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연결 고리는 이제 크리에이티브의 가치를 끌어들이고 싶어 한다. 하나의 크리에이티브가 강이 어는 과정을 거쳐 단단하게 얼게 된 순간, 창작의 과정을 거쳐 세상에 등장해 새로운 가능성을 펼쳐나가는 순간, 그 크리에이티브가 창출하는 브랜드 가치와 영향력은 상당하다. 하나의 제품, 하나의 공간, 하나의 서비스를 넘어, 브랜드나 회사에 전혀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할 수 있는 자신감과 배경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크리에이티브가 온전히 세상에 드러나기 전까지는, 얼고 있는 과정에서는 그 포텐셜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강이 어는 과정」중에서
크리에이티브는 결과에 대한 언어가 아니다. 무언가를 새롭게 또는 다르게 떠올려보는 딱 그 ‘과정’에 대한 언어이다. 그리고 떠오른 그 무언가를 드러내고 표현했을 때 비로소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어떡하지.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오르기는 했는데, 상당히 별로일 수 있다.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봐도 좋다. 생각은 기억과 자극을 매개로 제멋대로 흘러왔다 흘러갈 뿐,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을지는, 떠오른 생각에게는 관심사가 아니다. 그 생각을 표현할지 여부는 결국 자기 검열로 결정된다. 검열 과정에서 수많은 아이디어와 생각이 탈락한다. 자기 검열의 확고한 기능에 기대기보다, 불확실성을 안고서라도 표현하고 드러내는 용기를 발휘하는 것이 크리에이티브가 아닐까 싶다.
---「스마트와 크리에이티브」중에서
브랜드에 따라 변화의 방향과 정도는 다양하다.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스타일의 옷을 입기도 하고, 입던 옷을 리폼해서 새로운 느낌을 가미하기도 한다. 변화에 크게 개의치 않고 지금까지 입어온 옷을 계속 입는 경우도 있다. 유행을 크게 타지 않는 스타일이라면, 스타일을 바꾸지 않음으로써 훨씬 강력한 인상을 쌓아갈 수도 있으니까. 옷을 어느 정도로 갈아입을지는 브랜드의 선택이지만, 중요한 사실은 어떤 옷을 입든지 뚜렷한 스타일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는 점과, 자주 갈아입지는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애매한 스타일은 스타일로 인정받지 못하고, 스타일을 자주 바꾸면 스타일이 없는 브랜드가 되어버리고 만다. 스타일에 정답은 없다. 내가 자신 있게 입어서 나다운 스타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키고 싶은 것」중에서
디자인을 바꾸는 성형은 그 범위가 커질수록 브랜드가 그동안 쌓아온 강력한 무기의 화력을 심각하게 약화시킨다. 감각적이고 자극적인 브랜드가 끊임없이 태어나고 있지만, 시간을 압축해서 쌓아갈 방법은 없다. 브랜드는 고객에게 인사하고 선택받은 시간만큼 그 얼굴과 함께 기억되고 추억된다. 고객의 관심과 애정은 온라인상에서도 그 얼굴과 함께(고객이 찍어준 사진이 많을 테니) 차곡차곡 쌓여간다. 브랜드는 고객에게 단 한 명의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가 아니다. 언제든 사귈 수도 헤어질 수도 있는 존재이다. 고객이 지금 사귀고 있는 다른 브랜드의 얼굴을 계속 힐끔거리다 보면, 그와 비슷해지고 싶은 욕구가 강해질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가 갖추어야 할 얼굴 은 이상형이 아니라, 자기애를 바탕으로 한 또렷한 인상이다.
---「증명사진과 디자인 리뉴얼」중에서
디자인이 아름다운 멜로디라면, 디자이너를 넘어서는 공명을 음악과 연주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이라고 상상해 본다. 어떤 연주자에 의해, 어떤 악기 편성으로, 어느 무대에서 연주될 것인가. 이 모든 선택과 준비 과정을 거쳐 음악은 관객을 만난다. 그 무대는 작곡가, 편곡자, 연주자, 공연기획자를 거치고, 시점을 더 넓히면 악기 제작자, 무대 연출가, 극장 건축가 등 수많은 사람이 담아낸 가치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다.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에 따라, 그 음악과 연주는 상품의 모습을 하고 있을 수도, 공간이나 서비스의 모습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공명의 첫 음이 디자인에서만 발현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역할이든 공명의 출발점이 되기도 하고, 공명하는 동반자가 되기도 한다. 당연하게도, 모두가 함께 공명할 때 최고의 연주가 펼쳐진다.
---「공명」중에서
가장 어려운 대화 중 하나는 구성원들과의 대화다. 동일한 사람이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직급이 달라지는 순간 말의 무게와 영향력은 달라진다. 아무리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자고 한들, 상대방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구성원 입장에서는, 편하게 이야기하라고 하지만, 그 내용이 추가적인 업무나 부정적 평가로 되돌아올 수 있는(그렇게 느낄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구성원들의 대화 상대가 되기를 지향하고는 있지만, 지향만 하고 있을 뿐 실제로는 어떤지 감히 이야기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대화 상대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의 끈을 놓지 않는 건 창의성에는 직급이 없기 때문이다. 파릇파릇한 발상은 떠오른 상태에서 편안하게 말로 표현되지 못하면, 그대로 자취를 감추고 만다. 창의성의 손실이 발생하는 순간이다. 회사를 위해서도 개인을 위해서도 이러한 손실은 적을수록 좋다. 특히 창의성이 발현되어야 하는 조직에서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구성원들이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이끄는 리더들이 부럽다. 아마도 대화법의 스킬을 넘어서는 인성과 성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대화 상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