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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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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부작 사부작 오월의 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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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4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372g | 153*198*20mm
ISBN13 9788996725015
ISBN10 8996725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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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의 따뜻했던 봄바람이 마음에 들어와 살랑살랑 움을 틔었다.
이 몽글거리는 느낌이 전해지길

07:00 a.m. 여행은 언제나

회사 휴가 날짜 문제로 친구 Y가 먼저 전주에 내려가게 되어, 일정이 출발부터 살짝 꼬였다. 덕분에 예약해 둔 영등포발 열차표는 살뜰히 취소하고, 나는 강원도에서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전주행 버스엔 나와 운전기사 아저씨를 포함해도 여섯 명이 전부였다. 바리바리 짐을 든 할머니와 뿔테 안경을 쓴 청년, 연한 치마 정장 차림의 여자, 세로 줄무늬 셔츠의 아저씨가 차례로 자리를 잡았다. 버스는 곧 출발했다.

소풍 전날 잠 못 이루는 나이는 이미 한참 전에 지났는데도, 간밤에 잠을 설치는 바람에 전주로 가는 세 시간 반 남짓을 꾸벅꾸벅 졸 수밖에 없었다. 버스는 도중에 십오 분 정도 논산 근처의 벌곡 휴게소에서 쉬어 갔다. 비몽사몽간에 기지개를 켜며 남동생을 육군훈련소에 들여보내던 몇 년 전을 생각했다. 그때도 수요일이었다.

남쪽으로 향하는 동안 해는 솟고 마침내 날씨는 완전히 개어서 전주시외버스터미널에 내렸을 땐 하늘이 아주, 파랬다. 그런데 이번엔 카메라가 말썽을 부린다. 함께 탔던 사람들 모두가 바삐 사라진 후에도 나만 덩그러니 하차장에 서 있었다. 카메라를 어떻게 한담. 결국, 숙소에 먼저 들르려던 계획을 바꾸어 카메라 수리점이 있다는 영화의 거리에 가 보기로 했다. 여행의 시작부터 사진을 못 찍으면 너무 아쉬우니까. 어깨를 으쓱하고 발을 내딛는다. 여행은 언제나 설레지만, 또 여행은 언제나 계획대로 풀리지 않는다. 늘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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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a.m. 오월은 푸르구나

마침 이제 막 달리기를 시작하는 모양이다. 유치원생들부터 짝꿍과 손을 잡고 출발선 뒤에 모여 하나! 둘! 셋! 열을 맞춰 앉는다. 뒷줄에선 모래 장난이 한창이고 제일 첫 줄의 아이들은 달릴 준비를 하며 야무지게 주먹을 쥔다.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출발! ‘아장아장’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게 달리는 아이들. 먼저 줄의 친구들이 달리는 동안 차례를 기다리는 나머지는 신이 났다. 손뼉도 치고 만세도 부른다. 달려! 외치기도 한다. 선을 벗어나는 아이, 달리다 말고 출발선으로 돌아오는 아이… 한 명은 달리다 말고 멈추어 버려서 선생님의 손에 이끌려 다음번에 출발한 아이들과 동시에 결승선 테이프를 끊는다. 출발신호 총소리에 놀라 우는 아이도 나온다. 도착점에선 선생님들이 저마다 1등, 2등, 3등으로 들어온 아이를 찾아 손등에 도장을 꾹 찍어주고 있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구경꾼들도 자기 일처럼 박수를 보내며 웃고 신 나게 떠든다. 아이들이 자라는 푸른 오월이다.

달리기가 끝나고, 결승선 나무그늘 밑 책상에는 선생님들이 두고 간 도장이 덩그러니 남았다. 1등 도장을 찾아 손등에 꾹 찍고 Y는 자기 운동회인 것처럼 마냥 신이 났다. 참 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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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0 a.m. 토요일 아침

한옥마을엔 600살이 넘은 커다란 은행나무가 있다. 벌레가 슬지 않는 은행나무처럼 부정에 물들지 말자는 조선 선비들의 정신이다. 나무 아래서 심호흡을 다섯 번 하면 나무의 정기를 받게 된다는 글귀를 보고, Y와 나는 은행나무에 다가가 힘껏 심호흡을 했다. 두세 번째부터는 정말로 손끝까지 상쾌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정기를 받았나 봐! 조금 호들갑을 떨어본다.

가장 부지런한 곳은 은행나무길의 청수약국. 늘 밤늦게까지 불을 밝히고 있던 약국은 아침에도 가장 먼저 활짝 문을 열고 햇살을 초대했다.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문 앞길을 비질하고 계신다. 좁은 은행나무골목이 널찍한 은행나무길이 되고 쇠락했던 한옥마을이 유명 관광지로 탈바꿈하는 동안, 전주 토박이 약사 할아버지는 30년이 넘게 한결같이 이렇게 아침을 열어 왔다. 아니, 변함이 없는 건 아니다. 주민이 줄어들며 약국을 찾는 손님 줄어들었단다. 그 때문인지 약국의 절반은 공방으로 탈바꿈했지만 나머지 절반은 아직 옛 모습 그대로다.

어제 비를 맞은 탓에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다고 했더니, 따끈한 약 한 첩을 내어 주신다. 지금 바로 쭈욱, 들이키란다. 약의 효험 덕분에 감기 기운은 가시고 남은 이틀을 기운차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한옥마을에 처음 왔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나는 청수약국의 빅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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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0 p.m. 전주다움

경기전 앞엔 사람들이 가득하다. 높지 않게 둘린 담장과 알록달록한 봄꽃들 사이사이. 푸른 철릭과 구군복을 입은 수문장이 경기전의 문을 지킨다. 관람객들의 사진 요청에, 괜스레 근엄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자못 귀엽다.

경기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사고(史庫)다. 규모가 거대한 것도 문화재로서 탁월한 가치를 지닌 것도 아니지만 전주답다고 할까. 임진왜란 때 전주사고가 불탔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왕조실록이 지금까지 보전된 건, 왜군이 몰려온다는 소식에 머슴들을 데리고 달려온 선비와 경기전을 지키던 말단 참봉 덕분이다. 태인(정읍)의 선비 안의와 손홍록은 모두 64궤짝이나 되는 실록 804권과 태조 어진을 내장산으로 옮기고 383일간 밤낮으로 지켰다고 한다. (생활 한복을 입은 문화관광해설사님에게 귀동냥으로 들은 내용이다.)

전쟁통에 목숨을 걸고 고군분투했을 장면을 생각하니 경외심마저 들었다. 충성심이라는 케케묵은 교훈을 말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안녕보다 추구하는 가치를 중하게 여기는 그 마음가짐에 대해서다. 왕정은 사라졌지만 ‘선비정신’은 여전히 가치를 잃지 않았다. 이런 것들이야말로 전주에서 봐야 하는 진짜 모습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이런 역사적 무게보다, 가볍게 산책하기 좋다는 것 자체로 충분한 게 아닌가 싶다. 전주사고 기둥마다 쪼르르 앉아 있던 동인천의 까까머리 중학생들, 나이 든 사립문 사이로 숨바꼭질하는 꼬마들의 까르르 웃음소리, 손을 잡은 주말의 연인들, 아마추어 사진가, 차분하게 걷는 수녀님. 말에서 내리지 않곤 감히 앞을 지나치지도 못했던 신성한 왕의 공간이 이제는 시민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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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p.m. 마무리

분에 맡겨 둔 가방을 꺼내어 나오려는데, 아주머니가 너무 서둘지 말라면서 주스와 떡을 내어 주셨다. 덕분에 발걸음이 한 번 더 늦춰졌다. Y도 S 언니도 1층 거실에 나란히 앉아 말없이 창밖을 내다보았다. 첫날보다 부쩍 나뭇잎들이 무성해졌다는 걸 알았다. 깊어진 봄, 닷새, 참 짧은 시간이었다.

안녕, 다음에 또 봐요.
여름이 자분자분 다가오고 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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