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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4년 0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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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28.70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23.3만자, 약 7.6만 단어, A4 약 146쪽?
ISBN13 9791130602738

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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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들을 위한 소피아 음악학교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내 집이다. 나는 일곱 살 때 피아노와 청음 시험을 통과한 이후로 쭉 이 학교를 다녔다. 복도에 발을 디디면 마치 다른 우주로 이동하는 듯하다. 퀴퀴한 공기, 땅딸막한 동네주민들, 청동으로 만든 우상들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소리로 이루어진 무한한 천상의 도시가 나타난다. 수십 명의 소프라노 음성이 지하실 타악기과에서 흘러나오는 드럼과 팀파니의 우렁우렁하는 소리와 충돌한다. 비브라폰, 튜바, 트럼펫의 소리도 있다. 그랜드피아노 위에서 반음계 화음 진행을 연습하는 누군가가 공간의 경계를 구부려 새로운 차원을 열어젖힌다. (본문 13쪽)

“이번엔 이길 거야.” 이리나는 바이올린 활로 내 교복 바지에서 셔츠자락을 뽑아내려고 애쓰며 말했다. “이번 판이 끝나기도 전에 넌 학교 안을 홀딱 벗고 뛰어다니게 될걸.”
“아까 했던 소리네.”
나는 그녀에게 상기시킨 뒤 가방 안의 내용물을 다 꺼내 피아노 위로 올렸다. 쇼팽의 프렐류드, 에튀드, 발라드, 스케르초,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스크랴빈의 소나타,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본문 24쪽)

예를 들면, 이반은 4성 푸가를 딱 한 번 듣고 첫 열 마디를 악보에 옮겨 적을 수 있었다. 거의 병이나 다름없는 천재적인 재주였다. 학교에서 가장 잘 훈련된 귀를 가진 학생도 단선율을 한 번 듣고 옮겨 적을 수 있는 건 일곱이나 여덟 마디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애는 리사이틀을 하러 무대로 걸어나오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자,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닌 자기 보호본능에 굴하지 않고 양팔을 등뒤로 날개처럼 쫙 폈던 걸로 유명했다. 코가 부러지고 눈썹이 찢어졌지만 이반은 활과 악기를 바닥에 떨어뜨리지 않았고, 나중에 설명하기를 만약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엄청난 실수”가 됐을 거라고 했다. (본문 42쪽)

“넌 꽃을 잊어버리게 될 거야.” 그녀가 내 손을 잡고 말했다. “종이에 그린 양이 걷는 길을 놓치게 될 거야. 네 주변의 온갖 부패에 익숙해지겠지. 그러면 절대 다시 연주할 수 없게 돼.”
그녀가 옳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어른들은 녹턴을 연주할 수 없다. 그들의 연주를 따라해보라. 루바토, 말문이 막히는 화성 해결, 거짓된 좌절, 연출된 신랄함. 토악질이 나온다. 학부에서 연중 열리는 필참 연주회 중 하나에 가서 B단조 녹턴이나 프렐류드 4번을 프로그램에서 볼 때마다 식은땀이 솟았다. 제발 녹턴을 가만 좀 놔두라고! 멍청한 로봇들. (본문 70쪽)

“천재는 특정한 무언가에 대한 지식을 타고난 사람이야. 봐, 바딤은 연습을 할 필요가 없어. 들어본 적도 연주해본 적도 없는 곡들을 기억한다고. 에튀드 악보를 보자마자 실제 템포로 연주해. 젠장, 마음만 먹으면 〈미완성 교향곡〉도 다 칠 수 있을걸. 농담이 아냐. 다른 시대에어 와서 여길 여행하는 사람 같아.” (본문 101쪽)

“넌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어, 콘스탄틴. 늙은 집시가 길에서 네 엄마를 불러 세운 다음 네가 음악적 재능이라는 축복을 받았다고 말했을 때부터. 네가 피아노에 손을 댄 순간부터 널 위해 문이 열렸어. 이 길은 네가 태어나기도 전에 선택된 길이야.”
그녀는 내게 다가오더니 몸을 숙여 내 눈을 보았다.
“지금 네겐 선택권이 없어. 넌 일생을 음악가로 살 거야. 그러지 않으면 도중에 스스로를 파괴하겠지. 다른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본문 162쪽)

“피아노는 어쩌고?”
내가 그의 뒤에서 외쳤다. 바딤은 걸음을 늦췄지만 멈추지는 않았다.
“다 잊어버릴 거야.”
바딤이 날 돌아볼 때 그의 얼굴에는 신비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본문 246쪽)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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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감각을 위한 선물과도 같은 책. 마치 그랜드피아노를 내면의 타이프라이터 삼아 써내려간 듯, 작가의 빛나고 감각적인 문장이 음악처럼 펼쳐진다.
패티 스미스(록가수, 작가)
우아하고 은총으로 가득한 소설. 음악의 힘과 아름다움을 그려낼 뿐 아니라 전체주의 사회의 압박을 놀랍도록 잘 포착해냈다. 노래하고, 포효하고 독자의 숨결을 앗아간다.
디노 멩게스투(소설가)
가슴 아픈 통찰과 함께 〈분더킨트〉는 공산주의 체제하 동유럽에서 삶의 잔인함, 그리고 이를 달래주는 음악의 힘을 그린다. 아찔할 정도로 놀랍고 감동적인 아주 특별한 소설.
로렌 벨퍼(작가)
영민하고 열정적인 이 책은 드높은 로맨티시즘과 사악하고 단단한 유머의 결합이다. 이젠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불가리아의 한 시대에 대한 사랑과 증오의 러브레터. 지금까지 읽은 음악에 관한 글 중 가장 생생하고 기념비적이다.
재커리 레이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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