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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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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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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196쪽 | 284g | 120*205*20mm
ISBN13 9791190533157
ISBN10 1190533154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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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사랑은 누런 이빨을 가지고 있다. 두 살, 두 살 반인 나의 눈 안으로 그가 들어온다. 눈동자를 지나 어린 소녀의 마음속에 슬그머니 스며들어 구멍을 파고, 소굴을 짓고, 은신처로 삼는다. 내가 당신에게 말하는 시간에도 그는 여전히 그곳에 있다. 그 무엇도 그 자리를 대신할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 무엇도 그렇게 멀리 내려갈 방법을 알지 못한다.
--- p.9

마야, 과자를 만드는 것과 사랑하는 건 비슷하단다. 얼마나 신선한지가 문제거든. 그리고 모든 재료는 제아무리 씁쓸한 재료라 해도 달콤한 걸로 바뀌지.
--- p.20

먹고자 하는 욕구가 육체에 있듯이 창작의 욕구는 영혼 안에 있다. 영혼은 배고픔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나는 두 부류, 오직 두 부류뿐인 창작자들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마른 자들과 뚱뚱한 자들로 나뉜다. 줄이고 버리고 최소한의 손길로 창작하는 사람들, 이들은 자코메티, 파스칼, 세잔이다. 축적하고 확장하고 병적인 허기를 가지고 창작하는 사람들은 몽테뉴, 피카소다. 그리고 음표로 가득 채워진 바흐 또한 이 부류에 속한다. 내가 다른 작곡가들보다 바흐의 음악을 유독 좋아하는 까닭은 그의 음악이 감정을 해방시켜 주기 때문이다. 슬픔도 후회도 우울함도 없이, 단지 똑딱거리는 벽시계 추 같은 음표의 수학만 있을 뿐이다.
--- p.34

뚱보의 음악을 들으며 깨달은 게 있다. 행복은 분리된 음이 아니라, 두 음이 서로 퉁겨 튀어 오를 때 생기는 기쁨이라는 것이다. 불행은 당신과 상대방의 음이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이탈할 때 찾아온다. 우리가 겪는 가장 심각한 분열은 다른 어디도 아닌 리듬에서 나온다.
--- p.43

모든 아이가 모차르트는 아니다. 하지만 모차르트는 어린 시절의 모든 것이다. 물 위에서 춤을 추는 기법과 움쑥한 구렁에서도 잠을 자는 방식으로. 모든 아이가 랭보는 아니다. 하지만 랭보는 어린 시절의 모든 것이다. 속임수를 대하는 순수한 취향과 반복하는 말이나 반짝이는 돌들에 즐거워하는 마음으로.’
--- p.57

때로는 가장 깊은 감정이라 할지라도, 우리의 모든 감정에는 지울 수 없는 희극적 요소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감정의 깊이는 사랑과 아무런 관련이 없을 때가 많고, 모두 이기심과 연관되어 있는게 틀림없다. 우리가 우는 것은 자기 자신 때문이고,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뿐이다. 이 생각 자체는 그리 어리석지 않지만, 그런 생각 뒤에 슬픔이 따라온다면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 나는 진실이란 게 무엇인지 모른다. 그러나 슬픔에 관해서는 알고 있다. 슬픔은 다른 무엇도 아닌 허구라는 걸.
--- p.116

나는 난생처음으로 사랑을 한다. 그전에 했던 모든 건 아무것도 아니었고, 그전에 있었던 모든 건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는 온 세상 모든 사람과 잘 수 있지만 그것으로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마음이 가닿지 않는 한 육체는 처녀지로 남아 있다. 나는 결혼하지 않았고, 나는 스물네 살이 아니다. 사랑 속에서 처음으로 나는 영원한 나이를 갖는다.
--- p.124

지혜는 흔히 말하는 것과 달리 나이가 들면서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다. 지혜는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이며, 마음은 시간 안에 있지 않다.
--- p.128

침묵하면서 살기를 원한다. 내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침묵이다. 내 아버지의 묵직한 침묵이나 요양원의 침묵이 아니라 쥐라산맥 숲속의 침묵, 백지 같은 침묵이다.
--- p.139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우리를 미워하는 사람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그들에게 저항하는 건 훨씬 어렵다. 당신이 원하는 것과 반대로 하도록 당신을 이끄는 데 있어서 친구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 p.169

탁자 위에 놓인 원고를 본다. 내게 결정 내릴 시간을 주고, 그 결정이 내 안에 스며들 수 있도록 이 원고를 썼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우리가 무언가를 하는 것은 결코 그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우리와 닮았을 다른 무언가에 다다를 시간을 스스로에게 주려고 하는 건지도 모른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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