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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축된 슬픔이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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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170쪽 | 238g | 128*205*10mm
ISBN13 9791193093542
ISBN10 119309354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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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게 모두 진실은 아닙니다

죽은 듯 살아 있는,
입고 산 날보다 벗고 산 날이 더 많습니다

산 것과 죽은 것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이파리 대신 침묵을 매달았고
꽃 대신 생각을 피웠으며
열매 대신 아! 하는 경이로움을 매달았습니다

멈추어 선 생生 하늘을 거역하지 않아 좋고, 나이테 늘어나지 않으니 끝났으나 끝나지 않은 생이고, 다 벗어주었기에 눈앞에 보이는 세상 더없이 아름답습니다 다 비웠기에 미련도 없습니다 죽비 같은, 딱따구리의 부리 짓은 나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내 앞의 나를 바라보며 내가 되는
--- 「고사목」 전문

골목을 간다 골목을 걷어찬다 차인 골목이 굴러가다 골목이 되어 돌아온다 어제도 골목이고 오늘도 골목인 골목이 내일도 그 자리에 서 있을지 모를 전봇대 중간에 매달려 골목인 체하는

골목의 처음과 끝은 끝말잇기처럼 어디서 시작해 어디서 끝날지 알 수 없는 시작이 끝이요 끝이 시작인 그 의문은 발아래서 자박거리지만 나는 한 번도 뜸을 들이거나?씹어 본 적 없다 지금도 골목의 이름을 몇 번 불러보았지만, 메아리조차?없어도 그 이름에 대해 의심해 본 적 없다 뻐꾸기?우는데 아카시아는 피지 않아 계절을 잃은

… 중략 …

어제도 골목이었고 오늘도 골목인 골목은 내일을 알 수 없기에 내일의 모습을 그려보고 있다
--- 「골목 2」 중에서

그날 목놓아 울었다. 수백 년 울어야 할 울음을 한꺼번에 다 쏟아냈다. 어미 놓지 않겠다는 듯이 아이를 감싸 안고 꼬꾸라졌다. 핏빛 아래 죽을힘으로 울던 아이. 하늘도 어쩌지 못한, 숨진 어미가 지켜낸 생명이었다.

외면하는 눈빛이 있었다. 그날의 비겁이 부끄러워 일출봉은 움푹 파인 가슴우리에 얼굴을 숨겼다. 서둘러 흔적을 지운 바다는 지금도 우렁우렁 거짓 울음 뱉어내고 낯빛이 하얗다 못해 검푸르다.

처음부터 어쩌나, 어쩌나 가슴 졸인 눈이 있었다. 일출봉도, 바다도, 귀 막은 아이 울음 종달리에서 날아오른 종달새가 퍼 날랐다. 그 울음에 놀라 보리는 피었고 까끄라기는 쉬쉬하며 길이를 늘였다.

언제 그런 일 있었냐는 듯 죽지 못해 산 봄은 갔고

광치기 해변 너른 바위 숨구멍 속으로 스민 울음이 파랗게 질렸다. 터진목이라 해도 드러내놓고 목청껏 울 수 없었기에
--- 「터진목」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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