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의 문제는 정보 누락만이 아니다. 단타와 2루타, 3루타 홈런을 모두 똑같이 취급한다는 점도 문제다. 경기 흐름에 홈런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는 모두가 아는 사실인데, 타율은 단타(1루타)와 홈런, 단타와 장타의 가치를 동일하게 계산한다. 그렇다면 타자가 일정 기간 동안 어떤 활약을 했는지, 타율이 정말로 알려주는 것은 무엇인가? 타석에 들어서서 볼넷을 얻지 않거나, 몸에 투구를 맞지 않거나, 희생 플라이를 기록하지 않거나, 번트를 대지 않거나, 타수에 포함되지 않는 희귀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때 얼마나 자주 안타를 치는지를 알려준다. 타율은 엄청난 악습이지만, 이미 100년 넘게 우리 뇌리에 박혀버렸고 지금도 타자 평가에 있어서 과도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타율 1위인 타자에게.
--- p. 26 「타율, 잘못된 기록이 보여주는 심각한 결함」 중에서
2016년 10월 4일, 볼티모어는 토론토와 와일드카드 단판 승부를 펼쳤다. 예상과 다르게 투수전이었고, 8회 말에 브리튼이 몸을 풀 때 2-2 동점이었다. 하지만 잭 브리튼은 등판하지 않았다. 당시 벅 쇼월터 감독은 셋업 투수 브래드 브라크를 대신 냈다. …… 10회는 오데이와 브라이언 던싱이 책임졌고, 11회는 과거에 선발로 활약했지만 중간 계투로 돌아선 우발도 히메네스가 맡았다. 그러나 히메네스가 연속 안타에 이어 대형 홈런을 허용하는 바람에 와일드카드 경기와 볼티모어의 시즌은 한꺼번에 종료됐다. 브리튼은 끝내 단 1구도 던지지 못했다.
경기 후 쇼월터 감독은 구원 투수를 여섯 명이나 기용했는데 가장 강한 구원 투수를 내지 않았던 점에 대해, 최근 히메네스의 페이스가 매우 좋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 이후 데이브 쇼언필드 ESPN 기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복잡하게 설명할 필요 없다. 쇼월터 감독이 경기를 망쳤다.” 제프 패샌 야후스포츠 기자(현 ESPN 기자?옮긴이)는 “사람이 아무리 똑똑해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둔해질 때가 있다”라고 적었다. …… 쇼월터 감독은 브리튼을 낼 수 있도록 팀이 앞서기를 희망했다는데, 이런 생각(경기를 연장하는 데 가장 강한 구원 투수를 기용하지 않는다는 생각) 자체가 세이브 규정에 대한 야구계의 집착을 보여준다. 야구사 첫 100년 동안 존재하지도 않았던 세이브가 궁극적으로는 볼티모어의 플레이오프 진출 기회를 좌절시킨 셈이다.
--- p. 61~62 「세이브, 세이브는 야구를 어떻게 망쳤는가?」 중에서
출루율과 장타율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주장의 핵심은, 베이스를 얻는 것도 가치가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OPS를 볼 때마다 계속 떠오를 것이다. 출루율이 0.001 증가하는 가치는 장타율이 0.001 증가하는 가치보다 크다. 구단 프런트가 야구를 어떻게 고민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지금도 권장하는 책이 《머니볼》이다. 《머니볼》의 저자 마이클 루이스는 당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임원이었던 폴 데포데스타Paul DePodesta의 말을 다음과 같이 인용했다. “출루율 0.001는 장타율 0.001보다 세 배가 넘는 가치를 가진다.” 실제로는 이것보다 낮지만, 내용의 방향은 정확하다. 여러분이 메이저리그 구단 단장인데, 야구의 신이 내려와 소속 선수 단 한 명에게 출루율 0.01을 올려주는 약과 장타율 0.01을 올려주는 약 중 하나만 선택해서 가져가라고 한다면 반드시 출루율 약을 골라야 한다.
--- p. 159~160 「장타율과 OPS, 맹점이 있지만 쉽고 편리한 스탯」 중에서
WAR을 구성하는 마지막 조각은 그라운드를 누비는 야수의 가치다. 앞에서 수비 가치에 대해 설명했듯이, 플레이 처리 여부를 반영한 가치를 합해서 평균 수준의 야수가 처리할 가능성과 비교하면 된다. 대중에게 공개된 dRS나 UZR을 사용하든, MLB 사무국의 데이터를 적용한 구단 전용 스탯을 사용하든 원리는 같다. 평균 수준의 유격수가 처리하는 플레이와 더불어, 더 왼쪽으로 간 타구 10개와 더 오른쪽으로 간 타구 10개를 처리했다면, 평균 대비 막은 실점이 더 높게 나올 것이다. 추가로 처리한 20개의 플레이는 ‘단타를 방지’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외야수라면 이런 플레이를 더 적게 처리해도 같은 효과를 누린다. 평균적으로 잡을 수 없는 공을 잡는다면, 장타를 막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가치를 구하는 데 필요한 구성 요소를 다 모았다면, 전부 합산해버리면 된다. 이렇게 해서 평균 대비 창출한 득점, 또는 방지한 실점을 얻는다. 그리고 이것을 현재 팀 수준으로 1승을 추가하는 데 필요한 득점 또는 실점이라는 가치로 나눈다(보통 10정도지만 수비 수준에 따라 살짝 변동된다). 이것이 WAR이다. 야수의 경우 득점력을 서로 비교할 때 동일 포지션끼리만 진행한다. 유격수나 포수에게 1루수나 지명타자만큼의 득점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 p. 239~240 「WAR, 선수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스탯」 중에서
《머니볼》이 출판된 시기에 스탯 혁명이 시작되면서 야구의 뼈대를 근본적으로 바꿔버렸다. 2016~2017년 비시즌에는 데이터 분석을 극명하게 저항했던 두 구단, 미네소타 트윈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데이터 분석을 위한 토대를 다졌다. 이제 직감과 어림짐작이 의사 결정 과정을 지배했던 시절로 되돌아가지는 못한다. 이 혁명으로 인해 구단들은 데이터를 더 갈구하게 됐다. 스탯의 발전과 앞으로 보여줄 진보는 야구를 몇 년 더 바꿔놓을 것이고, 그 영향은 재능을 발굴하는 스카우트나 실제 경기를 뛰는 선수,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선수를 뽑는 기자 등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형태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 p. 248~249 「응용 수학, 새로운 지표로 보는 명예의 전당 투표 결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