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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2월 02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568쪽 | 140*210*35mm
ISBN13 9791169091961
ISBN10 116909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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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얼마 남지 않은 백발이 축축하게 젖은 채 어깨 위로 늘어져 있는 것을 바라봤다. 처진 눈두덩 때문에 돌출된 광대뼈가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한 할머니 얼굴 위의 갈색 검버섯이 열기를 쐰 탓인지 더욱 진해 보였다. 뇌우가 닥치기 전의 하늘을 무겁게 채우고 있는 먹구름 같았다. 톈두는 목욕을 하고 난 할머니의 몸이 눈에 띄게 부풀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짓무른 버섯처럼 보기 좋지 않았다.
--- p.15~16

톈두는 또 솥에 물을 가득 채웠다. 그가 장작을 더 때자 황금빛 불꽃이 민들레처럼 아궁이 속을 날아다녔다. 그는 굵은 소나무 장작을 두 덩이 더 집어넣었다. 이때 할머니가 뭔가 주저하는 듯한 모습으로 방에서 나왔다. 젖었던 할머니의 머리는 이미 다 말랐지만, 말려올리지 않고 여전히 어깨 위로 늘어져 있었다. 아주 보기 흉한 모습이었다. 할머니는 몸이 부은 데다 아래 눈두덩이가 헐렁헐렁하게 처져 있어 평소에는 청포도 두 알 같던 것이 오늘은 새빨간 등롱화燈籠花 같았다. 검버섯이 오래된 낙엽처럼 얼굴 위를 기어다니고 있었다.
--- p.34~35

톈두는 방문을 꼭 닫아걸고 옷을 다 벗은 다음 등불을 꺼버렸다. 그는 발소리를 죽여 살금살금 창가로 다가가 조용히 커튼을 당겨 열었다. 그런 다음 몸을 돌려 천천히 목욕통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먼저 두 발을 물에 집어넣었다. 뜨거운 물에 그는 부르르 몸을 떨었지만 아주 빨리 적응했다. 이어서 그는 천천히 다리를 구부리고 앉아 깨끗한 물이 자신의 가슴과 배 사이를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따스한 느낌을 즐겼다. 톈두는 머리를 목욕통 위에 얹어놓고 있어 창밖의 깊은 어둠을 바라볼 수 있었고, 밤의 어둠속에서 오래 꺼지지 않는 별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는 그 별들이 이미 망망한 어둠을 가로질러 자신의 창문 안으로 들어와 목욕통 안으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연노랑 쥐엄나무 꽃처럼 맑은 향기를 내뿜으면서 한 해의 풍진을 다 씻어버리려는 것 같았다.
--- p.46

쑤 교장은 연달아 세 번이나 물을 져 날랐다. 그가 물을 져올 때마다 하늘도 조금씩 노쇠해갔다. 그가 물 항아리를 가득 채울 때면 날은 이미 누런 가을처럼 늙어 있고 리쑤산은 빨래를 마친 상태였다.
--- p.58

허공에는 여전히 희미하게 달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달이 밤새 타고 남긴 회색 재였다.
--- p.68

해빙 시기의 진흙탕은 고름이 흘러내리는 상처 같았다. 이런 상처를 치료하는 것은 햇빛이었다. 맑은 날이 며칠 지속되기만 하면 이 상처는 크기가 점점 줄어들어 딱지가 앉았다. 쑤저광이 떠나고 나서 샤오야오링에는 시종 봄 햇살이 찬란했다. 겨우 닷새 만에 길 위의 진흙탕은 아주 작게 쪼그라들었고 사람들은 길을 걸을 때 가슴을 쫙 펴고 고개를 꼿꼿하게 들고 다녔다. 이날 정오에 칭펑에서 시외버스가 도착하고 사람이 한 명 내렸다. 중산복 차림의 쑤저광이었다.
--- p.88~89

그는 대지에 뿌려진 퇴비가 아내의 마음속에 차지하고 있는 무게를 알 것 같았다.
--- p.92

그러면서 내가 흰 가운을 입었을 때는 항상 앞당겨 나 자신에게 조문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p.105

해는 서산에 지고 있었다. 파란 서쪽 하늘에 몇 가닥 붉은 저녁놀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어떤 아가씨가 서둘러 약속 장소로 달려가다가 바쁜 나머지 얼굴의 연지를 미처 지우지 못한 것 같았다.
--- p.133

후다오는 차 한 봉지와 말린 대추 한 봉지를 품에 안고 있었다. 너무 급한 마음에 깜빡 잊고 모자를 쓰지 않고 온 모양이었다. 머리 위에는 하얀 눈이 한 겹 두껍게 얹혀 있었다. 눈처럼 하얀 밀가루 떡을 머리에 이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두 귀는 얼어서 산사나무 열매처럼 요염하게 붉었다.
--- p.175~176

지시의 새까만 머리카락 위에 마른 풀 부스러기가 내려앉았다. 녹갈색 북데기에는 아직 풀 향기가 남아 있었다. 가을날의 황혼이 숲속 나뭇잎들에게 무거운 느낌을 더해주었다. 희미한 아침 서리는 유리창에 신선한 눈물의 흔적을 남겼다.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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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적으로 따져볼 때, 츠쯔젠보다 환경을 더 잘 활용하는 작가는 드물다. 츠쯔젠은 북방의 자연을 완벽하게 문학적으로 체현하고 있다.
- 쑤퉁 (소설가)
나는 츠쯔젠 소설의 충실한 독자다. 그의 소설에는 다른 작가들이 써내지 못하는 자연이 있다. 중국의 당대 소설들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주류로 다루는 반면,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소홀히 하고 있다.
- 아라이 (소설가)
츠쯔젠의 문학적 천재성은 북방의 숲과 채소밭, 강가, 말 썰매……에 새겨져 있다. 그의 삶과 영혼과 노래가전부 여기에 있다.
- 쩡진난曾鎭南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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