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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스위스처럼 (큰글자도서)

사랑한다면 스위스처럼 (큰글자도서)

: 커플, 육아, 공동체로 보는 다정한 풍경들

신성미 | 크루 | 2024년 07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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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80쪽 | 200*288*22mm
ISBN13 9791172174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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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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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큰맘 먹고 친구와 유럽 5개국 배낭여행을 떠났을 때 가장 인상적인 나라는 스위스였다. 만화영화 〈알프스 소녀 하이디〉에 나올 법한 아름다운 자연, 꽃으로 아기자기하게 장식된 예쁜 집들, 호숫가에서 수영하고 일광욕하는 스위스인들의 여유로운 모습…. 이런 그림 같은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은 일상이 동화같을까? ‘지상 낙원’이라고까지 불리는 스위스에서의 삶은 정말 천국같을까? 그런 호기심이 들었지만 잠시 스쳐 가는 여행자인 내가 그 답을 알 수는 없었다. 그땐 상상도 못했다. 정확히 10년 뒤 내가 스위스 남자와 결혼해서 스위스에서 살게 될 줄은….
--- p.10

동네 근처의 연못에서 우리는 한 시간 정도 사진을 찍었다. 안개와 구름이 낀 날씨였지만 비가 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동서 멜라니는 “결혼사진을 찍을 땐 굳이 햇살이 필요 없어. 신랑 신부의 웃음만으로도 사진이 환하게 나오니까!”라며 듣기 좋은 소리를 해주었다. 가을 단풍도 아직 완전히 지진 않아서 아름다운 색감의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 p.38

‘사랑의 주말’ 여행 제안에 내가 몇 년째 소극적으로 일관하자 더는 참을 수 없어진 라파엘은 결국 불도저처럼 일을 추진해 버렸다. 먼저 내가 낯선 베이비시터를 꺼리니 친숙한 시댁에 아이를 맡기기로 했다. 시아버님이 은근히 바쁘신 분이라 미리 몇 달 전부터 일정을 조율해 레나를 1박 2일간 봐 달라고 부탁했다. 여행지도 남편이 혼자 알아본 뒤 예약해서는 나에게 ‘깜짝 여행’이니 짐만 싸라고 전했다.
--- p.54

몸소 경험한 바였기에, 나는 신생아를 둔 스위스 부모들을 만나면 아기의 탄생을 축하함과 동시에 약간의 위로 차원으로 ‘요즘 많이 힘들지요?’ 하고 물어보게 된다. 그런데 대개 초보 부모들의 대답은 이렇다. “잠이 좀 부족하긴 하지만 괜찮아요. 아기와 우리 부부가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이 시기를 기꺼이 즐기고 있어요.” 그들은 신생아 키우는 것을 독일어로 즐긴다(genie ßen)고 표현한다. 영어의 엔조이(enjoy)에 해당하는 단어다. 참으로 우아한 표현이다. 나는 아이가 신생아였을 때 좀비 같은 표정으로 시간 맞춰 젖을 먹이느라 피폐했는데, 대체 이들은 어떻게 우아하게도 신생아와의 일상을 즐긴다는 걸까?
--- p.86

자전거와 더불어 스위스에서 중요한 건 수영이다. 크고 작은 호수가 지천인 스위스의 지리적 특성상 운동 목적은 물론이고 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비해 더더욱 수영을 중요하게 여긴다. 수영도 마찬가지로 초등학교 필수 과목이다. 또 어딜 가나 일정 규모 이상의 도시에는 반드시 공립 실내 수영장과 야외 수영장이 있다. 굳이 장거리 운전을 해서 비싼 입장료를 내고 워터파크에 갈 필요 없이, 누구나 자전거로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저렴한 요금으로 이용 가능한 수영 시설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 p.170

‘초등학교를 재수하는 건가?’ 처음엔 그런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이 1년간 단순히 유치원 생활을 반복하는 것은 아니고,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중간 단계에 있는 별도의 반에서 1년을 보낸다. 이를 입학 훈련반(Einschulungsjahr) 또는 입문반(Einf uhrungsklasse)이라고 부른다. 10명 이하의 인원으로 구성되는 입학 훈련반에서는 전문 교육을 받은 특수 교사가 아이들 각각의 발달 상황을 고려한 맞춤 교육을 한다. 입학 훈련반을 거친 후에는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해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게 된다.
--- p.258

내 시아버지의 파트너인 실비아 아주머니는 4대째 내려오는 식당을 운영하시는데, 목조로 된 식당 건물이 아름다운 데다 한번은 장크트갈렌의 한 원예업체에서 개최한 ‘창가 제라늄 꾸미기 대회’에서 당당히 이 지역 3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꽃장식에 정성을 쏟는다. 이 식당 안의 대들보에 1883이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기에 “1883년에 이 건물을 지었나 봐요!”하고 알은척을 했다. 그랬더니 실비아 아주머니의 말. “1883년은 리모델링을 했던 연도고, 건물이 처음 세워진 건 400년 전쯤 된단다.” 400년 된 건물에서 여전히 사람이 살고 식당이 영업을 한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 p.319

놀라운 건 폐지 묶는 끈. 대충 아무 노끈으로 묶거나 쇼핑백에 넣어 내놔도 될 것 같은데 꼭 예쁜 털실에 묶여 있다. 스위스에 온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남편이 예쁜 털실로 폐지를 묶는 걸 보고 아깝게 왜 그런 고급 털실을 쓰는지 물었더니 폐지 묶는 전용 끈이란다. 실제로 마트에 가보니 쓰레기 묶는 끈으로 팔고 있었다. 아, 이런 건 왠지 낭비 같은데!
--- p.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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