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마음으로 즐기는 달콤한 봄날 아침과도 같은 환희가 내 영혼을 온전히 사로잡았다네. 마치 내 영혼을 충만하게 하려고 만들어진 것 같은 이곳에서 혼자 지내는 맛을 만끽하고 있어. 나는 정말 행복하다네, 친구여. 고요한 존재의 감각에 빠져 지내느라 그림 그리는 일에는 소홀해진 것 같아.
--- 「1부 5월 10일」 중에서
그녀가 내 손 위에 자기 손을 올려놓으며 조용히 말했어.
“클롭슈토!”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흐르고 있을 그 찬란한 송가를 떠올릴 수 있었고, 그녀가 암호 같은 외마디 말로 나에게 쏟아붓는 벅찬 감정의 물결에 잠겨버리고 말았다네.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머리 숙여 그녀의 손에 입을 맞추며 환희의 눈물을 흘렸어. 나는 다시 그녀의 눈을 보았지. 고결한 시인이여! 그녀의 눈빛에서 당신을 우러르는 마음을 보았어야 합니다. 나는 이제 로테 외의 사람이 당신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며 모독하는 걸 견딜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1부 6월 16일」 중에서
그녀가 나를 사랑하다니! 그녀가 나를 사랑하게 된 후로 나 자신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숭배하게 되었는지 몰라. 자네에게 거리낌 없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건 자네가 이런 걸 이해하기 때문이라네.
이건 주제넘은 착각일까, 아니면 우리의 관계를 정확하게 감지한 걸까? 나는 로테의 마음에 누가 자리 잡고 있든 두렵지 않아. 그렇지만 그녀가 온기와 사랑을 가득 담아 약혼자에 관해 말할 때면, 모든 명예와 직위를 박탈당하고 대검마저 빼앗긴 느낌이라네.
--- 「1부 7월 13일」 중에서
답답한 꿈에서 깨어나 멍한 아침이면 나는 헛되이 그녀를 향해 팔을 뻗는다네. 초원에서 그녀 곁에 앉아 그녀의 손을 잡고 천 번의 키스를 퍼붓는 행복하고 순진한 꿈을 꾸는 밤이면 나는 헛되이 그녀를 찾는다네. 비몽사몽간에 더듬더듬 그녀에게 다가가려다 잠이 깬다네.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에 눈물이 터져 나오고, 나는 암울한 미래를 마주한 채 운다네.
--- 「1부 8월 21일」 중에서
나는 떠나야 해! 흔들리는 나의 결심을 확고하게 해줘서 고맙네, 빌헬름. 벌써 2주째 그녀를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고 있어. 떠나야 해. 로테는 요즘 또 시내에 사는 그녀의 친구 곁에 가 있다네. 그리고 알베르트는…… 나는 떠나야 해!
--- 「1부 9월 3일」 중에서
하얀 눈이 반짝이는 전원에 해가 집니다. 눈보라는 지나갔어요. 나는 다시 나의 철장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잘 있어요! 알베르트와 함께 있나요? 당신은 어떻게……? 하느님, 이렇게 묻는 저를 용서하소서!
--- 「2부 1월 20일」 중에서
아니, 괜찮네! 다 괜찮아! 내가 그녀의 남편이라면, 오, 나를 지으신 하느님, 당신께서 제게 그런 축복을 내리셨다면, 저의 전 생애는 매일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하나의 기도였을 겁니다. 그렇지만 불평하지는 않겠습니다. 이 눈물과 저의 헛된 욕망을 용서해주십시오! 아, 그녀가 나의 아내라면! 태양 아래 가장 아름다운 그녀를 내 품에 안을 수 있다면. 빌헬름, 알베르트가 그녀의 가녀린 허리에 팔을 두를 때면 나는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네.
--- 「2부 7월 29일」 중에서
내가 이렇게 그녀만을 강렬하게, 완전하게 사랑하며 그녀 외에 다른 무엇 하나 의식하지도, 생각하지도, 소유하지도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이 그녀를 사랑하고, 사랑하도록 허락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네!
--- 「2부 9월 3일」 중에서
로테는 베르테르의 손을 잡으며 간청했습니다.
“제발, ‘적당히’ 하는 법을 배우세요! 당신의 품성, 폭넓은 지식, 재능이라면 얼마든지 다양한 기쁨을 맛보실 수 있잖아요! 남자답게 용기를 내서 넓은 세상을 바라보세요! 당신을 가엾게 여기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여자에게 매달리는 대신 다른 데서 삶의 의미를 찾으세요.”
베르테르는 이를 악물고 침울한 표정으로 로테를 바라보았습니다. 로테가 그의 손을 잡고 말했습니다.
“잠시라도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세요, 베르테르! 당신 자신을 기만하고 있다는 거 모르시겠어요? 의도적으로 자신을 파괴하고 있다고요! 왜 저인가요, 베르테르? 하필이면 이미 다른 사람의 여자가 된 저를요? 저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더 저를 원하는 건 아닌가요?”
--- 「2부 편자로부터 독자에게」 중에서
세 사람 중 하나가 가야 한다면, 내가 그 하나가 되겠다는 것이지요! 오, 나의 사랑! 내 찢긴 가슴에서는 종종 당신의 남편, 또는 당신, 또는 나를 살해하는 상상이 날뛰곤 했습니다. 그러니 내가 떠나야지요! 감미로운 여름날 저녁 산에 오를 때, 나를 기억해줘요. 내가 얼마나 자주 그 계곡을 타고 올랐었는지. 그리고 무성한 들풀이 석양빛을 받으며 바람에 흔들리는 묘지로 눈을 돌려 내 무덤을 바라봐주길. 편지를 쓰기 시작할 때는 차분했는데, 쓰는 동안 모든 기억이 너무도 생생하게 떠올라 지금은 어린애처럼 울고 있답니다.
--- 「2부 편자로부터 독자에게」 중에서
알베르트, 자네의 우정에 이런 식으로 보답하는 나를 용서해주게. 내가 자네 가정의 평화를 흔들고, 자네 부부 사이에 불신의 씨를 뿌렸어. 잘 있게! 이제 모든 걸 끝내고 싶어. 아, 나의 죽음으로 자네 부부가 화평해질 수 있다면! 알베르트! 알베르트! 천사 같은 그 여인을 행복하게 해주게! 자네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하기를!
--- 「2부 편자로부터 독자에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