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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7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141*205*20mm
ISBN13 9788967998189
ISBN10 896799818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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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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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갔다 와?”
“애가 밤이 되도록 안 들어 오길래 찾아왔어요.”
지희가 대답했을 때 이웃들의 미간이 일제히 들쭉날쭉 찌푸려졌다.
“그래서 찾았어?”
“야산 밑에 있는 폐가에서 놀고 있더라고요.”
“….”
이웃들은 조심스럽고 재빠르게 서로의 시선을 교환했다.
“거기 위험한데, 요즘 애들이 놀 데가 없긴 없나 봐요.”
“그래서 영분이는 찾았냐고?”
“무슨 소리예요? 여기 있잖아요.”
지희의 말과는 다르게 그녀의 시선이 떨어진 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 p.2

“어떻게 아셨어요?”
“뭐가?”
“사람이 나올 거라는 거 말이에요. 전 전혀 못 느꼈는데.”
“그게 말이야….”
지희가 골목을 벗어날 때쯤 고개를 틀어 진선을 바라보았다. 거리가 있어 확신을 할 수는 없었지만 그녀의 양쪽 눈썹이 꿈틀거리고 있는 듯했다. 진선은 찌푸려진 눈썹 아래 자리한 지희의 시선을 똑똑히 응시했다. 회피하고픈 마음이 꿈틀댔지만 실행으로 옮기진 못했다.
“그냥.”
설명할 수 없는 기운이 감도는 중 지희가 나타난 것이라고 대답하려다 삼켰다.
“다른 집도 한번 들러볼까요?”
“….”
진선은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 p.3

“모르긴 해도 이 골목 사람들은 애환이라는 게 없을 거요.”
“무슨 말씀이신지?”
“영 모르는 것 같지는 않던데…?”
경우 아버지가 흘리듯 넌지시 물었다.
“어째서 그리 생각하시는지?”
반만 문 미끼 같은 되물음이 나갔다.
“영분이네 자주 들락거리지 않았소?”
이런 식으로 대화가 흘러가는 걸 보니 예사롭지 않았던 첫 느낌이 틀리지 않았다. 또한 지금처럼 먼저 물어와 주는 바라면 오히려 진선으로서는 원하는 것에 다가가기가 쉬워진 격이었다.
무엇을 듣고 말하고 싶어 하는지 서로의 패를 확인한 경우 아버지와 진선은 눈빛으로 서로의 의사에 동의를 표했다. 반면, 경우 어머니는 살짝 당황한 눈매를 해서는 진선을 바라보았다.
“아버님은 뭔가 알고 계시는군요?”
“여기 사람들, 특히 이 골목 사람들은 애환이란 게 없소. 한(恨)만 남았지.”
이번에도 응답이 어려운 말을 늘어놓는 경우 아버지였다.
--- p.4

그때를 기점으로 진선은 패거리의 타깃 중 하나가 되었다. 처음에는 돈을 빌려달라고 하다가 그 정도가 심해져 마치 검문하듯 내키는 대로 찾아와 지갑이나 가방, 심지어 사물함 등을 뒤져서 본인들이 필요한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스스럼없이 집어갔다.
“뒤지고 싶냐? 체육복 담당이 사물함을 잠가놓으면 어떡해?”
“그러고 보니 나도 생각났어. 지난번에 교과서를 못 꺼내가서 중간고사를 망쳤다니까. 대학 못 가면 네가 책임질래? 썅!”
“2만 원만 바치면 눈감아줄 테니 내일까지 가져와라.”
“에이, 2만 원으로 누구 코에 붙여? 사람이 몇 명인데.”
“어이! 꼬! 사물함에 또 자물쇠 채워놨다간 죽을 줄 알아. 알겠냐?”
“참! 체육복에서 냄새 나도 재미없을 줄 알아. 이 잡년아.”
무리들에 둘러싸인 진선은 단 한 마디 대꾸도 내뱉지 못했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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