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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설탕처럼 달콤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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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153*194*20mm
ISBN13 9791158966515
ISBN10 115896651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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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윗집은 거인이 산다.

한 시간마다 쿵, 쿵, 쿵
두 시간마다 쿵쾅쿵쾅
세 시간 후 쿵 따다닥, 쿵 따다닥

네 시간 후

어, 왜 조용하지?
30분 후
쿵, 쿵쾅, 쿵 따다닥, 다다닥

으악 이건, 지옥이야.
--- 김지환, 「윗집」 전문

슥삭슥삭
크레파스는 마술사

빨강, 노란, 분홍은
봄꽃을 그리고

초록 파랑 보라는
나뭇잎 파도 포도를 그리고

노랑과 주황 갈색은
단풍과 들판 울긋불긋 산을 그리고

하양과 검정은
앙상한 나뭇가지와 하얀 눈 그리는

슥삭슥삭
크레파스는 사계절 마술사
--- 김소은, 「크레파스는 마술사」 전문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는 새가 되고 싶어

물속에서 헤엄치는 물이 되고 싶어

칙칙폭폭 칙칙폭폭 기차가 되고 싶어

새가 되고 물이 되고 기차 되어

북한 땅 마음대로 가고 싶어
--- 강태경, 「새와 물과 기차」 전문

개인 정보는
쉬!
안 돼.

남 탓은
쉬!
안 돼.

힘든 친구는
쉬!
아무도 모르게 도와주기
--- 김설, 「친구 사랑」 전문

악어는 입이 크다.
큰 입으로 작은 물고기를 꿀꺽
이상하네?
입이 큰데 왜 작은 걸 먹지?

악어는 책에서는 초록색이었는데
실제로는 검정이다.
이상하네?
왜 초록색으로 그릴까?

악어는 도마뱀보다
46배나 크다.
그럼,
도마뱀보다 얼마나 더 무거울까?
--- 김성현, 「악어」 전문

아빠는
엄마가 요리할 때 예쁘대요.
엄마는
아빠가 청소할 때 예쁘다고 해요.

아빠는
내가 공부할 때 젤 예쁘다고
엄마는
동생이 잘 놀 때 젤 예쁘대요.

그래서 우리 가족 예쁜 가족 됐어요.
--- 이예림, 「예쁜 가족」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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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글을 신뢰한다. 아이들은 이 세계의 비밀을 말하는 줄 모르면서 말하는 자이다. 경험과 감각이 선명하고 강렬해서 무엇을 말하든 곧바로 핵심에 이른다. 아이들이 가진 정직하고 진실된 필터 앞에서 지식만큼 무력한 것이 있을까. 이 단순함의 미학에 이르려고 수많은 시인들이 일평생 어둠을 잉크로 찍어 시를 쓰며 절망한다. 『친구들이 설탕처럼 달콤했으면 좋겠어』에 바로 그 아이들이 있다. 눈으로도 맛을 보는 아이들. 물속에서 물이 되어 헤엄을 치는 아이들. 입으로 기관총을 쏘는 아이들. 이 아이들은 “책에서는 초록색”이었지만 “실제로는 검정”인 악어를 우리 앞에 데려와 관념의 악어를 깨부수고 실재하는 악어를 증명한다. 느림만을 강조하는 박제된 나무늘보의 이미지를 찢어버리고 “땅 위에서는 느리지만/물에선 빠”른 역동적인 나무늘보를 제시해 우리에게 충격을 준다. 이 아이들은 자기가 스승인 줄 모르지만 나의 스승들이다.
- 김개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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