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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맹인 안마사

중국인 맹인 안마사

문예중앙 시선-032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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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4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132쪽 | 202g | 125*204*20mm
ISBN13 9788927805465
ISBN10 892780546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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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심재휘
1963년 강릉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1997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적당히 쓸쓸하게 바람부는』(2002), 『그늘』(2007)이 있다. 제8회 현대시 동인상을 수상했다. 현재 대진대 문예창작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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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의 변두리 시장 뒷골목에
그의 가게가 있다

하나뿐인 안마용 침상에는 가을비가
아픈 소리로 누워 있다

주렴 안쪽의 어둑한 나무 의자에 곧게 앉아
한 가닥 한 가닥
비의 상처들을 헤아리고 있는 맹인 안마사

곧 가을비도 그치는 저녁이 된다

간혹 처음 만나는 뒷골목에도
지독하도록 낯익은 풍경이 있으니

손으로 더듬어도 잘 만져지지 않는 것들아
눈을 감아도 자꾸만 가늘어지는 것들아

숨을 쉬면 결리는 나의 늑골 어디쯤에
그의 가게가 있다
-「중국인 맹인 안마사」

도마 위의 양파 반 토막이
그날의 칼날보다 무서운 빈집을
봄날 내내 견디고 있다
그토록 맵자고 맹세하던 마음의 즙이
겹겹이 쌓인 껍질의 날들 사이에서
어쩔 수 없이 마르고 있다
-「옛사랑」

가끔씩 내 귓속으로 돌아와
둥지를 트는 새 한 마리가 있다
귀를 빌려준 적이 없는데
제 것인 양 깃들어 울고 간다

열흘쯤을 살다가 떠난 자리에는
울음의 재들이 수북하기도 해
사나운 후회들 가져가라고 나는
먼 숲에 귀를 대고
한나절 재를 뿌리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열흘 후는
울음 떠난 둥지에 아무것도 남아 있질 않아
넓고 넓은 귓속에서 몇 나절을 나는
해변에 밀려 나온 나뭇가지처럼
마르거나 젖으며 살기도 한다

새소리는
새가 떠나고 나서야 더 잘 들리고
새가 멀리 떠나고 나서야 나도
소리 내어 울고 싶어진다
-「지저귀던 저 새는」

가을 풀벌레의 울음소리 하나가
기어코 새벽잠을 깨운다
말간 고요에 귀를 기울여 보아도
먼 듯 가까운 듯 들려오던 그 소리는 없고
어둠 속으로 울음을 타전 중인 듯
손이 닿지 않는 등 한가운데가 저릿저릿하다

내가 잠들어 있는 동안
몸속에 고여 있던 어떤 울음이
더듬이 길게 빼고 연신 어디 먼 별 쪽으로
제 소리를 송신하고 있었던 게다
내 몸이 울음의 집이었던 게다
12층 아파트 속 한 줌의 어둠에 앉아 바라보니
찌르륵 찌르륵 퍼져나가는 파문이 보인다

그런데 가물거리는 이 울음은 또 무엇인가
멀리 길 떠난 집이 있는지
그 빈집에 당도한 때늦은 울음인지

벽을 타고 들려오는 아득한 전화벨 소리가
끊어질 듯 울먹이고 있다
첩첩이 쌓인 집들이 다 풀벌레 소리를 내고 있던 거였다
-「울음의 집」

언덕 위로 향한 아스팔트 길이 있다
보이지는 않아도 언덕의 너머까지
매양 꽃 피고 꽃 지는 몸짓들의
플라타너스가 길 따라 길게 늘어서 있다

가을 오후의 가로수 길로 써놓은
이토록 권태로운 문장의 유서를 남기고
그는 어디로 사라지려는 것일까

주유소 귀퉁이의 터널식 3분 세차장 속으로
온통 쏟아지는 거품의 꿈속으로
소나타 한 대가 자꾸만 뒤를 돌아보며
꾸역꾸역 들어가고 있다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돌아 나오지 못하는 저 문
매일 혼자였던 4인승짜리 출퇴근길을 벗어놓고,
방전되어가는 전조등을 따라 밤길을 달려야 했던
이 별의 규칙을 내려놓고 그는 어디로 떠나가는가
순식간에 웜홀을 지나
슬픔이 없는 어느 은하의 별로 정말 가버렸는가
-「스타게이트」
무너진 흙담에 둘러싸여 오랫동안 집터인 곳
사라진 집으로 누가 오셨는지
늙은 복숭아나무 잎들이
슬몃슬몃 문 여는 소리를 낸다

신발 한 켤레로 평생을 살다가 돌아와
이제 흩어지기 직전의 바람
집터에 가득 핀 보리가
삶을 탕진한 바람을 봄 햇살 속에 누인다

보리밭에 누워 마지막으로 눈을 떠보는 바람
뒤란 우물에서 한없이 퍼 올리던 앵두꽃 피는 저녁이며
담장에 기대 올려다보던 구름의 질주여
마르지 않고 흩어지지 않던 날들이여

맑은 우물을 기억하는 자의 최후란
이제는 다만 뚜껑이 닫힌
해 질 녘의 어두운 구멍 하나
바람을 불러 잠재우는
폐정 하나를 갖는 것
-「폐정」

지난여름
뒷마당의 측백나무 울타리 가에
깊이를 가진 의자 두 개를 두었더니
그대가 즐겨 앉고 떠난 한 자리에
오늘은 가을 저녁 빛이 앉았습니다
당신 모습만큼만 앉았다 저녁연기처럼
흩어집니다

아직도 당신이 앉아 있는 저 의자는
밤낮 빈 의자입니다
우리가 한 생애 동안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저렇듯 만질 수 없는 의자의 깊이뿐입니다

터질 듯 매달린 가을 열매들 곁에서
비록 아무도 모르게 식어가는 저 의자이지만
그 충만한 허공까지도 내 흔쾌히 사랑할 수만 있다면
서늘한 의자에 그대처럼 앉아보는 나의 오늘이
이렇게 외롭지는 않을 것입니다만
-「빈 의자의 깊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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