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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를 지우지 못한다

푸른사상 시선-192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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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7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128*205*7mm
ISBN13 979113082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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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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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년만 일 더 하고 접는다더니
갑작스레 연락 불통
쉬쉬하던 사이에 증발해버린 당신
아직도 연락처를 뒤적이다 보면
스쳐 지나는 옛 웃음은 그대로인데
나는 그를 지우지 못한다

우리가 곤죽이 되어 건너다보던
해거름 노을 건너 사라진 지도 오래
명절 직전 고향 갈 채비로 들떠 있던 날
포클레인 바가지에 올라타고 컨베이어를 용접하다가
바가지가 흔들 하는 바람에

일 년 전 내가 낙상당한 바로 옆자리
내 드러누운 정신이 혼미할 때
구급차를 부르고 실어주었다는 그가
다시 실려 가서는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자리

예순이 훌쩍 넘어 힘들어도
늘 웃는 얼굴로 조금만 더 하고 가야지 하더니
다시는 쓸모없어진 그의 연락처를
나는 끝끝내 지우지 못하네
--- 「나는 그를 지우지 못한다」중에서

기계 수평 검사를 하다 보면 알게 된다

물은 언제나 수평을 지향한다는 것을
여기 바닥에서 저기 높이까지
거리가 아무리 멀거나 굽이굽이 꺾여져 있어도
물은 어김없이 수평을 지향한다

투명 호스의 물이 통로를 따라 움직이며
호스가 높아지면 저를 낮추고
호스가 낮아지면 저를 높여
서로의 가슴 높이를 맞추려 한다

파도가 뭍으로 뭍으로만 밀려드는 짓도
먼바다에서 가장자리로 됫박을 쓸듯
가차 없이 수평을 맞추려는 짓도

불멸을 터득한 종(種)들의 팔만대장경이다
--- 「물은 언제나 수평을 지향한다」중에서

후줄근한 야간작업에 축 늘어져
달조차 반쪽이 된 얼굴로 중천을 넘는 밤

속눈썹에, 콧구멍까지
흙먼지 기름때로 스컹크가 된 정비복에
사타구니에 모래가 서걱대도
기계 뒤편에 쪼그리고 앉은 고들빼기들도
온몸에 쓰디쓴 노랑물이 들었을까

불량 채권자 같은 야음에
때 찌든 정비복이 포위당해도 좋아
나는 끝끝내 우울할 틈조차 없이
기계와 한 몸이 되어 얼싸안고 뒹굴어야 했네
--- 「야간 정비복」중에서

확대 현미경에 나타난 모습이 꼭 메기 같네
뱀의 혀를 날름거리며 물에서 서식하다가
물놀이하는 소녀의 코로 들어가
단숨에 뇌를 갉아먹었다니

감염 치사율이 십억 분의 일이라고
익사에 비하면 희박한 확률이라고 방심하는 사이
그런 흉측한 미물까지 창조되는 저의에 몸서리친다
유인원의 두개골을 따고
숟가락으로 뇌를 파먹는 잔인한 종에게 내리는
천벌이다

혹이라도 당신의 뇌가
그 아메바에게 파먹히지 않으려면
수상한 공장 폐수나 짐승의 뇌를 파먹은 배설물로
오염된 하천에서 멱을 감지 말라
멱을 감으려거든, 그런 오염을 방관하지 말라
--- 「뇌 먹는 아메바」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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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없듯이, 한 시대가 가기도 전에 시가 먼저 낡아가는 것을 읽은 시인이라면, 자신의 시대를 깊고 넓게 살아내어 자기 몫을 찾아 노래하는 길을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원도 시인은 농경시대 끄트머리에 대구의 변두리에서 마부(馬夫)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산업시대에 들어 공업고등학교와 현장에서 배워 익힌 “기계와의 동거 30여 년” 동안, “숨소리만 들어도 어디가 아픈지 아는”(「증발」) 기계 노동의 땀으로 건실하고 견결하게 삶을 일구어온 중견 시인이다. 1980년대 중반, ‘포항우리문화연구회’ 활동으로 하루아침에 서울로 쫓겨 올라가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곁눈질하지 않고 시대정신이 가리키는 길을 따라 묵묵히 삶을 일구어온 시인은, 그의 뛰어난 시집 『마부』와 『말들도 할 말이 많았다』에서 생생하고 역동적인 언어로 자기 몸에 체화(體化)된 시대의 얼굴, 곧 자기 삶의 역사성을 찾아내어 아름답게 노래했다. 시대가 허여한 그의 몫이었다.

이번 시집에는 그가 ‘밥’을 위해 “고장 난 기계 위를 맴돌다 추락”(「낙상 4」)하여 의식을 잃고 생사의 갈림길을 오간 재해(災害)와, 온갖 신고(辛苦)를 겪어온 일상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들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하루하루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경계하”고, “쓰디쓴 노동”을 하면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들의 노동을 “젖은 눈의 거룩한 노동”(「거룩한 노동」)으로 읽어내는 데서, 나는 시인으로서 뭇 생명에 대한 애틋한 연민을 품은 그의 깊은 눈과 넉넉한 가슴을 읽고 있다. 따뜻한 시인의 시가 이러하다.
- 배창환 (시인,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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