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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길었던 날

[ 양장 ]
리뷰 총점8.4 리뷰 5건 | 판매지수 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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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28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36쪽 | 662g | 140*210*32mm
ISBN13 9791172172046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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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냐 포레스. 톰 해틀러. 아스트리드 말러와 막스 말러. 그녀의 친구들, 도라의 인생을 통틀어 사귀었던 친구 네 명이었다. 그리고 도라는 한순간에 그들을 모두 잃었다. 그것은 오래 숨겨온 기억이었다. 아주 오랜 시간 그 기억을 억누르려고 노력했지만 헛수고였다. 그 모든 시간 동안, 도라는 그저 나쁜 꿈을 꾼 것이길 바랐다. 마을 사람들은 전부 다 그 일을 잊었거나, 아니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척했다.
‘내가 어떻게든 막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친구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그럴 수만 있었다면….’ 도라는 생각했다.
--- p.16

“이해한다고요?” 아스트리드가 끼어들었다.
“분명히 여섯 살이었는데 잠에서 깨보니 12년이 지나있고 나는 어른이 되어있는 기분이 어떤지 이해한다고요? 정말요? 솔직히 말해서 미안한데요, 진짜 그럴까요? 그게 어떤 기분인지는 아무도 몰라요. 나조차도 어떤 기분인지 모르겠는데. 설명할 수가 없어요. 내 머리가, 머릿속이 뭔가를 기억해내려 할 때마다 무너져내린다고요. 정신을 차려보니 알아볼 수도 없는 어른의 몸을 하고 있어요. 당신들은 지금 엉뚱한 사람에게 와서 대답해달라고 하는 거라고요. 난 아스트리드 말러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으니까!”
--- p.64

아스트리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문 안쪽에 하얀 분필로 쓴 낙서 자국이 보였다. 처음에는 그녀와 막스가 놀면서 낙서했을 때 생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표시들은 키 작은 어린아이들의 손이 닿기에는 너무 높은 위치에 있었다. 그 낙서들에 어떤 패턴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아스트리드는 그것들이 오래된 수호의 상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엄마가 그 상징들을 그린 게 분명했다.
‘이제 잠자리에 듭니다. 악령들은 저희에게 닿을 수 없으므로 저희는 깨어날 것입니다.’
아스트리드는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 하던 기도의 말을 떠올렸다. 아스트리드는 손가락으로 기호의 선을 하나하나 따라 그리는 시늉을 했다.
--- p.91

그 형체는 사라졌다. 아마 그녀의 몸과 하나가 된 것 같았지만, 아스트리드는 알 수 없었다. 그녀는 호흡을 되찾았다. 침대에서 벌떡 몸을 일으키자 곧바로 정신없이 기침이 나왔다.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이 계속되었다. 아스트리드는 무언가가 빠져나오려고 목을 긁어내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기침이 너무 심해서 구역질이 나기 시작했다.
아스트리드는 자신의 무릎 위에 토하고는 손등으로 입을 닦았다. 그녀 앞에 나방 한 마리가 놓여 있었다. 회색빛의 끈적끈적한 나방. 나방은 죽어가며 마지막 힘을 다해 날개를 떨고 있었다
--- p.155

이게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그들에게 당했고, 여기서 죽음을 맞이할 터였다. 바로 그 순간, 새벽의 첫 햇살 한줄기가 방을 비췄다.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누군가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을 퍼부은 것처럼, 그 존재들은 한순간 사라졌고 아스트리드는 잠에서 벌떡 깨어났다. 심장이 격렬하게 뛰고 있었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잠옷 바지를 걷어 올리니 뚜렷한 흉터와 멍 자국이 보였다. 이것은 스스로 낼 수 없는 상처였다.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지만, 악몽은 현실이었다. 매우 분명한 현실.
--- p.194

소냐는 자신이 여전히 악몽에 갇혀있는 것 같았다. 만약 그게 진짜라면 어떻게 하지? 고통은 참을 수 없었다. “이제 잠자리에 듭니다. 악령들은 저희에게 닿을 수 없으므로 저희는 깨어날 것입니다.” 소냐는 조용히 혼자 읊조렸다.
침대 밑에서 발톱이 달린 손이 나오는 것을 발견했을 때, 그녀는 터져 나오는 비명을 간신히 참았다.
--- p.361

그 순간 아스트리드는 맹인 노파의 말을 기억해냈다. 즈두하크.
“드물긴 하지만 아기 머리가 막에 싸여서 나오는 경우가 있어. 그런 출산을 직접 목격한 적은 우리 어머니도 나도 한 번도 없었지. 네가 처음이었어.” 발레리아가 설명했다. “보통 출산 도중에 그 막은 찢어진단다. 그렇지 않으면 제거해야 해. 아기가 질식할 수 있거든. 양막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는 초자연적인 힘을 가질 운명이라고들 말해. 어찌 되었든 아주 드문 일이야. 네가 행운을 타고난 거라고 사람들이 네 엄마한테 말했지.”
하지만 아스트리드는 한 가지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 “엄마는 날 없애고 싶어했나요?”
--- p.376

“저게 뭔 것 같아?” 도라가 긴장한 듯 물었다. “유령?”
“잠자는 것들.” 아스트리드는 자신이 추측한 내용을 말했다. “저것들의 꿈이 안개를 만들어. 여긴 우리가 잠들면 오는 곳이야.”
“저것들이 단지 꿈을 꾸고 있는 거라고?” 도라가 놀라 숨을 내뱉었다.
--- p.402

“그래서 그가 내 사진을 갖고 있었던 거야. 나에 대해 알고 있어서. 내가 자신의 딸이란 걸 알고 있었어. 그래서 항상 우리를 따라다녔던 거야. 그래서 그 사람이 죽은 후에도 내가 그와 이야기할 수 있었던 거고. 동지가 지나면, 죽은 자는 혈족과만 연결될 수 있어. 나는 그 사람이랑 이야기할 수 있었어. 그가 나무에 매달려 죽은 지 한참이 지났었지만.”
엄마는 아무 말이 없었다.
--- p.431

어린 시절 아스트리드는 잠들기가 두려웠다. 악몽이 살아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침내 자신 안의 공포와 악마들을 직접 마주한 순간 깨달았다. 그 어떤 것도 보이는 것만큼 무섭지 않다는 사실을.
그리고 아스트리드는 알게 되었다. 자신은 어둠 속에서 결코 혼자가 아니었음을.
--- p.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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