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사람들은 대형 승용차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존중이 필요하다. 옷이 가득한 옷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필요하고, 흥미와 변화와 아름다움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전자 장비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인생을 가지고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어떤 것이 필요하다. 즉 정체성, 일체감, 공동체, 도전, 인정, 사랑, 즐거움이 필요한 것이다."
--- p. 194
명예 학위를 받기 위해 미국에 온 테레사 수녀가 "이 나라는 내가 평생 가 본 중에 가장 가난한 나라"라고 말했다고 기독교 선교 단체 월드 비전 World Vision의 지도자인 로버트 세이플은 전한다. "수녀님은 경제나 뮤추얼 펀드나 월스트리트나 소비 능력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 아닙니다. 영혼의 가난에 대해 말씀하신 거지요." 공화당 선거 전략가 리 애트워터는 뇌종양으로 죽기 직전 이렇게 고백했다. "80년대는 미친, 부와 권력과 명성에 미친 시대였다. 내가 잘 안다. 나는 대다수 사람들보다 더 많은 부와 권력과 명성을 얻었으니까. 하지만 원하는 것을 다 가져도 공허감은 어쩔 수 없다." 그는 그러면서 이렇게 경고했다. "미국 사회의 심장부에는 영적 진공이 자리잡고 있다. 영혼의 종양이다."
--- p. 130
어플루엔자라는 돌림병은 소위 "아메리칸 드림"의 핵심 원리가 된 경제적 팽창에 대한 강박적인, 거의 맹신에 가까운 욕구에서 비롯된다. 이 병은 우리가 국가적 진보를 재는 최고의 척도가 소위 국내총생산(GDP), 곧 4분기마다 울리는 금전등록기의 벨소리라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이 병은 모든 세대가 그 앞 세대보다 물질적으로 더 풍족하리라는,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수많은 다른 소중한 것들을 손상하지 않고도 그 단 한 가지 목표를 추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그 생각은 잘못이다. 이 책의 논지는 "지금 사라"는 우리 문화의 끊임없는 요구를 거절하지 않으면 상상하지 못할 방식으로 "후불(後拂)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어음의 만기가 이미 가까워지고 있다. 증세가 극심할 때, "어플루엔자"는 지구 자체를 거덜 낼 징후조차 보인다.
--- p. 23
다음과 같은 장면을 한번 상상해 보라. 한 의사가 진료실에서 값비싼 옷으로 치장한 예쁜 여자 환자를 검진하고 있다. 의사가 말한다. "몸에는 이상이 없습니다." 환자는 도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이다. "그럼 왜 이렇게 기분이 엉망일까요? 커다란 새 집을 장만하고 차도 최신형으로 사고 새 옷장도 구했어요. 직장에서는 봉급도 크게 올랐고요. 그런데도 아무런 흥이 나지 않고 오히려 비참한 생각이 들어요. 도움이 될 만한 약은 없을까요?" 의사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안됐지만, 없습니다. 당신의 병에는 치료할 약이 없어요." 환자가 깜짝 놀라 묻는다. "무슨 병인데요, 선생님?" 의사는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한다. "어플루엔자에요. 신종 유행병입니다. 감염력이 극히 높아요. 치료는 가능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물론, 이는 가상의 장면이지만, 병 자체는 실제로 존재한다. 새 밀레니엄의 여명을 뒤덮은 번영과 활황과 낙관적인 분위기의 한복판에서 시작된 강력한 바이러스가 미국 사회를 침범하여 우리의 지갑과 우정과 가족과 공동체와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는 그 바이러스를 '어플루엔자'라 부른다. 그리고 미국은 전 세계의 경제적 모델이므로, 모든 대륙이 이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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