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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완역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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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완역본)

: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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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24쪽 | 140*213*22mm
ISBN13 9791193130551
ISBN10 119313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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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경에 뜨거웠던 거리는 4시가 되어도 여전히 뜨거웠고, 4월의 먼지는 태양마저 휘감는가 싶더니 다시금 일었다. 영원히 이어질 것 같은 지루한 오후에 아주 오래된 농담이 끊일 줄 모르고 되풀이되는 중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4시 30분에 이르자 첫 고요가 한 겹 내려앉았고, 차양과 나뭇잎 무성한 나무들 아래로 그늘이 더 길게 늘어졌다. 이처럼 무더운 열기 속에서라면 문제 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삶이란 날씨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그 무엇도 중요치 않게 여겨질 만큼 무더운 날들을 견디며 지친 이마에 내려앉는 어느 여인의 부드러운 손길과도 같은 시원한 날을 기다리는 것이다.
--- p.40 「젤리빈」중에서

이후 연출된 장면은 탤리호 클럽과 관련한 역사적 사건으로 영원히 기록에 남을 만한 것이었다. 통통한 몸매의 나이 지긋한 부인들은 실신했고, 미국인들은 욕설을 내뱉었으며, 사교계에 첫발을 내디딘 아가씨들은 잔뜩 놀란 눈으로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흩어지길 반복하며 왁자지껄 떠들어 댔다. 사람들이 수다 떠는 소리가 만들어 낸 커다란 웅성거림은 맹렬하지만 기묘하게 가라앉아 혼란스러운 무도회장을 윙윙거리며 훑고 다녔다. 흥분한 젊은이들은 페리나 점보 혹은 자신들을 포함한 누구든 끝장내 버리겠다고 욕설을 퍼부었으며, 침례교 목사는 시끄럽게 떠들어 대는 아마추어 변호사들로 이루어진 떠들썩한 무리에 포위되고 말았다. 그들은 질문을 쏟아 내고 협박을 일삼고 선례를 요구하고 혼인 무효를 주문하는 것도 모자라, 방금 일어난 장면이 사전에 계획된 것인지 아닌지를 캐내려 무던히도 애를 썼다.
--- pp.80~81 「낙타의 뒷부분」중에서

1시간 30분쯤 지나고 나서 그는 바깥으로 나가 스포츠 용품점에 들러 권총 하나를 구입했다. 그러고는 택시를 타고 이스트 27번가에 있는 자기 방으로 가서는 미술 재료들이 놓인 탁자 너머로 몸을 구부린 채 관자놀이 바로 뒤에다 대고 총을 쐈다.
--- p.171 「노동절」중에서

정말 대단한 꿈이었어요.” 키스마인이 별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고작 드레스 한 벌과 무일푼인 약혼자랑 여기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해요!”
“그것도 이렇게 별들 아래서 말이죠.” 그녀가 거듭 말했다. “이전엔 별들을 알아보지 못했답니다. 그저 누군가의 커다란 다이아몬드일 거라고만 생각했죠. 그런데 이젠 저 별들을 보고 있자니 겁이 나는군요. 제 유년이 전부 꿈이었다고 하는 것 같아서 말이죠.”
“그건 정말 꿈이었소.” 존이 침착하게 말했다. “모두의 유년은 꿈이라오. 그 어떤 화학적 광기의 일종이기도 하고요.”
--- p.254 「리츠칼튼 호텔만큼 커다란 다이아몬드」중에서

버튼 씨가 거칠게 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자, 제 아이는 어디 있습니까?”
“저쪽이에요!” 간호사가 대답했다.
버튼 씨는 간호사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으로 눈을 돌렸고, 그곳에선 이런 광경이 펼쳐졌다. 그러니까 족히 일흔은 되어 보이는 늙은이가 커다랗고 새하얀 담요에 싸여 억지로 몸을 구겨 넣은 듯 아기 침대에 앉아 있는 것이었다. 듬성듬성 난 늙은이의 머리칼은 거의 백발이었는데, 창문으로 새 들어오는 바람 때문에 그의 턱에 달린 회색 수염이 앞뒤로 우스꽝스레 흩날렸다.
--- p.260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중에서

멀린은 잠자코 앉아 있었다. 불현듯 머리가 피로해지더니 정지되는 듯했다. 그는 이제 정말이지 노인이었다. 너무 늙어 버린 나머지 한때 젊었다는 사실을 꿈꿀 수조차 없었고, 그 모든 화려한 아름다움마저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젠 아이들의 얼굴도, 따스함과 삶에서 느낄 법한 지속적인 위로도 아름다움으로 다가오지 않았으며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을 따름이었다. 이젠 어느 봄날 저녁 창밖에서 아이들의 외침이 들려온다 해도, 또 그 외침이 어두워지기 전에 나와서 같이 놀자고 재촉하던 어린 시절 동무들의 소리가 되어 들려오더라도 그는 결코 다시 미소 짓거나 기나긴 몽상에 잠겨 앉아 있지 못할 터였다. 이제 그는 추억에 잠기지도 못할 만큼 너무 늙어 버린 것이다.
--- pp.358~359 「“아 빨간 머리 마녀!”」중에서

해리의 이러한 방문은 8년간 지속되었다. 부활절과 크리스마스, 추수감사절, 그리고 일요일에도 여러 번 해리는 제프리를 찾아왔고 록산느와도 현관에 앉아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그녀에게도 꽤나 헌신적이었으며, 이 관계를 감추려고도 더 발전시키려고도 하지 않았다. 침대 위에 머물러 있는 저 육신만큼이나 그녀 역시 그에겐 제일 좋은 친구였던 것이다. 그녀는 평화와 휴식, 그리고 과거를 의미했다. 그리고 그녀만이 그의 슬픔과 비극을 알고 있었다
--- p.395 「행복의 자취」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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