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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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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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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12쪽 | 136*216*20mm
ISBN13 9788961043571
ISBN10 8961043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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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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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에 알짱거리는
걸림돌을 걷어차다가 황소 가죽구두가 찢어지고
오른쪽 엄지발가락이 골절됐다
나는 왼발로 한 번 더 걷어차려고 하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걸림돌을 살살 꼬셔다가 담을 치니까
무지막지 탱크처럼 달려들던 바람은 하나같이
머리가 깨져 엉엉 울면서 되돌아간다.
국도 찬도 없는 주먹밥만 먹여줘도
나를 상전처럼 대하고 팔랑팔랑 깃발 펄럭이고
앞장서서 걸림돌이 걸림돌을 뽑는다.
걷어차는 대신에 끼고도니까 용병처럼 행동한다.
가끔 나를 팔아먹는 바람에 원성이 빗발칠 때도 있지만
새바람을 불어넣어 담금질하니까
강철보다 강하고 반짝반짝하는 돌이
걸림돌이다
--- 「걸림돌」중에서

부처님은 눈이 밝다
눈앞에 있는 것만 보지 않고
천리 밖에 있는 것도 보고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미리 내다보신다.

누가 무슨 짓을 하는지 다 보시지만
잘잘못을 가려서 나무라는 법이 없고
절에 한번 왔다 가라는 눈짓도 없다

오면 오는 대로 가면 가는 대로
앉으면 앉은 대로 서면 선 대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 가리질 않고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고’

스스로 찾고 스스로 깨치길, 부처님은
지그시 바라만 볼 뿐, 인연을 앞세우지 않고
먼저 자리 뜬다고
붙들어 앉히지도 않고
--- 「부처님의 혜안(慧眼)」중에서

마애불의 법문은
마애불이 머금은 미소에 있다
마애불이 머금은 미소는
석공의 손과 정과 망치이고
손과 정과 망치는 석공의 법문이다
경주 남산 등산길에 우연히 만난
천년 너머 머금은 마애불 미소에
불국사 석탑처럼 층층 쌓아둔 번뇌가
한꺼번에 사르르 녹아내렸다
나는 마애불 불전에 무릎 꿇고
삼동 땀에 젖은 배낭에서 꺼낸
믹스커피 두 잔을 올렸다
한 잔은 마애불에게
한 잔은 이름 모를 그 석공에게
--- 「마애불의 법문」중에서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정대인의 시는 단단하다. 그는 정의롭지 못한 시대를 직설적으로 노래하면서도, 지성인으로서 가지는 풍자와 비판의 날을 놓치지 않는다. 유머와 풍자, 가난한 이웃에 대한 애정과 연민 등은 그의 시가 단호함을 넘어 깨달음을 이룬 후의 충만한 정신에 가닿는 것을 보여준다. 아무리 좋지 않은 걸림돌이라도 자리를 잘 잡으면 디딤돌이 될 수 있다. 걸림돌이 디딤돌이 되는 순간 우리는 이 시집에 담겨 있는 내공과 성찰을 느낄 것이다.
- 정영자 (문학평론가, 한국문인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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