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된다는 건 정말이지 너무나 어려운 일이야. 그러니 남는 건 악마가 되는 일이지.” 데 제르미가 말했다. “모 아니면 도인 셈이지. 무기력에 대한 혐오, 평범한 것에 대한 증오, 그게 아마 악마 숭배에 관한 가장 너그러운 정의들 중 하나일 거야!”
“아마 그럴 걸세. 성인이 선행의 위업을 달성하는 데서 자부심을 느끼듯이 누군가는 범죄의 업적을 쌓는 데서 자부심을 느낄 수도 있지. 질 드 레의 본질이 바로 그거야!”
--- p.91
“그런데, 자네 얘기는 이상하군.” 뒤르탈이 말했다. “결론적으로 현대에서는 악마주의의 중요한 일이 마법 의식이라는 것이지 않은가!” “그렇다네. 그리고 주술이며, 몽마(夢魔)며 몽정마녀(夢精魔女)에 대해서는 내가 이야기해주지. 아니, 차라리 그 문제들에 대해 나보다 더 전문가인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서 자네에게 이야기해주겠네. 신성모독적인 미사, 주술, 그리고 몽정마녀, 이것들이 악마주의의 진정한 정수라네!”
--- p.116
이 짐승은 다정다감하고 아양을 잘 떨었지만 성격이 지나치게 까다롭고 교활했다. 어떠한 환상도, 어떠한 일탈도 인정하지 않았고, 같은 시각에 일어나고 잠잘 것을 요구했다. 불만스러울 때면 침울한 눈빛 속에 아주 분명하게 분노의 낌새를 보이곤 했는데, 주인인 그는 그러한 느낌을 잘못 감지한 적이 없었다.
그가 저녁 열한 시 이전에 되돌아올 때면 고양이는 현관에서 그를 기다렸고, 그가 방 안에 들어서기도 전에 문에서 나무 문을 긁어대며 야옹거리곤 했다. 그러고 나서 슬픔을 호소하는 듯한 녹색 기운이 도는 황금빛 눈동자를 굴리며 그의 바지에 자신의 몸을 문지르고, 가구들 위로 뛰어올라 말처럼 뒷발로 일어서서, 그가 다가가면 우정의 표시로 머리를 그에게 디밀곤 했다. 열한 시가 지나면 고양이는 그의 앞을 지나가지 않았고, 그가 가까이 가도 일어서기만 했으며, 등을 둥글게 하긴 했지만 애정을 나타내지는 않았다. 더 늦은 경우에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그가 감히 머리를 쓰다듬거나 목 아래쪽을 긁어주기라도 하면 불평하듯 그르렁거렸다.
--- p.123~124
“여러 해를 두고 토론해도 끝없을 그러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이제 그만 파고들고요, 나로서는 인간이 완벽해질 수 있다고 상상하는 그 유토피아의 단순성이 존경스럽군요!” 뒤르탈이 소리쳤다. “하지만 천만에요, 결국 인간이라는 피조물은 태생적으로 이기주의자이고 기만적이며 비열합니다. 당신들 주변을 둘러보세요, 자! 끝없는 투쟁, 파렴치하고 인정머리 없는 사회, 부유한 부르주아들에 의해, 고기깨나 먹고 지내는 사람들에 의해 이리 쫓기고 저리 쫓기는 가난한 사람들, 비천한 사람들을요! 어디에서나 승리는 악당들이나 보잘것없는 사람들이 거둬가고, 영예는 정치판이나 은행을 거머쥔 불한당들이 차지하잖아요! 당신들은 그러한 흐름을 거스를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아닙니다, 인간은 결코 변한 적이 없습니다. 인간의 영혼은 창세기 때에도 곪아 있었고, 현재도 그때 못지않게 부어 있고 악취를 풍기고 있습니다. 인간이 범하는 죄악들의 형태만이 변했을 뿐이에요. 진보한 바가 있다면, 악덕들을 세련되게 만드는 위선이 그렇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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