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작해야 코 파는 손가락이 하나 더 늘었다고 생각하는 게 전부였을 육손 아이들에게는 그 제품들이 자신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같은 느낌이었달까? 물론 나중에는 육손이 점점 많아지면서 그 특권의식도 사라져갔지만. 그래도 그런 사회 변화는 인간이 진화되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어.
- ‘2100년 인간 진화 선언.’
종권은 나지막이 덧붙였다.---「육손」,Q-han
"가지마, 오키... 가지마."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보니 톰의 어깨가 떨리고 있었어요. 톰은 울고 있었어요. 저는 톰 옆에 앉아 기다랗게 타들어가는 담배를 끄고 말없이 톰을 안아주었어요. 그는 그렇게 "가지마... 가지마..." 라고 흐느꼈어요. 저는 톰의 얼굴을 감싸고 “톰, 날 봐. 난 어디에도 안 가. 네가 노래를 하는 이상, 너의 노래가 내 귀에 들리는 이상, 난 널 떠날 수 없어. 아무데도 가지 않아 난. 혹시 만에 하나, 세상에 무슨 일이 생겨 내가 사라지더라도 너의 노래가 들리면 나는 다시 나타날 거야, 약속해.”---「Nowhere girl」, 소이
여자가 떠난 지 한 달반 정도가 지났다. 비디오 속에서는 죽은 여고생의 아버지가 사실은 여고생을 죽인 살인범이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었다. 남자는 시리즈를 볼 때마다 이 장면에서 전율하듯 감동하곤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갑자기 마음속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누구든, 걸리면 다 죽여 버리고 싶다!”---「다음은 너다」, 조원희
“하하하! 미안, 안톤. 내가 장난기가 좀 심해서.”
“하...하하하!”
안톤은 나를 따라 삐딱하게 웃었다.
“그래... 사내들은 몸 좀 부딪혀야 친해지는 거야. 그렇지?”
“쳇!”
안톤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뒤돌아 인파속으로 사라졌다. 친해지려고 장난 좀 쳤더니...
무리수였나? A형이야, 뭐야? ---「옥탑방 자유청년 강철완」,곽진석
부자가 대통령이 되면 국민들도 부자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과 같은 원리죠.
근데 국민이 모두 1등하고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가령 어느 골목의 국밥집도 성공하고 바로 옆의 백반집도 잘되고 그 옆의 찌개집도 흥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아, 밥을 많이 먹으면 되겠구나! 근데 그럼 그 밥은 누가 다 먹습니까? ---「신자유청년」,윤성호
“동료를, 먹은 걸까?”
결국 긴장을 견디지 못한 여대생이, 헐떡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럴 리가 없어! 무슨 그런 끔찍한!”
미시족이 날카롭게 외쳤다. 그러나 난 서로에 대한 살의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먹히지 않기 위해 상대를 의심하는 이 불안한 기류 속에서, 난 이제 이들의 식량을 운반해주는 운반책이 아니라, 이들의 살아있는 식량 그 자체였던 게 아닐까, 생각했다.
---「동굴」, 압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