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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 저 / 고병권 해설 / 배지혜 | 그린비 | 2024년 07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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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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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년 07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488쪽 | 135*210*23mm
ISBN13 9788976828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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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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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먼지가 가득한 바닥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는 그녀를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녀가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고,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나는 기분 좋은 향기에 비둘기 똥 냄새가 가려졌다. 그녀가 아직 젊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녀는 여전히 인생에서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으며, 불편한 사람을 절벽 위로 밀어봐야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사실 그렇게 했어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을 거예요.” 그가 말했다.
“그럼 왜 후회된다는 거죠?”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나으니까요. 이 게임에서 어차피 우리는 이길 수 없어요. 좀 더 나은 실패가 있을 뿐, 그게 다예요.”
--- p.185

종종 그들은 달아나는 상상을 하기도했다. 그러면 그들의 행운이 언제까지나 지속되어 삶이 다할 때까지 지금처럼 은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혹시 캐서린이 죽고 적절히 손을 쓴다면 윈스턴과 줄리아는 결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함께 자살할 수도 있을 터였다. 어쩌면 두 사람이 함께 아무도 몰래 자취를 감추고,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게 변장한 다음 프롤레타리아식 억양으로 말하는 법을 배워 공장에서 일자리를 얻으면 들키지 않고 뒷골목에서 살아갈 수도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물론 두 사람 모두 이러한 상상이 터무니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현실에서 탈출구는 없었다. 유일하게 실행할 수 있는 계획인 자살조차도 두 사람은 실행할 생각이 없었다. 매일, 매주 이어지는 현재를 계속해서 살아가는 것은 공기가 있는 한 언제까지나 다음 숨을 준비하는 폐처럼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이었다.
--- pp.208~209

윈스턴은 잠시 책 읽기를 멈췄다. 저 멀리 어딘가에서 로켓 미사일이 폭발하는 소리가 천둥처럼 울렸다. 하지만 텔레스크린도 없는 방에서 금지된 책과 단둘이 있는 황홀한 기분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고독하면서도 안전한 느낌이 육신의 피로, 의자의 푹신함과 창문에서 불어와 뺨을 스치는 희미한 바람의 감촉과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뒤섞여 마치 물리적 감각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책에 매혹되었다. 더 정확하게는 안심이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그에게 새로운 가르침을 주지는 않았지만 그런 점 역시 책의 매력 중 하나였다. 책에는 흩어진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면 그 자신이 이야기했을 내용이 적혀 있었다. 책은 자신의 생각과 비슷하면서 훨씬 더 강력하고 체계적이며 대담한 정신을 가진 누군가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었다. 최고의 책은 읽는 이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알려 주는 책이 아닌가 그는 생각했다.
--- pp.270~271

오브라이언은 손을 움직여 그를 조용히 시켰다. “정신을 통제함으로써 물질을 통제하는 겁니다. 현실은 두개골 안에 있거든요. 차차 배우게 될 겁니다, 윈스턴 동지. 우리가 못 하는 일은 없습니다. 투명해질 수도 있고, 공중부양도 할 수 있고 무엇이든 가능합니다. 원한다면 지금 비눗방울처럼 바닥에서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이 그걸 원하지 않기 때문에 나도 원하지 않는 겁니다. 당신은 19세기 자연법칙에 대한 관념을 잊어야 해요. 자연법칙도 우리가 만드는 겁니다.”
“하지만 아니잖아! 당신들이 이 행성의 주인도 아니잖아요. 유라시아와 동아시아는요? 아직 그들도 정복하지 못했으면서.”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적당한 때 정복할 겁니다. 그러지 않는다고 뭐 달라지는 게 있나요? 존재에서 지워 버리면 되는 것을. 오세아니아가 곧 세계가 되는 거죠.”
“하지만 세계도 먼지 한 점에 불과합니다. 인간은 아주 작고, 무력한 존재일 뿐이고요. 인간이 존재한 지 얼마나 되었나요? 수백만 년 동안 지구에 살지도 않았었죠.”
“말도 안 되는 소리. 지구는 우리만큼 나이를 먹었을 뿐 우리보다 오래되지 않았소. 어떻게 지구가 인간보다 오래되었을 수 있지? 인간이 의식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데.”
--- pp.359~360

오웰은 나치가 프랑스를 점령했을 때 지식인 변절자가 놀라울 정도로 많았던 점을 언급합니다. 몸이 아니라 머리로만 세상을 아는 사람들은 파시즘에 격렬히 반대하다가도 상황이 어려워지면 금세 패배주의에 빠져듭니다. 승부에 대한 계산이 빠릅니다. 희망을 빨리 포기해 버리죠. 그래서 권력자의 매수에도 잘 넘어갑니다. 반면 몸으로 아는 사람들, 이를테면 가난한 노동자들은 파시즘의 헛된 약속에 쉽게 넘어갑니다만 그것이 실현될 수 없음을 느낄 때는 강하게 저항합니다. 권력자가 아무리 숫자나 논리, 이념을 들먹여도 잘 통하지 않습니다. 몸으로 형성한 세계관은 고귀함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 pp.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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