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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일기 (큰글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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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후 | 샘터 | 2024년 06월 2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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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일기
[도서] 쓰기 일기
서윤후 저 샘터
10% 16,200
쓰기 일기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210*290*18mm
ISBN13 9788946422780
ISBN10 8946422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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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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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얼거림 사이에는 내 삶의 풍경과 쓰기에 혼신을 다한 뒤의 심심한 독백이 담겨 있다. 어디에도 맺히지 못하고 떠도는 물방울 같기도 하고, 만져지지 않는 입김으로 내 뜨거움을 꺼내는 일이기도 하다. 쓰는 내가 어떤 순간에 완성되지 못했는지, 어떤 시간에 영원히 열리게 되었으며, 또 어떤 장면에서 혼자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는지, 그 과정의 증명이 필요했다. 불꽃들이 지펴진 자리 뒤로 남아 있는 잔불의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이 더 많기 때문이다.
--- p.8 「들어가며」중에서

아주 잠깐 나는 무엇이 되었나, 이런 생각을 했다. 사고 싶은 게 뭔지, 갖고 싶은 게 뭔지, 들끓고 싶은지, 차게 식어가고 싶은지, 기록되고 싶은지, 지우고 싶은지, 버스 정거장 네 개쯤을 빠른 걸음으로 산책했다. 정말 애매하구나, 정말이지 누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는 형태로 완성도 미완성도 아닌 어디쯤에서 나는 삶의 완벽함을 말하고 싶어 하는구나.
--- p.20 「2020년 1월 8일: 거의 모든 방지」중에서

새해에 계속 붙잡고 있는 일은 일기를 쓰는 것이다. 양장 노트를 샀고, 매일 조금이라도 그날의 기록을 적는다. 나에게 온 것들을 허투루 보지 않으면 좋은 점도 많다. 반성은 일기 안에서만 한다. 반성하지 않아도 된다. 드러나는 말들을 모두 퍼붓고, 그것을 꼭꼭 숨길 수 있다는 것은 내가 나의 약점을 다루는 방식 중 하나다. 일기를 쓰는 재미일 것이고. 오늘은 특별하게 김밥에 치즈를 넣었다. 이유는 없었다.
--- p.22 「2021년 1월 10일: 매복과 김밥」중에서

안녕으로 시작했다가 안녕으로 끝낼 수 있는 편지의 양식 속에서, 안녕이라는 말은 꽤 많은 장면을 내포한다. 그리고 그 안녕 뒤에는 언제나 그림자 같은 여운이 뒤따른다는 것도. 오늘은 몇 번이나 안녕의 인사를 전했을까. 그 안녕들이 새처럼 그 사람에게 날아가 어떤 나무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을지 생각하면, 편지 위에 안녕을 꾹꾹 눌러 적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주고받는 모든 편지가 안녕의 날갯짓이라 생각한다면.
--- p.46 「2023년 3월 6일: 안녕 뒤에 느낌표를 적을까 물음표를 띄울까」중에서

어떤 글을 쓸 때면 나는 항상 원점으로 돌아간다. 원점은 내가 되기 전이나 내가 기억하고 싶은 선별된 순간이 아니라 내 안에서 일어난 균열의 자리이다. 어떤 균열은 손댈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고, 어떤 균열은 끝끝내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있으며, 어떤 균열은 아름답게 미장되어 있다. 그 과정에서 나의 상처를 투시하는 시간이 필요했고, 그 시간은 꽤 고통스러웠지만 그것을 건너는 동안 나의 어떤 흠은 채워졌고, 낡고 견고한 것들 사이에서 더 아름답게 빛났다. 상처는 단 한 번도 같은 모습으로 생겨나지 않았고, 제각기 다른 형태로 아물어갔다.
--- p.122 「2023년 6월 30일: 킨츠기와 문학」중에서

정확하게 관통하거나, 아예 빗나가는 것이 아니라 빗발치는 와중에 묘하게 들어맞는 것, 서로의 전혀 다른 경사가 하나의 평평한 지면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을 나는 시와 만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거리라고 생각한다. 내가 주고 싶은 것, 타인이 내게 읽고 싶은 것이 그렇게 만났다가 또 헤어지면 좋겠다. 어떻게든 서로에게 다시 나타나리라, 자신의 생을 헹구고, 더럽히고, 말리고, 젖은 것을 열심히 훔치면서.
--- pp.156-157 「2022년 9월 14일: 꿈의 출석부 부르기」중에서

사랑의 무뢰배 틈에도 끼지 못하고 버려졌던 고양이가 작년에 내 품으로 왔다. 나는 고양이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는데, 털로 뒤덮인 채 여름과 함께 온 것은 나의 고양이였다. 태어난 날짜도 이름도 없었던 그에게 나는 이름을 불러주는 방식으로 하나씩 어울리는 것들을 만들어주었다. 사랑의 이름을 나눠 쓰기로 한 것이다. 우리는 서서히 함께 물들어갔다. 얼굴을 내 발목에 문대거나, 잘 때 꼭 몸 한구석 어딘가를 맞대고 자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알로 러빙, 알로 러빙’하고 되뇐다. 고양이가 보여주는 사랑의 방식은 가끔 헷갈린다. 제멋대로며 상대방을 생각하지 않는 거침없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인간답지 않아서 좋고, 그 사랑을 온기로 느낄 수 있어 좋다. 인간보다 2도 정도 높은 체온을 내게 맞대며 알려준다. 나는 고양이에게 언제나 차갑다는 것을, 아니 항상 덜 따뜻하다는 것을.
--- p.209 「사랑의 무뢰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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