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두기」는 가만한 게 좋다. 독자로 하여금 걸음을 서두르지 않게 한다. 가만히 무언가에 다가서게 한다. 언제라도 주춤 한 발 물러설 채비가 돼 있어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는다. 미주알고주알 구구절절이 없는 일러두기여서, 그렇게 가만한 문장의 걸음걸이로 서로에게 다가서는 우리는 어느새 물로 씻은 듯 개운해지는 재서와 미용, 너와 나가 된다.
- 구효서 (소설가)
세상의 속도에서 비켜나 있는 사람들, 혹은 가까스로 존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의 소설 속에서 오롯하다. 문명의 굉음 속에서 들리지 않던 목소리는 그의 작품을 통해서 나지막하지만 또렷한 실체가 되었다. 귓결에 스치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조용히 듣는 것이 세상을 함께 건너는 사람들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덕목이라고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 김종욱 (문학평론가)
곡진한 울림으로 가득 차 있다. 그 간곡함이 북소리처럼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불러들인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존재의 존엄성’이란 말을 새삼 곱씹는 경험을 했다. 조경란 특유의 섬세하고 구체적인 서술, 인간을 바라보는 부드럽고 깊은 시선, 세련된 방식의 드러내기와 감추기가 그 존엄함을 드러내는 미학적 요소들일 터이다. 그 투박하지만 아름다운 존엄의 태도 말이다.
- 윤대녕 (소설가)
가진 것 없고, 전망도 없고, 볼품조차 없는 중년 남녀가 피폐한 삶 속에서도 반짝이는 작은 실마리들을 잡고 기신기신 서로에게 다가가는 과정을 그리면서, 사랑이 아니라 사람을 오롯하게 담아내 예상치 못한 감동을 자아냈다. 내게는 또한 이 소설이, 글쓰기에 대한 지극한 긍정이자 외롭게 글을 쓰는 사람들을 지키려는 기도로 읽혔다.
- 전경란 (소설가)
인간의 내면을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책의 ‘일러두기’를 펼쳐 보듯 조심스럽게 접근한다면 서로를 포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조경란 작가의 ‘일러두기’ 방법은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화법이다. 삭막한 현실에서 단절된 인간관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일러두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 소설의 참주제임을 읽어내는 일은 이제 독자의 몫이 된다.
- 권영민 (문학평론가, 월간 『문학사상』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