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시작해서 오늘에 이른 30년간, 잊어버리기 싫은, 잊을 수 없는 일들을 누구한테 전해서 도움이 되게 하고 싶었다.
“사업은 이렇게 시작해서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고 필요한 누군가에 말해주고 싶었다.
성공담보다는 실패를 나열하여 거기로부터의 벗어남과 시작함을, 이제 다시 시작하는 또 다른 한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또한, 실패할 수 있는 일을 말하며, 실패로 인하여 좌절하고 포기하는 사람에게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해 주고 용기를 주고 싶었다.
제1편
창업
1. 황금을 땅에 묻다
“그래도 사장님이시지 않습니까?” 지방노동청 근로감독관이 나에게 한 말이다. 공무원 앞에서 징징대는 근로자보다는 사장인 내가 형편이 조금은 낫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 그렇다. 나는 사장이다. 나이를 먹어가니 이제는 명함에도 없는 회장이라고 존경의 의미로 나를 불러주는 사람도 있다. 고마운 일이다.
사업을 시작하여 30년을 이어온 지금, 내 모습과 생각도 많이 변했지만 세상은 최근 몇 년 동안 상상할 수 없는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2019-2022) 이후 사회는 연결이 안 될 정도로 급격히 변화하였다.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중산층은 몰락했고 그 흔하디흔했던 노래방, 호프집, 통닭집들이 사라지고 흥청망청하던 사회 분위기는 냉랭하게 식어간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팽창했던 배달 음식의 오토바이 소리도 이제 기억 속에 희미해졌다. 편의점 도시락, 커피전문점 아메리카노 커피만이 명맥을 이어간다. 모두가 돈이 없어서다. 지갑에는 플라스틱 카드 몇 장이 전부다. 아니, 아예 지갑이 없다. 아파트 구입 자금 빚과 이자로 허덕이고 급여소득으로는 매월 카드값 내고 애들 간식, 내복 사기도 빠듯하다. 거기다가 돈 좀 있다는 계층은 그동안 못 간 외국 여행이 아쉬운 듯 모두 해외로 해외로 하며 떠난다. 이러니 개인사업자, 자영업자가 사업이 되겠는가? 외국 노동자 공급도 잘 안되어서 설거지할 사람도 없는데 무엇을 차려봐야 고생만 할 뿐 시절을 이길 수는 없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새로이 탄생한 직업군(알바, 라이더)들이 자리를 잡나 했으나 오히려 노동시장은 단기 변동성만 커진 불안정한 집단으로 변하였고 기업에는 계절별로 적정한 인력 공급이 되지 않으니 사용자도 노동자도 모두 다 불안정하게 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잿값 폭등과 공급 불안이 발생하였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져 원유 가격은 급등세를 유지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물류 운송이 불안해져서 물류비용과 시간은 늘어나게 되었다. 외국에서는 한국이 지정학적 위험이 크다고 우려스럽게 바라보니 자본 유입이 줄어들고 기후변화, 기상이변 등으로 폭설, 폭우, 지진, 태풍 등 자연재해가 많아지고 장·단기적인 경기 예측도 모두가 다 어려워졌다. 작은 구멍가게 하나를 운영하는 데도 이런 것이 이유가 되는 때이니 어렵다.
창업, 창업해 보았는가?
호구지책으로 개인사업자가 되어보신 적이 있는가?
이면 도로와 접한 어두컴컴한 작은 가게에서 통닭을 튀기고 생맥주를 팔며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자기 모습을 상상해 보았는가?
음식솜씨 좋은 마누라와 좋은 길목에다 분식집을 내고 어묵이나 떡볶이를 파는 자기 모습을 상상해 보았는가?
장롱 속에 있는 공인중개사 자격으로 부동산 중개업소 개업을 생각해 보았는가?
배달의 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라이더를 생각해 보았는가?
이러한 것들을 상상하며 안쪽 호주머니에 사직서를 넣고 다닌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 사직서는 다른 누가 보기 전에 얼른 찢어 버리고 현재의 직장에 충실한 것이 좋다. 그 사직서는 자존심의 담보도 되지 못하고 괜히 아내와 가족을 불안하게 하고 직장에서는 최선을 다하지 못하게 되어서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점점 더 멀어지게 만들 뿐이다.
그런 생각으로 창업해 봐야 3년 또는 길어야 5년 이내에 주위 사람들과 인간관계만 다 끊기고 홀로 남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 3년, 5년이 자기 성질에 못 이겨 기분으로 하게 된 창업이 망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3년이면 자기와 부모형제의 가용자금이 바닥나고 5년이면 처가 근처까지 자금이 바닥나서 내 핸드폰 울리는 소리가 줄어들고 모처럼 아는 사람에게 전화라도 하면 누구는 간절한 마음으로 나를 걱정해 주고 누구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니 그렇게 알고 지내자고 할 것이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