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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플러가 만난 지구 (큰글자책)

케플러가 만난 지구 (큰글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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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7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210*290*30mm
ISBN13 9791168261860
ISBN10 1168261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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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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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새벽, 호세는 드디어 지구에 도착했다.
--- 첫 문장

산업혁명이 일어나는 것과 함께 자연이 파괴하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부터였다. 결론적으로 자본과 개발의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인간들이 불과 이백 년 남짓 만에 지구를 악성 행성으로 만들어버린 셈이었다. 그리고 초대형 혜성을 불러들이는 상황까지 왔지만, 정작 본인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 p.15

우주인들은 만장일치로 신라를 왕국의 주인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호세를 지구에 보내는 것을 시작으로 새로운 왕국 건설 프로젝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 p.35

오래전 사진을 찍기 위해 이곳으로 올라갔다가 밝은 초록색 등에 두 개의 금줄이 있는 작은 개구리를 만났다. 행동이 굼뜨고 큰 소리로 울지 못해서 처음에는 참개구리인 줄 알았다. 하지만 도감과 인터넷을 살펴보다가 녀석의 이름이, 보존 가치가 있는 금줄개구리라는 것을 알았다. 한때는 집안에 키우는 닭이 잡아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살았지만, 농약 살포 등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견디지 못해 산꼭대기까지 피난을 온 녀석들이 분명했다. 나는 내가 아는 지식과 경험을 공사를 진행하는 데 보태고 싶었다.
--- p.130

환경 파괴의 결과는 문명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과 야생동물들에게 먼저 나타나는 것 같아요.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봤는데 새끼 코끼리가 물을 마시려고 잠시 무리에서 벗어나는 바람에 길을 잃고 헤매다가 목이 말라서 죽어버린 거예요. 그 장면을 생각하면 나는 지금도 가슴이 아파요.
--- p.145

올해도 나는 비단벌레를 만나러 갈 것이다. 안개처럼 가만히 숲속으로 스며들어 살아 있는 보석들의 날갯짓을 볼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아름다운 군무를 혼자 보고 있는 외로움으로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
--- p.156

적장의 목을 베는 순간에 느꼈던 그 쾌감을 다시 맛보고 싶었다. 승리의 북소리를 들을 때 온몸을 떨리게 하던 희열감을 한 번 더 느껴보고 싶었다. 그런 자신을 발견할 때면 나는 내가 무서웠다. 겉으로는 평화로운 일상들이 계속되었지만, 마음속에서는 나날이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 p.172

호세는 손씨를 마주하는 순간 그가 어떤 단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이런 경우를 두고 예감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그것은 인간이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초능력의 일종이었다. 호세는 시냇물처럼 부드럽게 그의 내면으로 흘러 들어갔다. 손씨의 의식 속에는 배출하지 못한 감정의 찌꺼기들이 쓰레기처럼 널려있었다. 그 방해물들을 헤치고 본성의 자리에 도달했을 때 초록색 날개를 활짝 편 벌레들의 군무가 한창이었다.
--- p.189

혜성과의 충돌로 지구가 사라진다? 케플러 452b라 부르는 행성에 우주인들이 신라 왕국을 세우고 새로운 인간 역사를 시작한다?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렇게 엄청난 일을 왜 자기들처럼 평범한 사람이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자 마음이 불안해졌다.
--- p.199

다른 행성에서 왔다는 호세를 만났고 살아 있는 비단벌레를 보았으며 수중왕릉과 이어진 수로를 발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무왕이 주었다는 옥룡 팔찌를 보고 직접 만졌다.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지만 의문은 계속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대놓고 당당하게 할 수 없다는 것도 무척 답답했다.
--- p.232

본능적으로 걸음을 멈춘 곡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럭바위 위로 시커먼 물체가 연기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면서 호세에게 피하라고 외쳤으나 소리가 목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 p.270

호세는 집이 어디일까? 부모들은 왜 아이를 찾지 않을까? 학교에 다니지 않는 것도 이상했다. 가끔 이런 의문이 일어날 때면 마음이 심란해지면서 불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막상 호세가 눈앞에 있으면 걱정이 봄눈처럼 녹아내리니 참 이상한 일이었다.
--- p.296

결론적으로 케플러 행성은 인간 생명체의 실험대가 되는 셈이다. 해룡이 된 문무왕의 절규처럼 그들은 지구에서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아니면 아틀란티스처럼 이상향의 세계로 나아갈 것인가? 그것은 모두 새롭게 태어나는 신라인들에게 달려있었다.
--- p.311

밤이 깊어지자 호세는 한별이가 선물로 준 가방에 옥룡 목걸이를 넣었다. 그리고 천전리에서 가져온 공룡 화석 열쇠와 세 개의 운석을 담았다. 그는 이제 마지막으로 할 일이 하나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간월산 정상에서 여왕개미와 함께 별을 보는 일이었다.
---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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