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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올 아침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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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5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86쪽 | 150*210*20mm
ISBN13 9791160111316
ISBN10 116011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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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나는 환자와의 진료 이야기를 소재 삼는 의사들의 수필이 거북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환자만 일방적으로 언급되는 건 불공평하지 않은가. 하여 나는 의사의 가운을 벗기고 그들도 환자나 일반인과 똑같이 아프고, 기쁘고 슬퍼하며 소명과 명리의 경계에서 갈등하며 사는 인간임을 부각하고자 했다. 인간은 누구나 신 앞에서, 법 앞에서 평등하듯 존재에서도 평등하게 존중되어야 한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사랑하는 사람? 흘낏 곁에 앉은 아내를 본다. 웃어지는 모습이 아니다. 봄 햇살 해맑던 날의 앵두 빛 웃음은 애 저녁에 눈 밑 잔주름으로 잦아들어 할미꽃이 된 젖은 손, 짠하긴 해도 사랑 가득한 얼굴은 물 건너간 지 이미 오래다. 눈길을 돌린다. 딸을 떠 올려 보지만 백 년 손의 알뜰살뜰 여자 되기 이십 수년에 고3 아들 엄마 노릇 하느라 허둥대는 얼굴만 떠오를 뿐이어서 되레 어둡게 찌푸려지고. 아들 며느리? 결혼해서 사돈의 8촌이 된 아들과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인 며느리는 명절 때나 출근길 환승역 거쳐 가듯 다녀가는, 윤곽마저 아리송한 외계행성 우주 시민. 일에 묻혀 밤낮을 뒤바꿔 사는, 하나뿐인 친손녀도 카톡으로 대화하고 의사 표시하는 신세대라 망막에 떠오르는 상은 거북목을 덮어 내린 긴 머리카락뿐.
--- 「시클라멘」 중에서

운전하여 매장에 가는 날도 그리 많이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얼마 안 가 전화로 또는 인터넷으로 식자재를 주문하게 될 것이고, 배달 도시락이나 가공 간편식으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집에서 지지고 볶고 끓이며 간이 어쩌고 하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다. 찬 한 가지로 밥을 먹고 식당 구석에 혼자 앉아 먹는 날도 생길 것이다.
--- 「장 볼 아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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