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에 따르면, 이제 막 어미가 되었음에도 어린 새끼에게 접근하기 위해 복잡한 미로를 파악하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을 만큼 어미 쥐의 새끼회수본능은 강했다. 심지어 자기 새끼에게 가기 위해서라면 전기가 흐르는 격자판도 건넜다. 갓 엄마가 된 쥐들이 새끼에게 가기 위해 전기 충격을 참고 견뎠다. 다른 유혹 가득한 보상과 새끼회수(offspring retrieval) 동기의 상대적 강도를 비교해 증명이라도 하듯, 어미 쥐들은 먹이 혹은 물을 얻기 위해서나 심지어 짝짓기 같은 보상을 얻을 때보다 자기 새끼에게 접근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그리고 아주 많은 횟수로 가로질렀다. 과학적 연구에서 ‘새끼회수’라고 언급하는 이 본능적 행위는 새끼를 낳은 직후 며칠에 걸쳐 뚜렷이 나타난다.
---「20~21쪽, ‘프롤로그: 부지런한 어미 쥐가 보여준 신기한 사례’」중에서
새끼를 회수하려는 기본 욕구는 일찍이 새끼를 돌보는 포유류 사이에서 발달했다. 이런 새끼회수반응과 돌봄반응이 낯선 어른에 의해 일어날 수도 있는데, 우리는 이를 가리켜 ‘이타주의’라고 한다. (…) 그런데 무력한 아이를 회수하려는 본능은 우리가 특정 상황에서(예를 들어, 부모로서 신생아의 요구에 직면했을 때) 동기를 부여하는 자극을 찾는 방식으로 우리의 유전자와 뇌 그리고 몸속에 내재하고 있다. 이 유전적 유산으로 인해 우리는 아기를 돌봐야 하는 상황, 즉 도움이 필요한 상대가 낯선 사람이거나 심지어 다른 종일 경우라도 이타적 욕구가 발생하게 된다.
---「43~44쪽, ‘제1장 이타적 욕구란 무엇인가’」중에서
새끼를 회수하는 어미 쥐와 불타는 건물이나 차가운 물속에 뛰어드는 인간에게서 관찰되는 유사점들은 두 행동의 상동관계를 나타낼 수 있다. 갓 태어난 포유류 새끼들은 무력하고 발달 속도가 느리므로 생존을 보장받기 위해 도움이 절실하다. 새끼회수와 인간의 이타적 행동은 이런 포유류 공통의 요구에서 진화했으므로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비록 개체, 성별, 발달 시기, 종에 따라 각기 다른 생태학적 요구에 맞춰 변경될 수 있지만, 행동에 관여하는 신경 및 신경호르몬 메커니즘 역시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다.
---「89쪽, ‘제2장 쥐의 새끼돌봄과 인간의 이타주의 사이 유사성’」중에서
설치류의 능동적 돌봄은 시상하부의 특정 영역과 특정 신경운동 그리고 동기가 필요한데, 동기는 사람들이 피해자에게 공감하더라도 왜 항상 돕지 않는지, 피해자를 목격했을 때 흥분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고통스러우면서도 왜 돕기를 마다하지 않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금까지 영웅적 행동은 위로처럼 수동적인 형태의 도움을 설명하는 공감 기반 이타주의 모델에 통합되기 어려웠지만, 능동적 돌봄을 설명하는 데는 유익하다. 나는 이 책 전반에 걸쳐 ‘능동적 돌봄’ 대신에 ‘이타적 반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동일 신경회로의 자극을 받아 발생하는 비교적 덜 물리적인 도움행동은 물론이고, 영웅적인 구조행동과 같은 말 그대로의 회수행동도 모두 포괄하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132~134쪽, ‘제3장 다양한 형태의 의타주의’」중에서
천성과 양육 사이의 엄격하고 비현실적인 구분은 이해가 어려운 플라톤 철학의 형상과 같다. 과학자들은 새로운 연구 결과를 두고 인터뷰를 할 때마다 거의 매번 “그러니까 이것은 타고나는 것입니까? 아니면 길러지는 것입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 (…) 내가 공감을 주제로 강연할 때마다 공감이 타고나는 것인지 아니면 길러지는 것인지를 묻는 사람이 꼭 있다. 내가 대학원생이던 시절, 미국심리학회가 발간한 잡지 〈모니터〉에 실린 과학전문기자 베스 에이자의 기사 제목이 이 점을 정확히 포착하고 있었다. ‘천성과 양육, 상호 배타적이지 않은 두 영역’이라는 간결한 제목은 그 후로 관련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인용되고 있다.
---「150쪽, ‘제4장 본능이란 무엇인가’」중에서
트라이아스기 후기에 출현한 초기 포유동물들은 장기간 새끼돌봄을 하기 전에 먼저 먹이와 짝짓기 대상부터 얻어야 했으므로 새끼돌봄이 처음부터 이 보상 시스템의 대상은 아니었을 것이다. ‘돌봄 시스템’이나 ‘새끼돌봄 회로’ 같은 용어를 들었을 때 사람들은 새끼돌봄 시스템을 구성하는 뇌 영역들이 새끼를 돌보는 행동만을 위한 것이라고 유추하기 쉬우므로 신경계의 영역 일반성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뇌 영역은 오직 한 가지 행동만 지원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내가 늘 학생들에게 말하지만 “이타주의를 담당하는 뇌 영역은 따로 없다!” 물론 대뇌피질을 여러 부분으로 나눴을 때 어떤 영역은 얼굴, 집, 회수해야 하는 새끼 등 특정 정보를 선호한다. 하지만 비슷한 정보나 자극으로 활성화되는 더 큰 시스템도 결국엔 참여한다.
---「194쪽, ‘제5장 신경학적 관점에서 설명하는 이타주의’」중에서
이타적 반응 모델에 따르면 우리는 무력한 아기의 처지와 비슷한 상황일 때 타인을 돕도록 고무된다. 즉, 돕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엄밀히 말해, 유아에게 내재하는 고유의 특징은, 심지어 그 특징을 지닌 피해자가 어른이거나 모르는 사람일 때도 우리의 반응욕구를 자극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 그러나 우리가 행동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만성적인 요구나 숨겨진 고통, 직접 목격하지 못한 문제들은 우리의 동기부여를 가로막기도 한다. 피해자의 특징들은 온오프 스위치처럼 홀로 작동하지 않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로서 주어진 상황에서 가장 이로운 반응을 도출한다는 목표로 보통의 역동적인 정보처리 과정을 통해 암암리에 신속히 통합된다.
---「281~282쪽, ‘제6장 이타적 반응을 촉진하는 피해자의 특징’」중에서
이타적 반응 모델에서 가장 강렬한 목격자 특성은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영웅적 행동의 경우에는 성공할 수 있다는 암시적?명시적 예측은 운동 전문성과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의 기부가 변화를 가져오리라는 믿음 아래에서 제공하게 되는 보다 일반적인 유형의 돕기행동에는 ‘자기효능감’도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이타적 반응은 중대하고 어려운 문제일지라도 개인의 작은 행동을 통해 구체적인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촉진되어야 한다.
---「312쪽, ‘제7장 이타적 반응을 촉진하는 목격자의 특징’」중에서
이타주의에 관한 대부분의 이론들은 우리가 피해자와 관련 있고, 도움을 제공하면 보답받을 수 있고, 사려 깊은 사람처럼 행동하려 한다는 기본 원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타적 반응 모델은 그 원리에서 벗어난 형태의 도움행동까지 다루는 유일한 이론으로서 남을 돕는 결정은 의식적 사고가 필요 없고, 무력한 자기 새끼에게 반응할 때와 비슷한 욕구를 느낄 때는 모든 종에 통용되는 메커니즘에 의존한다고 가정하고 있다.
---「350쪽, ‘제8장 이타적 반응 모델과 다른 이론의 비교’」중에서
이타적 반응 모델은 외현적 운동 반응을 유일하게 강조한 이론이다. 공감과 이타주의는 흔히 대대적인 명시적 사고와 숙고가 요구되는, 고차원적이고 추상적인 인지 능력에서 나오는 것으로 묘사된다. 우리는 분명 누군가를 도울지 말지에 관해 열심히 그리고 오래 생각한다. 그러나 뇌는 경험으로부터 배우고 재빨리 결과를 예측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특히, 운동계는 우리의 몸이 무엇을 성취하고 무엇을 성취할 수 없는지, 반응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무엇인지, 얼마나 빨리 반응할 수 있는지에 관한 전문가적 지식을 암암리에 자연스럽게 생산하는 ‘전문성’에 의해 정의된다. 운동계는 예측을 상당히 잘하고 정확하며, 의식적 숙고 없이 그 순간 행동해야겠다는 결정을 내릴 때 핵심을 이룬다. 이타적 반응은 행동, 즉 운동계가 관여하는 엄밀한 의미의 운동 행위로 이해되어야 한다.
---「373-374쪽, ‘에필로그: 왜 지금 이타적 반응 모델을 고려해야 하는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