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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자의 대지 3

: 우리 땅 도보여행 일지

하창수 | 전망 | 2024년 07월 16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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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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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년 07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552쪽 | 170*220*320mm
ISBN13 9788979736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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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오르내리던, 부산 을숙도 하구언에서 양산시 호포까지의 길을 뒤로 하고, 본격적인 낙동강 거슬러 걷기를 위해 호포마을로 향한다. 낙동강의 수원지에서 시작하여 강을 따라 걷지 않고 거슬러 오르는 것은, 내가 거주하는 곳이 낙동강이 바다로 흘러드는 하구 가까이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호포마을과 황산공원을 잇는 다리를 건너니,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양산천의 끝자락에는 낚시꾼들이 보이고, 생태공원 조성을 위해 마련해 놓은 벌판에는 여자들이 삼삼오오 나물을 캐느라 여념이 없다. 일단 을숙도 하구언에서 안동댐까지 385킬로미터는 낙동강 종주 자전거 길을 따라가 보기로 한다.

길가에는 냉이 흰 꽃과 씀바귀 노란 꽃이 피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조금 더 걸어가니 보라색 자운영도 군데군데 눈에 띈다. 남해로 나들이 갔을 때, 물건리 방조림/방풍림 안쪽의 논을 덮고 있던 자운영을 한 포기 캐어 와서 화분에 심었지만, 키우는 데 실패한 경험이 떠오르고, 공선옥의 산문집 『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를 읽은 기억이 난다. 그 자운영이 농지에서 자라 거름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자전거 도로와 공원에 편입된 곳에 자라, 지나는 사람의 구경거리가 된 것이 다행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물론 자운영은 본디 인간의 쓰임새와 무관하게 한 생을 살고 가겠지만.

풀 사이로 기어 다니는 무당벌레도 그 독특한 무늬와 색깔로 눈에 들어온다. 어젯밤 내린 빗물을 피해 길로 나온 조그만 달팽이들이 햇볕에 말라가고 있다. 눈에 띄는 족족 집어서 풀 속으로 던져준다. 뒤쪽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던 사람이 뭘 줍느냐고 묻는다. 그의 눈에는 달팽이가 보이지 않을 것이고, 그의 귀에는 달팽이라는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을 것 같다. 속도는 관계 맺기의 최대의 방해꾼이니까.

달팽이를 주워 풀 속에 던져주는 동안, 전에 부산에서 진해로 가는 길에 있는 용원에서 본 게들의 모습이, 밀양 대촌리 저수지 가는 길에서 본 뱀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밤의 가로등 불빛을 보고 나온 게들이 그곳을 지나는 자동차 바퀴에 짓이겨져 있었고, 도로를 횡단하는 뱀들이 밤낚시 하러 가는 사람들의 자동차 바퀴에 납작해져 땅에 붙어 있었다. 문명과 자연의 조화는 말처럼 쉬운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걷고 있는 자전거 도로 오른쪽에는 호포에서 물금 가는 작은 자동차도로가 있고, 그 뒤쪽은 경전선 철로가 놓여 있다. 왼쪽은 공원으로 조성해 놓은 넓은 벌판이 있고, 거기에 면해 낙동강이 유유히 흘러간다. 강 너머로는 김해 대동 쪽에서 생림을 지나 삼랑진으로 가는 작은 자동차 도로와, 그 뒤쪽으로 부산에서 대구로 가는 고속도로가 보인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제트기 한 대가 하늘에 하얀 선을 만들며 날고 있다.

한 시간 정도 걸었더니 물금에 다다른다. 조금 더 걸어가니 물금취수장이 나온다. 입구 팻말에는 취수장의 역할이 끝나고, 이제는 학습관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는 안내를 해놓았다. 아마 건너편의 매리취수장으로 그 역할을 넘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을숙도에 하구언이 생기기 전에는, 강물의 갈수기에 바다의 만조 때가 겹치면, 바닷물이 물금취수장까지 올라와 수돗물에 소금기가 심해져, 안동댐을 열어 바닷물을 밀어내야 하는데, 안동댐 물이 물금취수장까지 흘러오는 데 2주가 걸린다든가, 물 값을 두고 부산시와 경북도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진다든가 하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도 난다.

조금 나아가니 앉을 자리가 마련된 쉼터 비슷한 곳이 나온다. 할아버지 한 분이 자전거를 세워 놓고 쉬고 있다가, 걸어서 지나가는 나를 보고는, ‘저렇게 걸어가는 사람도 있는데, 자전거를 타고도 왜 이렇게 힘이 드느냐’고 혼잣말처럼 내뱉는다. 연세도 연세이려니와, 내가 가는 길은 내리막이고, 할아버지가 자전거로 가는 길은 오르막이니 그럴 수밖에 없는데, 왜 그런 혼잣말을 했을까? 혹시 같이 쉬면서 얘기라도 나누길 바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혼잣말을 하면서도 내 귀에 들리도록 한 것이 아니었을까? 이렇게 헤아려보는 것도 그 할아버지를 여러 걸음 지나친 뒤였다. 그렇다고 돌아가서 말을 붙이는 것도 어색할 듯하다.

취수장 구역을 지나니 물박물관이 나온다. 이제 물금을 지나 원동으로 가고 있다. 여기서부터는 왼편의 벌판이 사라지고, 철도 밑으로는 바로 강물이다. 그래서 강바닥에 교각을 세우고 그 위에 데크를 얹어 자전거길을 만들어 놓았다. 그 데크 한 부분에 안내판이 있는데, 읽어 보니 ‘잔도’에 관한 것이다. 옛 영남대로의 한 부분으로, 벼랑 비탈에 돌을 쌓아 길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황산잔도와 작원잔도 두 곳의 흔적을 발견하여 그 존재를 알려 놓은 것인데, 안내판 맞은편에 그 잔도의 흔적이 눈에 들어온다.

그 전의 나들이 때는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최치원과 관련된 임경대 부근에 차를 세우고 임경대에 올라 그 밑의 강과 주변의 풍광을 감상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오늘은 그 임경대 밑을 지나고 있다. 그리고 임경대 위쪽 요산 김정한 선생의 「수라도」의 배경이 되었던 마을을 지나다 차를 세우고, 마을의 오래된 나무를 카메라에 담으며 오봉산을 바라보았는데, 오늘은 그 오봉산을 더 멀리서 한눈에 바라보고 있다. 장인/장모 묘소가 있는 양산 신불산 공원묘지에 들렀을 때, 그보다 위쪽에 잠들어 계신 선생의 산소를 찾았던 기억도 난다.

물금에서 원동에 이르는 길은 호포에서 물금까지보다 두 배의 시간과 걸음이 걸린다. 강가에 뿌리를 내린 버들이 바람에 꽃술을 뿌리고 있다. 꽃술이 바람을 타고 얼굴에 날아들어 사람을 귀찮게 하고 앞길을 방해한다. 쉽사리 원동이 눈앞에 나타나지 않자, 옛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중학교 때 나를 포함해 네 명의 아이들이 부산에서 열차를 타고 원동 나들이를 하면서, 객기를 부려 한 정거장 앞인 물금에서 내려 지금 걷고 있는 이 길, 그러니까 물금에서 원동까지 철길을 걷기로 한 것이다.

철길만 생각했지 터널은 생각하지 못했고, 터널을 통과하는 시간이 열차를 타고 있을 때와 걸어서 지날 때와 얼마나 시간 차이가 나는지를 고려하지 않은 무모함을 저지른 것이다. 혼쭐이 나고 다시 시도해서는 안 될 교훈을 얻은 셈이었다. 그 뒤 진학을 하고 군역을 치르고 하는 사이에 가끔 연락을 하고 만나기도 했지만, 지금은 모두 연락이 두절되어 안타깝고 아쉬운 사이가 되어 버렸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자전거 도로 밑으로 원동역 들어가는 길이 보인다. 그 입구 왼쪽 강변에 파라솔로 햇빛을 가리고 낚싯대를 펼쳐놓은 사람이 보인다. 펼쳐놓은 대가 일고여덟 대는 되는 것 같다. 한두 대는 낚시꾼이고, 여러 대는 어부라고 규정하던, 낚시에 일가견이 있어 그를 따라 낚시를 하던, 직장 선배의 말이 떠오른다. 건너편 강가에는 낚시꾼이 치는 파라솔보다 훨씬 큰 천막이 쳐져 있어 궁금했는데, 위쪽에서 보트와 그 뒤에 매달린 수상스키가 내려오는 것을 보니, 궁금증이 풀린다.

원동의 조그만 가게에 들러 빵으로 점심 요기를 하고 삼랑진을 향하는 길로 들어선다. 4대강 사업과 자전거 도로가 나기 전에는 농지로 쓰였을 들판을 지난다. 들판 왼쪽 위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새 한 마리가 정지 비행을 하고 있고, 오른쪽에는 왜가리 한 마리가 날아올라 가는 길 앞쪽으로 자리를 옮긴다. 조금 걸어 나가니 왜가리가 수로에 발을 담그고 내 눈치를 살핀다. 다시 날아올라 자리를 옮길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버틸 것인지. 거리를 가늠해 보니 통상 날아오를 만한 거리다. 지나가며 곁눈으로 살피니 그대로 있다. 자신을 방해할 존재로 여기지 않는 눈치다.

한참을 걸어 나가니, 강이 왼쪽으로 굽어 돌고, 멀리 교량이 두 개 눈에 들어온다. 앞쪽의 것이 대구로 가는 고속도로에 난 것이고, 뒤쪽의 것이 김해에서 삼랑진으로 이어지는 옛 다리 같아 보인다. 삼랑진이 가까웠다는 뜻이다. 자전거 도로를 버리고 삼랑진역으로 가는 길로 들어선다. 철로와 도로의 경계 지대의 철망 사이로 쌓아 놓은 철도 침목 같은 것이 보인다. 물론 나무가 아닌 콘크리트로 만든 것이다. 그곳을 지나니 삼랑진역의 급수탑이 보인다. 증기기관차 시절의 유물이다. 조성기의 소설 「통도사 가는 길」에도 묘사되어 있는, 감옥을 연상케 하는 그 급수탑인데, 역 광장에 급수탑을 철도 역사와 관련지어 설명해 놓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부산으로 귀환하는 승차권을 사려고 전광판을 보니, 거의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목이 말라 자판기에서 빼낸 음료수를 들고 광장 벤치에 앉아 마시며 쉬기도 하고, 대합실에 마련된 텔레비전 화면의 뉴스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역 구내로 들어선다. 승차권을 보니, 내가 걸어온 6시간 가까운 시간이 열차로는 채 20분도 걸리지 않는 것으로 표시되어 있다. 약간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열차나 자동차 또는 자전거로 다닐 때와는 다른 풍광과 사색을, 시간의 길이로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라 스스로를 위로하며 열차에 오른다. 다리가 제법 뻐근하고 발가락이 아려온다.
--- 「첫째 날. 호포에서 삼랑진까지-2013년 4월 24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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