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란 무엇일까?
세금 징수업자들은 국가와 약속한 세금만 내면 나머지는 자신들이 챙길 수 있어요. 그래서 최대한 많은 돈을 뜯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어요. 마른 수건에서 물을 쥐어 짜내듯, 징수업자들은 사람들을 들들 볶았어요. 심지어 그들에게는 세금 미납자는 체포하고 재산을 압류할 권한도 있었어요. 세금을 낼 형편이 안 되는 사람에게는 이자를 받고 세금 낼 돈을 빌려 주기도 했어요. 이를 고리대금업이라 불러요. 오늘날 악명 높은 사채업자와 같아요. 비싼 이자를 갚지 못한 백성들은 땅과 집을 징수업자들에게 고스란히 빼앗겼어요. 그래서 서양 역사에서 세리(세금 징수업자)들은 백성들에게 공포와 증오와 경멸의 대상이었어요.
백성들이 무거운 세금을 견디다 못해 반란이나 민란을 일으킬 때면, 세금 징수업자들은 시위대의 척살 1호 대상이었어요. 서기 88년, 로마의 속주(지배지)였던 터키에서 반란이 발생했을 때, 군중들은 하루 만에 세금 징수업자 8만 명을 살해했어요. 18세기, 프랑스에서 시민 혁명이 발생했을 때도 많은 징수업자가 목숨을 잃었어요. 근대 화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위대한 과학자 라부아지에도 한때 징수업자라는 이유로 단두대에서 처형을 당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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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국가에 세금을 내야 할까?
국가도 재화와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해요. 댐과 도로, 가로등, 공원 같은 재화를 생산하면서 동시에 국방(군대)이나 치안(경찰), 화재 진압(소방서), 의료(보건소) 교육(공립학교) 등의 서비스도 공급해요. 세금이란 국가가 제공한 이 재화와 서비스를 국민이 이용하는 사용료이자 비용이에요. 세상에 공짜란 없는 법이에요.
그런데 국가가 제공하는 재화와 서비스는 기묘한 특징이 있어요. 돈이 없으면 우리는 마트에서 물건을 살 수 없고 버스를 탈 수 없어요. 하지만 세금 미납자 집에 불이 났을 때, 소방서에서 ‘당신들은 이번 달 세금을 안 냈더군요. 미안하지만 출동 안 합니다’라고 말하지는 않아요. 세금이 좀 밀려도 우리는 근린공원을 산책할 수 있고, 시립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수 있으며, 도둑이 들었을 때 경찰을 부를 수도 있어요. 치안, 소방, 문화시설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의 재산이기 때문이에요. 이것을 공공재라고 불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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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곡선과 거위의 깃털 뽑기
“처음에는 국민도 순순히 세금을 냅니다. 하지만 세율이 계속 오르면 국민의 인내심은 한계를 드러내요. 부지런히 돈 벌면 뭐하나? 대부분 국가가 가져가 버릴 텐데, 라고 생각해버리니까요.“
과한 세금은 국민의 일할 의욕을 앗아가요. 열심히 일하지 않으니 국민 소득은 감소하고, 국민소득이 감소하면 정부의 세금 수입도 덩달아 감소해요. 비틀즈처럼 소득의 90퍼센트를 세금으로 내라고 하면 누구라도 힘이 쭉 빠질 거예요. 세율이 100퍼센트가 되면 국민과 기업은 아예 일을 안 할 거예요. 버는 돈 전부를 세금으로 내야 할 판인데, 일할 마음이 생길 리가 없잖아요? 섬나라 국민은 물고기를 잡지 않거나, 소득이 있어도 세금을 안 내려고 탈세할 궁리를 하거나, 세금이 낮은 다른 섬나라로 이민을 갈 거예요.
그래서 오늘날 국가는 가장 많은 세금을 거둘 수 있으면서 동시에 국민의 불만이 폭발하지 않는 가장 이상적인 세율을 찾으려고 노력을 해요. 그림에서 T점이에요.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일 뿐 쉬운 일이 아니에요. 래퍼도 가장 이상적인 세율이 몇 퍼센트인지 제시하지 못했어요. 17세기 프랑스 재상 콜베르는 이런 말을 했어요.
“훌륭한 세금 기술이란, 거위(국민) 몸에서 깃털(세금)을 뽑는 것과 같다. 거위의 고통을 최소화하면서 가장 많은 깃털을 뽑아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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