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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지독한 열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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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4년 0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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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4.91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4.1만자, 약 4.6만 단어, A4 약 88쪽?
ISBN13 9791156820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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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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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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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화연 윤희수


커피를 물 마시듯 흡수하는 안드로메다에서 추방된 외계인.
로망띠끄, 아이작가에서 연재 중이며
현재 ‘오아시스를 찾다.’ 지하셋방에 거주 중.

▣ 출간작

월야 애 묻히다
내 생애 최고의 스폰서
루의 디저트
불량식품 증후군
삐딱선을 타다
로맨틱 캐슬
메이비

▣ 출간 예정작

나는 이별이 참 좋다
슈팅스타
마녀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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깁스를 풀기 위해 병원을 찾은 다이는 대기실에 앉아 연신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머리가 깨어질 듯 아팠다.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만 복잡해졌다. 알림음과 함께 순번이 나타난 전광판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깜빡이는 눈 속에 어렴풋한 잔영이 새겨졌다. 한 번 두 번. 희미하게 떠오른 모습이 점점 뚜렷하게 눈앞에 나타났다. 너무 보고 싶어 이젠 수시로 헛것이 보인다.
“이러면 안 되는데.”
주문처럼 한숨에 섞어 내보낸 말에 허공에 흩어졌다. 이럴 줄 몰랐다. 자신이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너무 보고 싶어 환상까지 보게 될 줄은. 그에 더해 환청까지 들리는 날엔 그리움에 사무쳐 가슴이 저려왔다.

「당분간은 조심하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루다가 사고를 당했으니 사고경위에 대해 세심히 조사를 할 것이고 분명히 정다이 선생님의 이름도 거론될 겁니다. 희주라는 학생과 나눈 대화는 일부분 노이즈를 넣어서 잘 들리지 않도록 해두었습니다. 집안 어른이 알아선 안 될 내용이 일부 포함된 듯해서. 잠잠해진 후에 만나시는 게 루다나 정다이 선생님에게 해가 되지 않을 듯합니다.」

기절한 후 처음 정신이 든 다이에게 찬우가 한 말이었다. 루다의 수술이 잘되었다는 말은 직접 귀로 들어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굳이 보지 않아도 괜찮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다이는 생각처럼 괜찮지 못했다.
“보고 싶어서 미쳐가나 보다. 하아. 이게 뭐람.”
자책에 가까운 말이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눈앞에 어른거리는 루다의 환하게 미소 진 얼굴을 아프게 바라보며 다이가 잘근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눈가에 아련한 슬픔이 깃들었다.
딩동.
[154번]
다이의 순번이 돌아왔다.
눈가를 훔치며 자리에서 일어선 다이가 절뚝거리며 진료실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그녀가 걸음을 옮기자 눈앞의 허상이 마치 연기처럼 허무하게 사라졌다. 가슴이 시렸다.
깁스를 제거하고 가뿐한 몸으로 나온 다이가 계산을 위해 데스크로 걸어가던 때였다. 반대편에서 환자복을 입은 루다가 걸어오고 있었다. 실물처럼 너무도 선명하게. 움찔. 다이의 걸음이 멈췄다. 시큰거리는 가슴을 손으로 꾹 누르며 한껏 숨을 들이켰다.
눈을 질끈 감고 속으로 주문을 외웠다. 제발 이제 허상은 그만 보고 싶다고. 사를 떠올린 눈앞으로 루다의 모습이 더 가깝게 다가왔다. 터벅터벅. 곧장 그녀를 향해 쉼 없이 걸어오는 루다를 다이가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제 다 나은 거야? 괜찮아?”
루다의 목소리다. 환청이 아닌. 다이의 떨리는 손이 루다의 얼굴로 천천히 올라갔다. 그 손을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며 루다가 가만히 서 있었다. 멈칫. 다이의 손이 얼굴 바로 앞에서 머뭇거렸다. 만지면 사라질까 봐 겁이 났다. 환상일까 봐. 너무 보고 싶은 나머지 현실처럼 만들어낸 자신의 착각일까 봐.
다이의 떨리는 손을 루다가 부드럽게 감싸 제 볼로 가져갔다.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정말 환상이 아니었다. 다이의 동그랗게 커진 눈 가득 맺힌 이슬을 손끝으로 다정하게 쓸어내며 루다가 부드럽게 웃었다.
“이런, 안 본 사이에 눈물이 많아졌네? 나 만난 게 그렇게 기뻐?”
능청스럽게 말하며 긴장을 풀어주려는 루다의 배려에 다이의 눈에서 기어이 눈물 한 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그 눈물이 볼을 타고 턱으로 떨어져 내리기 전 루다가 고개를 숙여 눈물을 입술을 거뒀다.
“짜다.”
히죽. 웃는 루다의 입매가 고왔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미소였다.
“이루다.”
“응?”
“정말?”
“응. 정말.”
“괜찮아?”
“그건 내가 먼저 물었는데. 굳이 알고 싶다면 아주, 아주 멀쩡해. 히말라야 등산을 해도 될 만큼.”
“다행이다.”
“당신은?”
“보다시피.”
“다행이네. 걱정 많이 했는데.”
“나보다 네가 많이 다쳤잖아. 나 보호하느라.”
말끝에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 고맙고 미안해서 차마 루다의 얼굴을 마주 볼 수가 없었다. 고개 숙인 다이의 얼굴을 손끝으로 들어 올려 시선을 맞추며 루다가 살짝 고개를 저었다.
“나 살려고 그런 거야. 그러니까 고마워하지도, 미안해하지도 마.”
“아니야. 그건.”
“쉿. 정말이야. 내가 살려고 그랬어. 이젠 내가 당신 없으면 못 살 것 같아서.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아서. 내 목숨 살리려고 당신 보듬은 거야.”
“…….”
살고 싶어 내쉬는 숨. 하지만 그 숨을 위해선 누군가가 꼭 필요했다. 루다는 그 존재가 다이라고 지금 말하고 있었다. 또다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코끝이 시큰거리고 눈이 흐릿해졌다. 눈물이 글썽이다 또르르 다이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 눈물을 루다가 다시 머금었다.
“그러니까. 당신 절대 아프면 안 돼.”
“……응.”
“당신은 내 숨이니까.”
“응.”
루다식의 사랑 고백이 다이의 심장을 절절하게 물들였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을 채찍질하며 수없이 외면하고 부정한 일이었다. 누군가를 가슴에 품는 일은 책임감이 따른다. 그것이 얼마나 무겁고 두려운 일인지 다이와 루다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의 부모가 책임을 다하지 못했을 경우의 처참함을 몸소 보여줬으니까. 그럼에도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 모든 것을 다 덮어버릴 만큼 강렬하게 그들의 가슴에 자리 잡았다.
얼어버린 심장을 뚫고 사랑이 피어났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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