중앙지검장으로 있을 때 처 김신명이 각종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거액의 협찬금을 받은 의혹, 용건석 장모의 요양병원 보조금 부정 편취사건, 용건석의 오른팔로 알려진 부하 검사의 친형의 뇌물 사건에서 여러 번 영장이 기각되고 불기소된 사건들이 있었다. 때문에 장하리는 라임 사건과 마찬가지로 독립적으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단해, 용건석이 수사지휘를 하거나 중간보고를 받지 못하도록 수사지휘를 했다. 지난 7월에 첫 번째 수사지휘를 내린지 3개월 만에 장하리가 내린 두 번째 수사지휘였다.
---「수사지휘 Ⅱ」중에서

“법리적으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닙니다. 장관의 부하라면 정치적 중립과 거리가 먼 얘기가 되고 검찰총장이라는 직제를 만들 필요도 없습니다”
용건석이 언성을 높여 답변하고 난 후 질의 차례가 된 김 의원이 이를 캐고 들어갔다.
“그럼 총장이 장관과 친구입니까? 상급자입니까? 대통령과도 친구인가요? ”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용건석이 반발했다.
“총장이 먼저 그렇게 말해서 지적해 드린 겁니다. 한번 살펴보자고요. 검찰사무는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에게 위임한 것이지요. 정부조직법상 검찰사무는 법무부 장관이 관장하게 되어있고, 그 아래 외청으로 검찰청을 둔 것이니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명백한 상급자입니다. 검찰청법에도 장관의 업무지시 감독권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요?
---「부하가 아니라고 하니 영웅이 되네」중에서

야당의 마원제 의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라임 사태를 가지고 수사지휘권을 뺏고, 검찰총장을 모욕 주고 찍어내려고 가족 사건을 가지고 치졸한 방식으로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는 게 과연 민주적 통제인가요? 독재인가요? ”
“이런 상황에서 총장 거취문제에 말들이 많은데 사퇴 의향이 있는지 말해 주세요!” 마원제 의원이 총장을 엄호하면서 연달아 총장의 거취도 물었다.
“임명권자인 대통령께서 임기 동안 소임을 다하라고 했고, 에 또 마, 여러 복잡한 일들이 벌어진 총선 이후 민주당에서 사퇴하라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대통령이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서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면서 소임을 다하라는 뜻을 전했습니다. 에, 또 저는 뭐, 제가 임기 동안 할 일을 충실히 하는 것이 임명권자뿐 아니라 국민에 대한 책무라고 생각하고, 흔들림 없이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임기를 지켜라」중에서

어떤 판사가 ‘술 마시고 다음 날 늦게 일어나 영장심사에 불참했다’라는 식의 판사의 약점이 되는 민감 정보나 그로 인해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에 올랐다는 정보도 판사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명성 장관 가족 재판부 재판장인 김 판사가 수원지검 검찰 고위직과 처제와 형부의 관계라는 것도 그 형부 검사를 통해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가 엿보이고, 김판사가 ‘우리법 연구회’ 소속이라는 것도 성분 분석 용도로 보였다. 마치 과거 공안정국이 하던 수법과 하나도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심지어 대통령과 같은 출신 대학교 판사도 따로 분류했는데 만약 재판 진행이나 판결 결과에 불만이 있으면 ‘어용판사’라는 딱지를 쉽게 붙일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대통령은 법조인 배출이 적은 대학교를 나왔다. 현재 같은 대학 출신 판사도 매우 적었다. 장하리는 선이 넘은 행태를 보면서 그전 노무현 대통령이 검사들에게 “이쯤 되면 막 나가자는 겁니까?”라고 질타했던 말이 생각났다.
---「검왕무치(檢王無恥)」중에서

낙산사는 15년 전 큰 화재로 다 타버리고 2년 뒤 복원됐다. 낙산사 보타전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영정이 모셔져 있었다. 개혁에 대한 열망을 안고 출발한 정치의 길에 숱한 저항에 마주치고 깨지고 다시 일어나 넘어서며, 결단이 필요할 때 주저하지 않았던 분, 그러나 퇴임 후 다음 정권의 정치검사들로부터 실오라기 하나 남김없이 낱낱이 발가벗기듯 털리고 아내의 인격도 자신의 인격도 다 짓밟히자 ‘삶과 죽음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라며 몸을 던져, 때 묻고 탁한 이 세상을 버리고 홀연히 가신 그분 앞에 섰다.
‘제가 이 짐을 짊어지고 저 건너 강가로 져다 나르기로 결심했습니다. 끝까지 이겨낼 수 있도록 제게 용기를 주십시오’
삼배를 올리고 일어선 장하리의 표정이 편안하게 바뀌어 있었다. 대통령의 편한 미소가 장하리에게 무한한 위안을 주었던 것 같았다.
---「백척간두에서의 큰 결심」중에서

용건석을 키운 보수 언론은 용건석의 교활함을 과소평가했다. 그를 도구삼아 정권을 가져오면 얼마든지 그들의 입맛대로 통제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반면 보수 지지자들은 그를 과대평가했다. 극렬지지자들은 특검 수사로 유신공주마마 박근혜의 탄핵근거를 마련한 용건석임에도 그가 대통령에게 맞짱 뜨는 모습에서 열렬히 환호했다. 자신들의 불만이 모두 지금의 좌파 정권이 불러온 것인 양 굳게 믿으면서 좌파 정권 응징에 가장 유능한 인물이라고 보고 큰 기대감을 가졌던 것이다. ‘용건석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 사람들 중 유일하게 그의 처 김신명만은 그의 진짜 실력을 알고 있었다.
---「콘트롤에 대한 헛된 자신감」중에서

어쨌든 언론의 관심은 징계청구 사유에 있지 않았다. 그들의 취재 보이콧은 조직적 저항이었고 크게 잘못된 검언유착이었다. 만약 언론이 그때라도 용건석사단이 검찰권을 사유화해서 엄청난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더라도 2년 후 용건석사단이 나라를 거덜 내는 일은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왜 하필 이 시각이냐」중에서

검찰과 언론의 위력은 ‘명성 죽이기 사건’부터 힘을 발휘했다. 대통령이 유난히 강조한 공정과 정의를 실추시킨 위선의 이미지를 씌워 명성을 죽이는데 성공하자 다음 타깃은 노무현 대통령을 기념하는 재단의 이사장 유민주였다. 마침 그는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인식되던 때였다.
---「쇼 하지마 !」중에서

대통령 주변과 여권을 겨냥한 정치 수사로 용건석의 검찰은 총선을 목표로 한 “검찰의 정치”를 구사했다. 대통령의 신임을 받던 민정수석 명성을 옭아매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다.’는 명분을 얻어냈다. 장관으로 취임할 당시에는 장하리도 알 수 없었지만 용건석은 라임과 신라젠 사건도 총선을 앞두고 정치 사건으로 바꿔치기를 준비하던 중이었다. ‘명성사태’로 검찰은 공정의 가면을 쓰고 합법을 가장한 ‘초법 조직’으로 변했다.
---「누구든 맞서면 처참히 짓밟는다」중에서

‘법기술’은 이날 장하리가 처음 말한 창작 용어다. 용건석 검찰조직 문화에서 자행하고 있는 수사 기소권 사유화를 드러내기 위해 고심했던 표현이었다. 다음 날 장하리는 용건석의 도 넘은 측근 감싸기에 제동을 걸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도훈을 고검 차장 검사의 직무에서 배제하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 냈다. 그리고 하도훈의 비위에 대해 법무부가 직접 감찰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그냥 술이 아니라 정의인 겁니다」중에서

장하리가 검찰총장의 주가조작 비리와 장모의 요양병원 보조금 횡령 비리혐의 등에 대한 두 번째 수사지휘를 내리자 야당과 언론은 연일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검찰총장 쫓아내기’라고 몰아붙였다. 그들은 총장과 가족의 비리 혐의에는 애써 눈감아 주었다. 대신 “장하리-용건석 갈등” 프레임을 씌웠다. 그 프레임이 극에 달하던 무렵 11월 중순 야당의 한 여성의원이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장하리가 개인적인 정치 목적을 가지고 직무수행을 하는 것인 양 몰아가려고 집요하게 추궁했다.
---「장관을 바꿀 명분 찾기」중에서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이 어리석은 것이다.” 오늘 악을 함부로 관용하는 것은 내일의 더 큰 악을 키우는 것이다. 장하리는 융건석 검찰정권의 도가 깊어지는 악행을 보면서 카뮈의 말이 딱 들어맞는 현실을 개탄했다. 그리고 무도한 검찰 정권 2년 차에 민주당 일각이 아직도 거대한 악의 축에 대해 경계하고 경고하는 자세가 없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개혁 저항세력에 대해서 마땅히 경계하고 경고를 해야 할 때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검찰 정권을 탄생시키고 말았음에도 여전히 반성이 없었다.
---「쇠심줄보다 더 질긴 조직 보호 본능」중에서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길하기 사건’을 정식 조사하라고 권고했다. 대검에 꾸려진 진상조사단은 길하기에게 출석을 통보했으나 그는 불응했다. 그러자 언론이 길하기의 소환 불응으로 관련 의혹이 밝혀지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의 보도가 이어졌다. ‘장자연 리스트’ 등 사회 지도층의 심각한 성범죄 사건으로 좌절한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해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 데 대해 사회적 비난과 분노가 들끓었다. 이에 대통령도 철저한 진상규명을 지시했다. 대검 진상조사단은 일단 조사기한을 연장신청 했다. 이에 법무부가 활동을 연장하기로 결정하고 사흘 후 2019년 3월 22일 늦은 밤 길하기가 인천국제공항에 나타났다. 새벽 0시 20분 출발하는 방콕행 비행기표를 사서 11시에 출국심사대에 섰다. 그는 자신과 비슷한 외모의 남성을 앞세우고 본인은 검은 선글라스와 야구모자를 착용하고 얼굴을 가린 채 뒤를 따랐다. 그러나 출국장에서 비행기 탑승 대기 중 출입국 직원에 의해 출국을 제지 당했다.

출국시도가 무산된 이후 언론은 ‘길하기가 자신에 대한 출금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출국을 시도한 것 아니냐’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법무부 출입국본부는 출입국 관련 정보 유출여부에 대한 감찰과 수사를 의뢰했다. 그로부터 3개월 후, 길하기는 윤한천과 함께 사건 발생 6년 만에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출국금지 공익제보에 깃든 음모」중에서

장하리가 장관에서 물러나고 2년 반 뒤, 묵언수행을 깨고 언론 인터뷰로 장관 사퇴가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당의 요구에 의한 사실상 해임인 것을 밝히자 분노와 실망, 한숨 등 여러 반응이 나왔다. 대통령이 어떤 준비된 계획 또는 큰 그림이 있어 법무부 장관을 사퇴시켰을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이 가장 먼저 실망을 드러냈다. 그러나 청와대 참모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지난 일을 왜 들추느냐’라는 취지의 원망도 했다. 거기에 대해서 장하리는 ‘개혁의 승기를 잡고도 왜 실패했는지 비추어 보지 않으면 국민이 믿음을 가지지 않을 것이고 다시 일어설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결국은 인사실패가 가장 큰 원인입니다. 오히려 개혁을 구상하고 추진할 수 없도록 방해하는 인사를 한 것입니다.” 장하리가 말했다.
---「상황관리만 하고 만 결과」중에서

용건석의 두 얼굴에 대한 최선욱의 회상은 놀라운 것이었다. 용건석은 검찰총장 임명장 받던 그 날 청와대에 처음 들어와 보고 신기해 하면서 붕 떠 있고 좀 흥분돼 보였다. 그는 임명장을 받고 난 후 검찰 선배들로부터 축하를 받는 자리를 가졌다. 그 자리에서 방금 전 임명장을 받아들던 겸손한 모습과는 달리 호칭도 없이 대통령 이름을 그냥 불렀다고 전해졌다. 그 후로도 그는 ‘솔직히 말해서 대통령 어떻게 됐겠어, 내가 박근혜 수사를 안 했더라면 대통령이 됐겠어?’ 라는 말을 무용담처럼 했다고 전해졌다. 최선욱은 인터뷰에서 ‘두 얼굴’이라고 표현했으나 장하리는 ‘딴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직 검찰 고위 간부는 이렇게 말했다. “검사들은 인사 직전까지만 충성합니다. 막상 인사를 하고 나면 자기 실력으로 올라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딴 마음」중에서

‘역사는 우연인가, 필연인가’를 따지지만 긴 안목으로 보면 우연인 것은 없다. 단기간에는 비본절적인 것에 휘둘리는 듯이 보이더라도 언젠가는 본질적인 것으로 돌아오게 된다. 어느 날 경찰관 송 씨는 금융 수사분야 공부에 참고하기 위해 친구 황 경위로부터 보고서 하나를 건네받았다. 황 경위는 몇 년 전 시중에 풍문이 돌던 주가조작 사건을 내사했던 담당 수사 경찰이었다. 황 경위는 내사 종료된 그 자료를 건네준 것이었다. 그런데 그 자료를 읽어보던 송 씨는 ‘김신명’이라는 낯익은 이름을 보게 되었고 그 자료에는 김신명에 대한 언급과 함께 도이치모터스 주가 변동과 일일 거래내역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기재되어 있었다.
기사를 검색해 2019년 7월에 취임한 당시 검찰총장의 배우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런데 주가조작 의혹은 이미 총장 인사청문회장에서 야당 국회의원이 의문을 제기했었던 것이다.
---「한 경찰의 양심이 쏘아 올린 작은 공」중에서

그것을 단순히 그녀가 도이치모터스의 내부정보를 알고 미리 주식을 팔아치워 손실을 회피한 것으로만 보았다. 검사도 판사도 통정매매, 가장 매매만 보았으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2011년 10월부터 2011년 12월 사이의 산업은행의 수상한 자금 제공과 신주인수권의 흐름을 금융감독원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고 수사도 기소도 재판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신주인수권 가격 조정 수법으로 막대한 이익을 낚은 후 그 범죄수익의 행방을 찾는 것도 특별검사가 해야 할 일인 것이다.
---「특별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중에서

용건석이 명성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지 마라, 그러면 자신이 물러나겠다고 민정수석을 통해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인사권자에 대한 노골적 항명을 그냥 눈감아주었다. 장하리가 채널A 검언유착 사건으로 측근을 감싸기 위해 감찰방해와 수사방해를 한 이유로 1차 수사지휘를 했을 때 지휘를 불수용하고 검사장 회의를 소집하는 난동을 부렸을 때 두 번째 해임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놓쳤다. 그 다음으로, 용건석 총장 본인과 부인, 장모의 비리를 한데 묶어서 이른바 ‘본부장 비리’라고 하는데 장하리가 이를 수사하도록 두 번째의 수사지휘를 했을 때가 세 번째의 해임 기회였었다. 그러나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장하리가 감찰결과 확인된 비위로 대통령이 징계 의결을 재가하면서도 검찰총장의 거취를 봐주었다. 오히려 장하리를 물러나게 함으로써 용건석의 간을 더 키웠다. 그것이 네 번째 놓친 기회였다. 이런 복기만으로도 장하리는 예리한 면도날로 가슴을 도려내는 것처럼 아팠다.
---「인간성이 없는 겁니다」중에서

보름 후 소년원에서 만난 유현서가 편지를 보내왔다. “저는 ‘보호받아야 한다’는 라는 따뜻한 말을 그때 처음 들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제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힘들 때마다 제게 해 주신 말씀을 떠 올리며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추운 날씨에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옷 따뜻하게 입고 다니세요!”
그렇게 또박또박 쓴 글씨의 편지를 읽으니 유현서는 이미 사랑의 언어를 제대로 표현할 줄 아는 소년이었다.
...
“제가 현장에서 느낀 것은 아이들이 자기가 버려졌다는 느낌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실수로부터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자기 극복을 하도록 돕는 확실한 처방은 사랑의 지지를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장하리는 다시 눈을 감은 채 소년원에서 맞이한 설날 아침 소년들과 마주 앉아 떡국을 먹으면서 보았던 반짝거리던 소년들의 눈빛을 상기했다. 그때 자신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겠다는 새해 결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흐뭇했던 순간을 그려보던 장하리는 복도까지 나와 작별인사를 하는 그들에게서 사람의 향기를 느꼈었다.
---「사람의 향기」중에서

“검찰 업무는 법무부가 하는 일 가운데 하나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검찰의 법무부로 잘못 인식되어 있습니다. 법무부 개혁은 인권부로 제자리를 찾는 것입니다.”
...
한 사람이 태어나 출생에서 사망까지 국민으로서 누리는 권리와 의무를 인권적으로 보살피는 일을 하는 데가 법무부다. 범죄자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죄를 지어 수사를 받고 기소되어 재판을 거치고 수감되더라도 사회복귀를 정상적으로 할 수 있게 제대로 관여해야 한다.
---「사람의 향기」중에서

브라질의 연방판사 세르지우 모루는 이른바 ‘세차작전’이라는 음모를 꾸미고 부패를 소탕한다는 명분을 세우고 브라질 민주세력을 숙청했다. 검사와 판사들이 연합작전으로 자신들이 표적 삼은 정적을 수사하고 기소하고 구속하고 재판으로 가두는 식으로 대대적으로 제거해나갔다. 브라질 대통령 룰라도 그렇게 투옥했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언론들이 앞장섰기 때문이다. 그런 식의 민주주의 제도를 이용한 특권 엘리트의 사법쿠데타를 연성쿠데타19라고 했다. 장하리는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강하게 경고했다.
---「사라져가는 평화의 향기」중에서

2023년 봄 미국 CIA가 용산 국가안보실을 도청한 것이 드러났다. 그런데 대통령실의 반응이 무덤덤했다.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갖고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 마치 남의 나라 일인 것처럼 반응했다. 그러나 주권 침해를 당하고도 악의가 없으니 그냥 넘긴다는 것은 매우 굴종적인 처사였다. 대화를 묵묵히 듣고 있던 장하리는 지식인이 침묵만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과의 역학 관계 속에서 미숙한 검찰 정부가 국운에 치명적인 방향으로 나라를 몰고가는 것을 예리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
‘20세기 초 한반도의 운명을 미국과 일본이 결정해버린 태프트 카쓰라 밀약(1905년 7월 미 육군장관 태프트와 일본 외무대신 카쓰라 사이에 맺어진 비밀 협약으로 미국이 일본의 한반도에 대한 지배를 인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함. 그리고 일본이 그해 11월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뺏었음)처럼 다시 21세기 대한민국의 운명을 우리 국민이 모르는 사이에 바이든 기시다가 결정하고 우리 대통령이 신나서 장단을 맞추기만 한다면 평화구축은 점점 더 멀어질 것이다. 장하리는 파탄난 평화외교의 과정도 더듬어 보았다.
---「사라져가는 평화의 향기」중에서

저녁 밥을 먹고 있던 장하리의 남편은 유튜브 방송을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그는 흐르는 눈물을 감추고 있었다.
“나도 당신이 그런 일까지 겪은 줄은 몰랐네”하며 미안해 했다...
장하리는 원래의 밝은 기운으로 되돌아와 싱긋 웃어보였다.
“밥 먹고 다시 힘을 냅시다. 밥심으로 버텨야지요! ”
잠겼던 목도 다시 돌아왔다. 그녀는 살아있는 만큼 할 일도 끝이 없는 것이라고 대범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다! 조롱도 두렵지 않다. 고립도 두렵지 않다. 더디더라도 결국에는 무엇이 본질인가로 수렴되어 올 것이다.’ 그날 밤 장하리는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잤다.
다음날 아침 일찍 잠을 깬 장하리는 베란다에서 은빛을 내며 반짝이는 한강을 바라보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개혁은 관용으로 건설되지 않는다. 개혁 저항이 관용과 통합으로 포장되더라도 꿰뚫어 보고 넘어가는 용기를 심자, 무너진 본질을 회복하는 개혁의 주춧돌을 다시 만들자.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목적 없는 통합이 아니라 사회를 제대로 바꾸려는 강력한 의지의 연대여야 한다.’ 장하리의 내면에서 강한 반동의 에너지가 힘차게 올라왔다.
한여름 내내 햇볕을 받고 잘 자란 로즈마리가 한층 높아진 푸른 가을 하늘을 이고 바람에 하늘거리며 향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다시 푸른 하늘을」중에서

거짓을 분간하기 위해 거짓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거짓이 왜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알아야 한다. 거짓을 모르고 지나치면 진실도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진실은 어떤 고난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을 주지만 거짓은 언제나 역사를 퇴행시켰다. 거짓으로 눈앞의 승리를 잠시 쟁취한 듯 보이지만 머지않아 진실이 안개처럼 날려버릴 것이다. 권력의 절정에서 더 욕망을 채우려는 헛된 꿈을 꾸는 사람도 보인다. 그러나 진정한 역사의 영웅은 저 만주 벌판 극한에서도 희망의 절정을 품고 얼어붙은 겨레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한 이육사 시인일 것이다. 가장 절망스러울 때가 가장 희망의 절정에 이를 때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얼어붙은 겨레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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