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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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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7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248g | 125*180*13mm
ISBN13 9791169092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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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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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내가 언제 죽어버릴지 자신할 수 없기에 나는 일단 이 이상한 삶에 대해 남겨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살아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희망 회로까지 돌았기에 (그런데 이게 희망이 맞나? 어쨌든) 쓰기로 다짐하며 나의 심리 상담사에게 “그러면 덜 외로워질지도 몰라요”라고 말했더니, 그는 얄짤 없이 “더 외로워질 수도 있어요”라고 답했다. 나는 그 말이 이상하게도 꽤 마음에 들었고, 그럼에도 써야겠다고 혹은 그렇기 때문에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외로워서 죽어버리자. 그렇게 해서라도 살아버리자.
--- pp.7~8

약간 과장하자면 나는 폴리아모리라는 말을 온갖 맥락에서, 시도 때도 없이 쓴다. 으레 요약된 정의인 ‘비독점 다자연애’에만 국한하지 않고, 비독점적인 방식이 돋보이는 다자관계(사실상 인간관계라는 게 보통 이러한 법이라 새삼스럽기도 하지만)를 맺는 상황을 발견하면 냅다 외친다. “이게 바로 폴리아모리지!”

(…) 출판편집자는 저자, 디자이너, 마케터 등 여러 협업자와 직접 긴밀히 소통하면서 밸런스를 잘 맞춰야 한다. 때로는 매개체 역할도 한다. 나는 이들 모두를 사랑해버린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한다(언제나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이게 잘될 때면 일하는 과정이 짜릿하고 만족스럽다). 폴리아모리 비유에 관한 나의 해석을 얘기하는 중인데, ‘동시에 사랑하기’보다 ‘균형 맞추며 관계 맺기’가 자연스럽게 먼저 나온다. 그게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일이니까.
--- pp.36~37

나는 단 한 명과 연애하거나 혹은 아무와도 파트너 관계를 맺지 않을 때조차, 언제나 폴리아모리 인간이다. 넘어온 다리를 끊고 다음 다리로 넘어가는 식이 아니라, 다리들을 이어가면서 내 세계를 계속해서 더 풍부하고 복잡하게 만든다. 그들에게 받은 사랑을 또 누군가에게 주면서. 여러 관계들을 내 안에서 상호 참조하고 인용하면서. 계속해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더 나은 관계를 쌓아가는 일에 나는 매우 집중한다.
--- p.63

진영이는 가끔 한이의 안부를 묻고, 한이가 보내준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릿을 냠냠 맛있게 먹고, 내가 방에서 한이랑 몇 시간씩 통화하면 문을 열고 씩 웃으며 쳐다보고서 다시 문을 닫고 나가곤 한다. 오픈릴레이션십과 폴리아모리에 대해서 요즘 자꾸 말하고 싶어진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이 이런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나는 나를 비롯한 타인을 납득시키고 싶어하는 사람이니까. 어쨌든 지금 나한테는 이 상태가 너무나도 제격이다.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비로소 가능해지는 일들이 아주 많아.
--- p.142

하나하나 대체할 수 없이 고유하고, 오직 내 기억으로서만 매우 의미 있는 얼굴, 순간, 말, 웃음, 목소리, 장면. 내가 지우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들. 그 모든 게 나를 만들었는데 관계가 끝나거나 변화했다고 해서 통째로 지워버리면 내가 군데군데 지워질 것만 같다.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을 삭제하고 싶지 않다. 그 부분들을 들어내면 나는 영원히 미완성인 시나리오다.
--- p.179

사랑하느라 살아 있다. 오직 사랑하는 일로 삶을 견디고 감당하고 있다. 항상 조금 슬픈 사람과 항상 조금 졸린 사람이 서로를 돌보면서 살아가고 있다. 나는 이 요양원으로 언제나 돌아오고 싶다. 그러려면 나가기도 해야 한다. 나가야지 돌아올 수 있다.
--- pp.21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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