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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기억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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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7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130*190*150mm
ISBN13 9788979736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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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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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커니 앉은 방안의 어둠이 짙을수록, 창밖 산 그림자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생의 감각이 날밤을 새우며 통증으로 이어지던 날, 조금씩 산의 오솔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음을 내려놔야 한다는 처방을 떠올리며 지금껏 짊어온 무게를 저울질하려할 때 길섶의 꽃무릇이 슬며시 다가왔다

배고픔을 하얗게 속이던 하루하루를 보내며 무심코 지나쳤을 그 숲속 길냥이에게 비로소 인절미 과자 하나를 뜯어주었다

끈적하게 지상에 발을 디뎌온 날들 하늘의 명을 알아야 할 지금, 마침내 마음이 환하게 열리었다
--- 「개심開心-금정산을 맞았다」중에서

상석床石의 제물은 죽은 자의 몫이 아니다

떼로 날아든 까치의 수런거림 뒤로
시대를 관통하는 배고픔이 도사리고 있다

대여섯 살, 전설의 고향에서나 볼 법한
하얀 소복 입은 긴 머리 그림자

살기 위한 몸부림 앞엔 무서움도 사치다

매캐한 화약내, 가릴 것 없는 민둥 자리로
이방인의 묘비는 산 자의 주춧돌이 되고
대를 이어갈 든든한 옹벽이 되었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무명옷을 다듬질할 방망이는
끊임없이 비문을 두드리고
유골함은 이미 항아리가 되어 부엌을 지켜왔다

가끔씩 ‘이따이, 이따이’ ‘아츠이, 아츠이’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는 소문만이 무성할 뿐

아무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 아미동에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는 없다

여기는, 가난으로 생과 사를 초월하는 힘을 가진 곳이다
--- 「아미동은 여전히 힘이 세다」중에서

동해와 남해가 나뉘는
서늘한 경계에서
목숨보다 더한 이념의 광기가
시퍼런 파도를 적셨던 그곳은
거센 소용돌이로 누구도 빠져나오지 못할
창백한 역사의 쉼표 어디메쯤에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영문도 모른 채 끌려나와
새끼줄에 묶인 무수한 손발
전쟁이 터진 그해, 오로지
단 한 발의 총성도 아까워
확실하게 증거를 인멸하려 했던
그곳은 지금, 유람선이
유행가를 매달고 하염없이
부산항으로 돌아오라 넘실대고 있지만
저 먼 쓰시마 해협까지 떠밀려간
그때의 잔혹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좌우로 떠 있는 방패섬과 솔섬이
결국 우삭도 하나였음을 오륙도는
썰물처럼 여전히 노래하고 있다
--- 「오륙도 비가悲歌」중에서

산군山君이 사라졌다
인왕을 거처로 남북 수백 리를
옹골차게 호령했을 깊은 산중의
왕좌는 이미 폐위되었다

유난히 도드라진 산맥의 힘줄
속속들이 헤집으며
놋대야보다 더 큰 광채로
어둠 밝힌, 숲속의
이 경외敬畏로운 자세는
백두대간을 틈타 목을 축이며
천천히 하늘을 바라본, 여기
호계천까지 이어졌다

아들을 잃은 한 아낙의 젖이
어린 범을 살려냈다는 소문이 끝없는
산군의 은덕으로 귀결되었던
가난한 마을의 전설은
전쟁을 피해
먹고 살기 위해 부산하게 모여든
거친 생의 디딤이 되어줄
안창이었다

군주가 없는 시대, 여전히
도도한 바위와 넉넉한 나무 그늘 아래로
다시 한 번 큰 대륙을 향해 포효할
용맹한 족적이, 지금
골목 벽화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 「포효-안창, 호랭이 마을에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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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때로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지만 서로를 이어주는 날줄과 씨줄이기도 하다. 김요아킴 시인에게 부산은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이야기이며, 때로는 가난한 삶들에게 건네는 돼지국밥 속의 따뜻한 위로이다. 시인에게 기억은 또, 죽은 자를 딛고 사는 잡초 같은 생명력이고 불의의 시대를 향해 내지르는 불온한 함성이기도 하다. 시인의 마음 한 켠에 여전히 자리잡고 있는 애틋한 그리움, 가슴 저린 회한, 얼핏얼핏 엿보이는 옅은 미소 사이를 오가는 팽팽한 긴장감이기도 하다. 부산의 마을 여기저기, 산등성이와 기슭, 골목을 끼고 도는 개천과 앞바다에서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시인의 기억이, 잊지 말자고 낮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 이재봉 (문학평론가, 부산대 교수)
장소는 얼마나 아름다운 텍스트인가. 시인은 모든 ‘間’을 알아차리는 사람이다. 장소를 본다는 건 새우잠에서 깨어나는 일이다. 그 감춰진 ‘間’에서 속살대는 무수한 입과 귀를 만나는 일이다. 무의식의 지층을 파고 들어가 은폐된 본래에 다가가 빛나는 눈동자와 마주치는 일이다. 이러한 만남의 탈은폐는 광활한 우주와 연결되어 내재와 초월로 작동한다. 장소 망각은 무수한 은폐를 외면하지만 기억은 그 은폐를 드러냄으로서 존재를 새롭게 열어젖힌다. 장소 기억이 반성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고, 이 시집 전체에서 시인이 부산의 장소에 천착하는 까닭이다. (…) 부산의 장소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당부하는가. 그 울림이 이 시집의 모든 행간에 가득하다. 장소가 품은 세 개의 ‘間’은 우로보로스의 뱀처럼 또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삶과 꿈을 순환적인 관계로 만든다. 이러한 순환 운동 속에 김요아킴 시인의 부산이 있다. 그는 이전 시집에서도 다양한 형식으로 지역성에 접근한 바 있지만 이번 시집은 주름진, 감춰진 겹들을 찾아내어 그 관계를 회복시키면서 충분한 부산성, 부산의 인문을 우리에게 열어준다. 기억과 상상의 바퀴를 따라 삐걱거리는 저 장소들이 질감과 음영을 가진 새로운 무늬를 창조하고 있음이다.
- 김수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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