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작가상 2023》에 출품된 갈라 포라스-김, 전소정, 이강승, 권병준의 작업은 현재의 시점에서 문명과 역사가 성립할 수 있도록 하는 상황적 기준에 대하여 질문한다. […] 예술의 영역을 넘어 문명의 역사, 인간과 자연의 관계, 제도의 뿌리와 작동 방식, 공동체의 정체성과 가능성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된 이들의 작업 세계는 동시대 미술이 끊임없이 직면하고 있는 철학적, 실천적인 도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수연, 서문」중에서
포라스-김이 자연과 협업하는 방식은 단순히 비인간적인 의식을 낭만화하거나 인간적 현실을 도피하는 통로로 기능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우리의 인류학적 관점에 좌우되는 자연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거기에는 분류 체계, 과학적 패러다임, 기술적 매개, 미적 형식, 종교적 신념 등으로 자연을 대상화하는 문화적 암호화 장치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다.
---「시아오유 웡, 만물: 갈라 포라스-김의 작업에 대하여」중에서
고대인의 죽음은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우리의 이해의 척도를 벗어난 세계의 사물을 소유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오늘날 박물관의 재량권(discretion)은 무엇을 향해야 하는가? 보는 행위로 점철된 박물관에서 우리가 보는 것, 그리고 보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 유물과 작품은 어떻게 살아 있는 대화를 마련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포라스-김이 10년 동안 예술적으로 추구해 온 핵심적이고 중요한 질문들이다.
---「김현진, 죽음의 캐비닛 너머 살아 있는 시간들」중에서
다리아 칸처럼 나 역시 질문해 본다. 지금과는 다른 시공간 연속체를 위해 싱코피로 틈새 속에 강세 없는 비트를 추가해 넣을 수 있을까? 음운학자와 언어학자들이 이러한 발상에 맞는 개념을 생각해 냈으니, 이를 보조 모음이라 한다. […] ?싱코피?의 마지막 장면은 바로 그 틈새의 공간을 점유한다
---「밸런타인 우만스키, 보조 모음」중에서
그날, 풀 한 포기 없는 이 황량한 세상에서, 당신의 이름은 움브라 가르텐(속삭임: 나는 마치 살짝 그늘진 정원 같아요, 당신의 꿈 속에서 매일 밤 나타나는 그런 정원 말이죠.), 누구인가,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글을 내 귓가에서 속삭이는 자는, 아마도 그리하여 나는 편지를 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리라.
---「배수아, 아야미, 움브라 가르텐」중에서
이강승의 예술적 실천은 돌봄의 연결망을 조명하며, 작품들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그 연결망을 더욱 키워간다. 그의 작품은 간과되거나 제대로 탐색되지 못한 퀴어 인물과 역사의 가시성을 높이는 데 힘을 보탠다. 이강승은 풍요의 장소에서 작업한다
---「케이비어 문, 움직임을 불어넣다」중에서
공적인 것과 사적인 생애의 기록을 포개고, 과거의 인물과 생존하는 주체를, 생과 사의 기억을 한 장소에 등장시킨다. 서로 다른 문법과 가치를 갖는 소재들을 나란히 배치하고, 발굴한 자료를 재해석하거나 새로운 문법을 제안하는 작업은 타인의 삶이 가려지는 부당한 맥락을 따라가며 부당함에 여과된 이들을 출현시킨다.
---「남웅, 기억과 애도로부터 난잡한 미래를 여는 연습들」중에서
로봇은 1990년대 클럽 신에서 서로의 곁을 지킨 동료다. 로봇은 그에게 ‘없는 존재’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 이방인, 이방의 노동자다. 로봇은 좌표를 잃은 난민이다. 로봇은 주정뱅이다. 자질구레한 철물을 조립해 결과적으로 용도 불명에 이른 로봇은 저마다의 결함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 로봇은 왜인지 어느 편에도 선뜻 마음을 주지 못한 채 유령처럼 배회하는 그 자신 같다. 그의 로봇은 인간과 동종의 윤리에 기반해 작동한다.
---「윤율리, 차갑고 견고한 낭만?권병준의 기계극에 부쳐」중에서
권병준의 ‘어둠을 돌보는 빛’이 우리에게 길잡이가 된다면, 그것은 이 시대에 빛이 없어서가 아니다. 우리의 눈을 멀게 할 정도로 경합하는 수많은 빛들 때문에 이전 그 어느 때보다 어두워 보이는 이 시대에, 그것이 실패와 어둠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곽영빈, 확장된 음악과 어둠을 돌보는 빛: 권병준 론」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