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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은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는가

: 현대 물리학의 존재론적 질문들에 대한 도발적인 답변

리뷰 총점9.7 리뷰 62건 | 판매지수 2,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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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33위 | 자연과학 top100 6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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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7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528g | 148*215*22mm
ISBN13 9791164052639
ISBN10 1164052632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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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 “뭐 좀 여쭤봐도 될까요?”

오늘날에는 전문가와 비전문가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다. 이에 관해 사회학자 스티브 풀러Steve Fuller는, 학자들이 알아듣지도 못할 용어로 빈약한 통찰을 값진 것처럼 보이게 포장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언론인이자 퓰리처 수상자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Nicholas Kristof는 학계가 “통찰을 복잡하고 따분한 산문으로” 암호화하고 “대중이 소비하지 못하도록 이중 잠금장치를 걸어놓은 후, 이 까다로운 말 잔치를 난해한 학술지 안에 숨겨버렸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 p.10

만일 경험적으로 확인된 지식과 당신의 믿음이 충돌한다면, 당신은 의미를 찾고 있는 게 아니라 망상에 빠진 것이다. 어쩌면 그 망상에 계속 매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독자들을 이해한다. 내 말을 믿어도 좋다. 그러나 그런 분들에게 이 책은 맞지 않는다. 앞으로 우리는 자유의지, 사후 세계, 궁극적 의미 탐구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나 자신도 견고하게 성립된 자연법칙의 결론 중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있었고, 나처럼 그걸 어려워하는 독자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 본다.
--- p.15~16

물리학자들은 특수상대성이론의 이런 당혹스러운 결론을 ‘블록우주block universe’라고 부른다. 이 블록우주 안에서 미래, 현재, 과거는 같은 방식으로 존재한다. 단지 우리가 같은 방식으로 경험하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모든 시간이 같은 방식으로 존재한다면, 과거의 우리 존재는 (그리고 조상들은) 현재의 우리처럼 같은 방식으로 살아 있다. 그들은 모두 그 자리에, 4차원 시공간 안에 지금도 있으며, 지금까지도 항상 있었고,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영국의 코미디언 존 로이드John Lloyd의 말로 정리하자면 이런 것이다. “시간은 풍경과 조금 닮은 점이 있다. 당신이 뉴욕에 있지 않다고 해서 뉴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 p.35

우주론 연구가 제한적인 이유는 다음의 두 가지 문제 때문이다. 첫째, 초기 우주에 관한 모든 가설(앞에서 나열한 것과 여러분이 어디선가 들어보았을 다른 것들)은 순수한 추정이다. 이런 가설들은 수학이라는 언어로 쓰인 현대판 창조 설화다. 여기에는 증거가 없을뿐더러 그중 옳은 가설을 가려내려는 논쟁을 잠재울 수 있는 증거가 무엇일지 그 자체를 생각해내기도 어렵다. 이런 가설들은 주어지는 데이터를 모두 다 수용하도록 매우 유연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 p.73~74

기본 물리학을 통해 우리는 실재를 더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지만, 그럴수록 현실은 더욱 미끈거리며 손에서 슥 빠져나간다. 주된 원인은 우리가 수학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자연에 관한 기본적인 서술이 일상 경험에서 멀어질수록, 우리는 수학의 엄격성에 더 많이 의지하게 된다. 이 의존이 그런 결과를 초래한다. 실재를 서술하기 위해 수학을 사용한다는 것은 결국 같은 관측을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동등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모든 가용 데이터에 대하여 정확히 같은 예측을 내놓는 수학적 공리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일 여러 가지 설명 중 하나에 ‘실재’를 부여하려 한다면, 어느 설명에 부여해야 할지 알지 못할 것이다.
--- p.126

많은 사람이 합성 물체(예, 인간)의 행동이 그 구성 물질(예, 아원자입자)의 행동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단순한 철학적 입장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들은 이런 아이디어를 환원주의 또는 ‘물질주의’, 아주 가끔은 ‘물리주의physicalism’라고 부른다. 마치 이름 끝에 ‘주의’를 붙이면 뭐가 좀 달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환원주의는(이 사조에 따르면 물체의 행동은 물체의 구성 요소의 성질, 행동, 상호작용으로부터 유도[철학자들은 ‘환원’이라고 하겠지만]될 수 있다) 철학이 아니다. 자연에 관해 최선으로 수립된 사실들 중 하나다.
--- p.140

내가 시뮬레이션 가설을 불쾌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실제로 그걸 믿을 것 같아서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아이디어가 과학적 엄밀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시뮬레이션 가설이 나를 불쾌하게 하는 이유는 이것이 물리학자들의 영역을 침범하기 때문이다. 이 가설은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자연 법칙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으면서 자연법칙에 관해 대담한 주장을 펼친다.
--- p.193

적어도 틀리지는 않은 양립 가능론의 아이디어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우리의 의지가 자유로운 이유는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확실히 우리의 의지는 현실에서 예측할 수 없고 심지어 원칙적으로 따져도 예측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대니얼 데닛Daniel C. Dennett이 가장 앞장서서 주장하고 있다. 만일 여러분이 자유의지를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싶다면, 좋다. 그러나 미래는 여전히 우리가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간헐적 양자 사건을 제외하고는 정해져 있다.
--- p.208~209

미래의 어느 날 새로운 발견으로 인해 만물의 이론이라고 알려진 이론을 개정해야 할 가능성은 접어두더라도, 하나의 이론이 모든 문제의 답을 내놓는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과학과는 양립하지 않는다. 과학은 우리에게 자연의 작동 원리에 관한 다양한 가설을 세우도록 요구한다. 우리는 관측과 일치하는 가설은 지키고 나머지는 버린다. 그런데도 세상에는 이론이 너무 많다. 이런 이론들은 다 좋은데 딱 하나, 관측 내용을 서술하지 않는 게 ‘유일한’ 단점이다.
--- p.262

요약하자면, 의식이 물리적인 ‘것’이 되기를 원한다면 그것의 물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양손에 케이크를 들고 있기를 원하면서 동시에 먹고 싶어 하면 안 된다.
--- p.291

우리가 지금까지 찾은 보편적 법칙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복잡성의 겉면을 조금 긁은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내 동료들은 마지막 답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우리가 이제 겨우 질문이 뭔지를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 p.334

친절한 사람이 되려고 종교인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게 아니다. 일단 나는 친절한 사람이 되는 법은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창조주가 존재할 가능성은 없다”는 스티븐 호킹이나 “신은 오류가 있는 가설”이라고 주장하는 빅터 스텡거Victor Stenger 같은 과학자들은, 실은 자신의 지식에 한계가 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저명한 과학자가 이런 식으로 지나치게 자신만만한 선언을 할 때면 나는 늘 민망해진다.
--- p.338~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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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물리학자에게 온갖 질문을 던진다. 물리학자라면 웬만한 질문은 쉽게 답할 것 같아서일까? 이 책은 바로 그런 온갖 질문에 대한, (때로 아주 주관적이지만) 속이 시원할 만큼 명쾌한 답이다. 독자는 어디까지가 과학이고 어디까지가 무無과학이고 어디까지가 비非과학인지 알게 될 것이다. 과학이라고 알았던 많은 것이 과학이라 말하기 힘든 것이고, 비과학이라고 알았던 것들이 과학과 양립할 수도 있다는 것, 즉 무과학이라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물리학자인) 나와 생각이 다른 부분도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더구나 저자는 일류 유머 감각을 지니고 있어 읽는 내내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시대 던질 수 있는 가장 심오하고 근본적인 질문에 물리학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은 사람에게 적극 추천한다.
- 김상욱 (물리학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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