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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봄

: 엄마의 쓸쓸했던 봄, 3년 후 그 위로 밀려온 아들의 새로운 봄

소재웅 | 훈훈 | 2024년 06월 2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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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109쪽 | 120*192*20mm
ISBN13 9791198380494
ISBN10 119838049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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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내 분노의 불이 가득 차 있는지
알 수
없 다

내 슬픔의 바다가 얼마나 잠겨 있는지
알고 싶지 않다
가늠할 수 없다는 막연함을 간직한 채

지금처럼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기어코 탐험해야 하는
그곳에 손을 뻗어
진맥을 짚어야 하는,

날아오는 당위에
난 진맥을 짚는다

당위를 던진 자들을
난 혐오한다

당위를 던진 자들을
난 사랑한다

위안을 구하면서
위안을 걷어내고 싶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변덕쟁이.

[깊은 상실을 겪는다는 건 ‘변덕쟁이’가 된다는 것]
--- 「변덕쟁이」중에서

벚꽃이 왔다


여름

경계선에서
엄마가 갔다

개나리도 왔다
딸이 외친다
아빠 개나리가 폈어

응 정말 개나리가 폈네

커피를 마신다
밖은 봄이다

난 다시 꺼내서
쓰고 있다

사람들이 웃는다
난 한없이 차분하다

젖소 한마리가
벽에 걸려있다

촌스러운 조명이
주렁주렁 쏟아진다



여름

다시 길목에 섰다.

[매년, 그 길목에 서야 하는 순간이 있다]
--- 「다시 길목에 섰다」중에서

추석 연휴가 간신히 흐려질 때쯔음

두껍고 차분해 보이는
위태위태한 답답함이 들어선 목소리가 날아왔다.

아들 한 명이 또 다른 아들 한 명과
아버지 한 분과 어머니 한 분을 두고
생을 벗어던졌다는 이야기.

고개 들어 푸른 나무를 본다.
산책하는 사람들이 지나간다.
그들은 양팔을 힘차게 휘젓는다.
앞만 보고 걸어간다

오직
앞만 있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계속 듣는다.

또 다른 아들 한 명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빼앗겨버린
생의 에너지를 슬퍼한다.

왜,
그는 그를 슬퍼하지 않는 것일까.

그가 그를 슬퍼해야 함을
넌지시 알려준다.

그러나

슬픔을 배려하는 슬픔.
난 이것이야말로
아름답다 여기기로 했다.

[슬픔을 배려하는 슬픔에 대하여]
--- 「슬픔을 배려하는 슬픔」중에서

“1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그때로 돌아가요”

나도 모르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물에 젖은 한 젊은이가
나의 에너지를 앗아간다

물에 젖은 그 젊은이에게 해줄 말이 없다
난 어리석은 자이므로

목사
자살 유가족
작가

범벅이 된 이 세 가지 정체성으로 인해
난 힘을 얻었다

아는 거 하나 없다
아무 것도 모른다 해야 한다

그게 양심이다

저 밖으로 들리는 차 소리
음악 소리
불안한 마음

탁탁탁 들리는 자판 소리
마지 못해 먹는 녹차 한 잔

소박한 잔기침들

내가 처리해야 할 지루한 일들

그것들이 존재한다는 것
그것밖에 난 모른다

[그것밖에 모르는 나에게 버거운 이야기들이 들려오곤 한다]
--- 「그것밖에 난 모른다」중에서

성실하게
가지를 나른다

제 몸 보다
조금 짧은

그 나무 들고
힘차게 올라

한 가지
두 가지

보금자리 빚어간다

그래 까치야

너를 보며 배운다

지금 내 걸음
작고 작지만

한 가지
두 가지

빚어가련다.
--- 「한 가지 두 가지」중에서

우리 아파트에는
다리를 저는 분이 있다

일주일에 단 한 번
분리수거날 그를 만난다

음식물 쓰레기를
아슬하게 들고 온다

어느 날
아침 맑은 날

저 멀리 그가
한 여인과 걸어온다

난 왜 그가
한 여인의 남편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는
행복한
사람이었다
--- 「그가 걸어온다」중에서

선생님의 언니같은 분, 그러니까

신이 특별하게
창조하신 존재들이 있어요.

우리 모두는
평범하지만, 그렇게
평범하게 살아가지만

그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들이 분명 있단 말이죠

좀 더 견딜 수 있고
좀 더 사랑을 베푸는,

그렇게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단 말이죠

선생님, 언니 같은 분이
천국에 계시지 않는다면

과연 누가 천국에 계실까요?

[스스로 생을 마감한, 그녀의 언니가 천국에 있을 거라 난, 확신한다]
--- 「선생님의 언니 같은 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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