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은 없습니다. 아이는 스스로 돌이킬 수 없는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이 '원칙'이라고 나는 썼습니다. 그러면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돌이킬 수 없는 일을 하게 될 때, 아이가 중지하고 멈추어 서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나는 거기에 대해서 아이 때부터 생각해왔던 덕택에 하나의 대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것이지만, 효과가 있다는 사실 또한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을 기다려 보는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일이든 이제 나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할 때, 어쨌든 '어느 정도의 시간을 기다려보는 힘'을 가지고, 이제 틀렸다고 체념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p.191
살아가기 위한 - 살아남기 위한 - 선택은 결국 혼자서 하는 수 밖에 없스니다. 내게도 필사적으로 그렇게 해야만 할 때가 찾아오겠지, 이렇게 나는 생각했습니다. 그 때 그 소녀처럼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더욱이 새로운 지붕을 타고 떠내려가는 소녀의, 작았지만 당당했던 - 위엄이 있었던 - 모습에 다가가고 싶다. 내가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도 말입니다....
--- p.130
다만 나는 여러분에게 어릴 때 여러분이 시작하는, 자기를 위한 공부는 중단하지 않고 평생 계속할 수가 있다는 사실을,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이였을 때, '좋았어, 이렇게 살아가자'고 생각하고, 그래서 자기 나름대로 시작하는 삶의 방식은 평생 계속된다는 것도 말해두고 싶습니다.
--- p.116
나는 다시 이렇게 생각합니다. 지금은 이미 그 노인만큼 나이를 먹은 내가 고향의 숲으로 돌아가서 아직 아이인 채로 있는 나를 만난다면 무슨 말을 할까?
'너는 어른이 되어도 지금 네 속에 있는 것을 계속 지니게 될거야! 공부도 하고 경험도 쌓아서 그것을 키워 나가기만 하면 돼. 지금의 너는 어른인 너에게 계속되어 있어. 그건 네 등뒤의 과거의 사람들과, 어른이 된 네 앞의 미래의 사람들을 잇는 것이기도 해.
'너는 아일랜드의 시인 예이츠의 말을 빌린다면, "자립한 사람(upstanding man)"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이 나무처럼 그리고 지금의 너처럼, 곧게 서서 살아가기 바란다! 행운을 빈다. 안녕, 언젠가 다시 어딘가에서 만날 거야!'
--- p.202
그럼에도 나는 전쟁이 끝나고 한 달이 지나자 제대로 학교에 나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까닭은 여름 중간까지는 천황이 '신'이라면서 그의 사진에 인사를 하게 하고, 미국인은 인간이 아니라 귀신이나 짐승이라고 말씀했던 선생님들이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이제는 완전히 반대로 말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 p.12
그 이야기들 중 하나는 골짜기 마을 사람한테는 저마다 '나의 나무'로 정한 나무가 숲의 높은 곳에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의 혼은 그 '나의 나무'의 밑동 - 뿌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 에서 골짜기로 내려와서 인간의 몸 속으로 들어가고, 죽을 때에는 몸이 없어질 뿐이고 혼은 자기 나무가 있는 곳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내가 '나의 나무'는 어디에 있느냐고 여쭤보았더니, 죽을 때 '똑바로 혼의 눈을 뜨고 있으면 알게 되겠지!'하는 할머니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지금부터 서둘러 그걸 알아서 무얼 하려고? 정말로 머리 좋은 혼은 태어날 때 어떤 나무에서 왔는지 기억하고 있지만, 경솔하게 입 밖에 내지 않는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숲속에 들어가 우연히 '나의 나무' 아래 서 있으면 나이를 먹은 자신을 만나는 수가 있지. 그럴 때, 특히 아이는 그 사람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니까, '나의 나무'에는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 편이 낫지.'하는 것이 할머니의 교훈이었습니다.
--- pp.24-25
-- 할머니, 기운을 내서 죽어주세요! 나의 어머니가 가끔씩 입에 담는, 죽을 때까지 기운을 차리고 살아야지 하는 말을 기억해냈나 봅니다. 그후로는 어머니 자신도, 손자의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자신의 힘을 북돋우는 듯이 이때의 이 말을 자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 자신 역시, '좋았어, 21세기도 이대로 계속 걸어가고 그러다가 기운을 내서 죽기로 하지'하고 나 자신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 p.170
- 어느 정도의 시간을 기다려보세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일을 해야만 한다고 번민하게 된다면, 그때 '어느 정도의 시간을 기다려 보는 힘'을 내어보세요! 그러려면 용기가 필요하고, 부단히 힘을 길러두지 않으면 안됩니다. 하지만, 그 힘은 여러분한테 있습니다.
--- p.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