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프랑스는 경제와 인구 측면에서 한국과 비슷한 여건에 있을 뿐 아니라, 한국이 장차 맞닥뜨릴 이민자 문제를 미리 겪고 있다. 그런데, 프랑스는 저출산과 인구 감소 위기에 직면하여 출산율을 성공적으로 끌어올리고 이를 극복한 대표적 국가이다. 말하자면, 프랑스는 1939년 이후 출산 장려 정책을 포괄적으로 일관되게 시행한 유일한 국가로 꼽힌다. 1993년 프랑스의 ‘합계출산율’5은 1.65명까지 떨어졌지만 2010년에는 2.03명까지 끌어올렸다. 그 이후 합계출산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지금도 1.8명대 가까이 유지하면서 유럽연합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즉, 성평등에 기반한 육아휴직제도, 잘 정비된 공공보육시스템, 출산·육아의 사회적 책임 강화 등 출산과 양육이 여성이 직장 생활을 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꾸준히 정비해오고 이를 엄격히 적용한 결과 출산율이 다시 올라가는 결실을 본 것이다.
--- 「여는 말을 대신하여 왜 프랑스를 주목하는가?」 중에서
하지만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비혼을 선택하는 ‘자발적 비혼’이 아니라, 자신이 놓인 환경 탓에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비자발적 비혼’이다. 비혼 결정 이유를 ‘자발형’, ‘결혼비용부담형’, ‘기회상실형’, ‘불이익부담형’ 등 네 유형으로 구분하여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자발적 비혼 유형을 제외한 세 가지 비자발적 비혼 유형이 80%를 차지한다. 말하자면, 비혼을 자발적인 삶의 방식으로 스스로 선택한 경우보다, 결혼 기회가 없거나 결혼을 위한 재정적 준비가 되지 않는 등의 외부 요인 때문에 부득이 비혼 상태에 있는 경우가 더 크게 나타난 것이다. 비자발적 비혼이 왜 늘어나고 있는가? 한국 사회에서 비혼 인구의 증가 이면에는 비자발적 비혼을 유발한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특히, 오늘날 청년층이 학교를 졸업한 후에 이전 세대보다 경제적 독립과 사회적 독립을 함께 이루어내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비자발적 비혼이 더 증가한 것일 수도 있다. 한국 사회에서 결혼이란 결국 각종 조건을 충족시킬 때에야 가능하다. 학력, 학벌, 안정된 직장, 주거 등을 갖추어야 결혼을 할 수 있고, 결혼 후에도 안정적인 가족생활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오늘날 한국 청년층은 ‘출산’에 앞서 ‘결혼’의 어려움과 마주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즉, ‘결혼’이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어려워 만혼이 증가하고 결혼 자체를 기피하는 비혼도 증가하는 슬픈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 「청년층 사이에서 퍼저가는 비혼문화」 중에서
폐업한 버스터미널 중에는 성남시, 원주시, 익산시 등 인구 30만여 명이 거주하는 지역 거점 도시의 버스터미널도 포함되어 있다. 휴업 중인 버스터미널도 30여 곳에 달해 전국적으로 버스터미널 폐업은 갈수록 심해질 전망이다. 이처럼 버스터미널 폐업이 지방 소도시나 외딴 지역을 시작으로 지역 거점 도시로 점점 번져나가면, 대도시의 복합환승센터를 제외하고는 지방 버스터미널 인프라가 거의 무너질 거라는 예상이다. 특히, 지방 소멸이 진행될수록 지방 운송업의 수익은 더욱 악화하는 일만 남아 있다. 지역과 지역을 이어주던 매개인 버스터미널 인프라가 무너짐으로써, 지방의 소도시와 외딴 지역을 시작으로 지방 소멸은 시간이 갈수록 가속화할 전망이다.
--- 「사라지고 있는 지방 버스터미널」 중에서
결국, 프랑스에는 가족이 사회통합의 기초이며 자녀를 낳고 기르는 것이 개인이나 가족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고 정부가 직접 개입할 문제라는 기본 철학이 있다. 이런 기본 철학 아래, 자녀의 출산 및 가족 형성을 범정부적으로 지원하고 장려한다. 특히, 프랑스 정부가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추진한 체계적인 가족 정책은 1980년대에 프랑스에서 발생한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극복한 성공적인 정책으로 대내외에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프랑스의 가족 정책이 성공한 것은, 저출산 문제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과제라고 인식하여 정부 책임하에 관련 정책을 강력히 추진한 데 있다.
---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서의 가족 정책」 중에서
프랑스 교육부는 공교육 정책의 일환으로 3~5세 유아교육을 초등교육의 범주에 포함시켜 관리한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한국의 유치원에 해당하는 교육기관을 ‘유아학교’라고 부른다. 그리고 2019년부터 초등학교 입학 연령인 6세부터 실시하던 의무교육을 3세 낮춰 3세부터 16세까지 실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아학교는 의무교육이면서 무상교육인 동시에 보편적인 대중교육의 성격을 띠고 있다. 유아학교 교육과정은 프랑스교육 시스템에서 중요한 요소를 이루고 있으며, 그 목표는 유아의 사고가 깨어나고 유아가 사회에 적응하도록 돕는 것이다.
--- 「무상 공교육기관 유아학교」 중에서
한편, 2013년에는 지방자치단체 내에 25%의 사회주택을 의무적으로 보유하도록 하는 일명 ‘뒤플로Duflot 법’이 제정되었다. 이 법의 제정으로, 사회주택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23년 1월 기준으로 프랑스의 총 주택 가운데 사회주택은 530만 채이며, 1,000만 명 이상이 거기에 거주하고 있다.
--- 「프랑스 사회주택의 현황과 문제점」 중에서
결국, 시민연대협약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동거계약 당사자는 혼인 가정과 달리 각자의 재산에 대한 관리와 소유 및 처분권을 가지며, 공동의 자산은 별도의 계약을 통해 관리된다. 단, 능력에 비례하여 물질적으로 서로 부양하고 상호 협조할 것이 명시적으로 요구된다. 각 당사자가 동거계약 전에 소유한 재산이나 이후에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에 대해서는 고유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별산제를 기본으로 하지만, 과세의 경우에는 공동 소득 신고나 공동 납세가 가능하다. 한편, 상속이나 증여에 있어서도 일정의 세금 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또한, 당사자 일방이 사망한 때에는, 사회보장보험에서 사망보상금을 다른 일방에게 지급한다. 하지만 사망한 당사자 일방이 속한 가족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유족연금의 수령권은 다른 일방에게 부여하지 않는다.
--- 「시민연대협약의 주요내용」 중에서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한 현시대에서 뛰어난 인재들에게 정말 필요한 역량은 ‘얼마나 아는지’와 크게 상관이 없다. 오히려 이 역량은 핵심을 파악하고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지에 달려 있고, 이미 아는 지식을 응용하여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지에 달려 있다. 따라서 이 역량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실패와 도전을 통해 터득한 자신만의 통찰을 통해 쌓여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교육은 학생이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해결책을 발견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해야
하고, 학생의 이런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 결국, 현행 대학수학능력시험같은 획일화된 다지선다형 평가 체제를 과감히 버리지 않으면 이런 교육를 결코 시도할 수 없을 것이다.
--- 「생각의 힘’을 키우는 평가 체제로의 혁신」 중에서
사실, 프랑스에서는 다양한 인구특성과 부모의 요구를 반영해 국가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소득과 사회계층에 따라 돌봄 서비스 이용에서 격차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인데, 특히 학교 휴업일과 방학 동안, 저소득층 가정의 아동은 성인이 없는 상태에서 가정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하는 가능성이 더 높다. 따라서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저소득층 아동 및 취약지역 아동이 방학 기간에도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서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이민자 가정의 경우 프랑스인 어머니를 둔 가정의 아동보다 상대적으로 학교 휴업일과 방학 동안 ‘지역 여가센터’ 이용률이 높다. 그 이유는 ‘지역 여가센터’가 돌봄과 교육이 하나 된 모습을 보여줄 뿐 아니라,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교육의 방향성을 고려하여 운영되기 때문이다.
--- 「돌봄 공백 해결과 질 높은 돌봄 서비스 제공」 중에서
서울시의 사회주택에 참여했던 상당수의 사업 주체가 사회주택에 필요한 자기자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여건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사회주택은 공공주택 유형에 포함되지 않아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지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지방자치단체의 토지 매입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사회주택의 확대를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대형 건설사가 주도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중심의 주택 사업과 비교할 때, 사회적기업이나 주택협동조합 등이 추진하는 사회주택 같은 소규모 시도는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확보하기 어려우므로 공공의 지원이 필요하다. 결국, 사회주택이 지향하는 가치가 공공성에 있고 이 공공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이 취지에 따라 중앙정부의 재정이나 주택도시기금, 사회주택기금 등 자금조달 방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 「한국토지주택공사의 해체와 ‘사회주택청’ 신설」 중에서
이처럼 극심한 경쟁 사회로 치닫기만 하는 한국 사회의 현실이 바로 잡히지 않고서는 한국 사회가 저출산 위기에서 벗어날 방도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한국 사회에서 이런 경쟁에서 밀려나 이른바 ‘루저’로 전락한 청년층은 자신이 놓인 열악한 처지에서 자녀를 낳아 이를 대물림할 생각이 없다. 따라서 저출산 위기에서 빠져나오려면 한국 사회에 깊고도 넓게 퍼진 경쟁적 소비주의와 자기과시 중심적인 삶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 「소비주의와 소비사회로부터의 탈출」 중에서
출산 장려, 다자녀 가정 세금 혜택 등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우리는 잠시나마 긍정적인 인구정책이 진행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생각을 도출할 수 있겠으나, 이런 정책들은 출산율 증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희망 사항만 열거할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사회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 「책을 마무리하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