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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와 춤을

바퀴벌레와 춤을

장순 | 레몬톡 | 2014년 04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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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4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34쪽 | 329g | 148*210*20mm
ISBN13 9791185254661
ISBN10 1185254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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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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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라인에 쌓여 가는 글들을 보면서 설렘보다는 짜증이 앞서는 이유다. 그리고 자신의 글에 너무 많은 의미를 두려고 하는 지저귐도 사절이다. 나는 그저 일상을 떠들고 또 그 일상으로 소통의 장을 나누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은 오직 내 생각일 뿐이다. 그렇다고 내가 잘났다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겐 내 글들도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친구를 사귀는 것처럼 소통하기도 힘들다는 것을 나는 새삼 느낀다. 내가 트위터를 막 닫으려는 순간 누군가의 지저귐이 메아리되어 나를 잡아 세웠다.
〈한 남자를 사랑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 남자의 아버지를 사랑하게 된 겁니다. 그 남자와의 사랑과 그의 아버지와의 사랑이 동시에 나를 괴롭힙니다. 그 남자와는 헤어질 수 있어도 그 남자의 아버지와는 헤어질 수 없을 것 같은데. 난 어쩌죠?〉
순간 나는 당혹스러웠다. 몇 번이나 읽고 다시 읽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오후를 일깨우는 흥미로운 소재다. 나는 서둘러 그 글을 관심글로 등록시켰고 그녀를 팔로잉했다. 이제 그녀는 나의 관심 대상이다. 나는 좀 더 그녀가 알고 싶어졌고 곧바로 그녀의 트위터를 찾았다. 그리고 그녀가 그동안 써온 글들을 차근차근 읽어 내려갔다. 남자 친구와의 일상들이 소통을 기다리고 있다가 나를 만났다. ­­­p.6-7

매캐한 연기에 목이 막혔다. 집 밖으로 뛰어나와 잔기침을 해대며 119와 아파트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 혹시 있을지도 모를 화재 오인 신고 때문이었다. 현관문 밖으로 소화불량의 연기가 트림하기 시작했다.
앞집에 얘기해야 하나? 집에는 아무도 없을 거야. 그러니 남자가 그 소란을 피우도록 묵묵부답이었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현관문을 바라보고 있는데 앞집 현관문이 열렸다. 외출하려는 여자의 얼굴이 많이도 시들어보인다.
“안녕하세요.”
“누구세요?”
“앞집에 이사 올 사람입니다.”
“그런데요?”
“바퀴벌레를 잡으려고 연막탄을 터뜨렸습니다.”
“네.”
“종종 화재로 오인 신고가 들어온다고 해서요.”
“네.”
여자와의 사이에 연막탄은 더 이상 말이 오고 갈 화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여자의 얼굴이 낯설지가 않다. 어디서 봤더라? 엘리베이터가 아래로 내려가는 동안 나는 여자의 낯익음을 자꾸만 되새김질했다. 모르겠다. 답을 내리지 못한 채 나는 되돌아갈 평온의 일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선에 선 바퀴벌레의 비명이 들려오는 것만 같다. 당연히 이 싸움의 승자는 바로 나다. 나는 자신하고 있었다. ­­­p.22

화생방, 화생방!
오후 춘곤증에 한가로이 잠을 자고 있는데 어디선가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뒤척이다가 연막탄이라는 말에 벌떡 일어났다. 그 말로만 듣던 무시무시한 연막탄이 진짜 우리 집에서 터졌단 말인가?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만약에 연막탄이 틀림없다면 우린 초토화 될 것이 분명했다.
일순간 아비귀환이 되어버렸다. 친구들은 허둥대기 시작했다. 연기는 물불 가리지 않고 집안을 장악해 나가기 시작했다. 나 역시 도망칠 곳을 찾아 분주하게 움직였다. ­­­p.23

모니터에 벌레가 있나? 검은 것이 깜빡깜빡거린다. 한순간도 쉬지 않고 깜빡거리는 통에 어지럽기 짝이 없다. 녀석은 별 희귀한 곤충을 키우고 있는 모양이다. 저 녀석이 훑고 지나간 자리에는 알 수 없는 그림자들이 빼곡하다. 어디서 본 것도 같은데. 그렇다. 책에서 봤던 그림자들이다. 아무튼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녀석과의 마주침은 이제 일상이 되어버렸다. 잠시라도 녀석을 확인하지 못하면 무언가 알 수 없이 찜찜했다. 마주침의 희열에 나는 중독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지금은 잠들어 있는 이 녀석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 중이다. 녀석은 곯아 떨어졌다. ­­­p.87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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