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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콰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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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396g | 105*135*17mm
ISBN13 9791167374455
ISBN10 1167374452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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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은 되살아나고 다시 죽는다. 비극은 현재에 저항하기 위해 부활한다. 역사의 비극적 결말은 결국 희극적인 사건에 근거한다.
이제 잠잠하고 고요한 아콰마린의 빛으로 함몰되어라. 세상의 모든 여인과 아들은 저항하여라.
--- p.14

범죄를 저지르는 누구나 흔적을 남기고, 어떤 사건에도 단서가 있다는 것을 그는 믿었다. 단서가 될 만한 정보를 찾고 모으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지치지도 않고 찾고 찾으면 찾게 된다는 그의 신념이었다. 오래전에는 발로 뛰고, 도청하고, 몰래 염탐해서 그런 흔적의 조각을 맞추어나갔었다. 아니, 실은 그리 오래전도 아니었다. 조각이 맞추어지지 않는다면 조작도 서슴지 않던 시절이 얼마 전이었다.
--- pp.80~81

‘아무것도 준비하지 말고, 어떤 것도 의심하지 말고, 무엇도 의도하지 말자.’ 그가 주문처럼 속으로 되뇌었다. 그가 오랫동안 품고 있었던 신조였으나, 참으로 오랜만에 떠올려보는 마음이었다.
--- p.151

“내가 감옥살이를 하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은 억울한 것보다도, ……왜 나였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건 답을 찾을 수가 없어. 왜 나였을까, 왜.”
--- p.160

천천히 그의 의식이 쓰러졌다. 그의 몸이 바닥으로 처지며 허물어졌다. 그가 정신을 잃으며 마지막으로 보았던 것은 웅크려 앉은 자신의 거대한 그림자였다. 영혼 없는 괴물이 천천히 사그라지는 것을 그는 눈이 감기는 순간까지 노려보았다.
--- pp.287~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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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 사회화된 은폐이자 강요된 집단망각이다. 안타깝게도 한국 사회에는 군 의문사와 전시국가폭력에 의한 집단학살을 제외하고, 권위주의 정권은 물론 현재에도 벌어지고 있는, 보다 광범위한 국가공권력의 수사사법폭력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피해자 신원 보호에 대한 움직임은 미미하다. 대신 여러 사건에서 볼 수 있듯 ‘사적 제재’를 둘러싼 논란만이 있을 뿐이다.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있지만, 가해자들은 아무런 죄의식 없이 행복에 겨워하고 있으며, 사건을 조작하고 왜곡하고 피해자를 가해했던 수사사법 담당자들은 두터운 사법 기득권의 저편에서 지연된 정의의 가면을 쓰고 있다. 《아콰마린》은 지금 우리 사회가 애써 외면하고 잊어버려 멈춘 ‘정의 시계’의 태엽을 다시 감으면서 우리에게 묻고 있다. “당신은 정의의 시계가 종을 칠 때 당신의 무엇을 자를 것인가?”
- 배상훈 (프로파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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