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당신과 이혼을 원하다니, 왜 그런 생각을 합니까?”
“…….”
“나는 당신과 이혼을 원하지 않아요. 그런데 왜.”
레티샤는 멍하니 눈만 깜빡였다. 조급한 마음에 그는 그녀의 뺨을 감싸 저와 시선을 마주하게 했다.
“잘 들어요, 레티샤. 나는 당신이 불편하지 않습니다. 이혼을 원하지도 않고요. 당신을 참고 있는 것도 아니에요. 오히려 당신이…….”
사랑스러워, 미칠 지경입니다. 그는 가까스로 뒷말을 삼켰다.
--- 『1권』
「레티샤. 나의 딸에게 이르니.」
레티샤가 흠칫했다. 황금빛 눈동자가 올곧게 그녀를 응시했다.
「넌 반드시 가짜가 네게 건 저주를 극복해 낼 거야. 가짜는 진짜를 이길 수 없으니까.」
신탁은 이어졌다.
「네가 일전에 내게 바랐던 대로, 네게 소중한 모든 이를 지켜 내고, 소망하는 모든 것을 이루게 될 거야.」
“……!”
「이것이, 나의 진짜 딸에게 내리는 첫 신탁이란다.」
--- 『2권』
“당신을 연모하고 있습니다, 레티샤.”
디트리안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동자는 마치 새까만 불길 같았다.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입니다.”
레티샤는 그의 말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아니, 이해는 되었으나 왜 그 말을 지금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전하, 이곳엔 아무도 없는데 왜…….”
“그렇지요. 아무도 없지요. 당신과 나, 둘뿐입니다.”
디트리안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남을 속이기 위한 연기가 아니라,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하기에 하는 말입니다.”
--- 『3권』
“이제 다 된 거지요?”
“그럼요. 아주 잘했어요, 레티샤. 전부 당신 덕분입니다.”
디트리안이 웃으며 레티샤의 이마에 입술을 눌렀다. 벅차오르는 마음에 다시 그녀를 끌어안았다.
“행복이 되어 줘서, 기적이 되어 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 『4권』
“디트리안.”
레티샤가 그의 손을 모아 쥐었다.
그의 넷째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쓰다듬었다. 그녀의 것과 같은, 결혼반지. 그의 체온으로 인해 따스해진 반지에 살짝 입술을 누르며, 그녀가 속삭였다.
“나랑 결혼해 줄래요?”
“……네?”
“결혼식, 해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신랑으로 만들어 줄게요. 청혼, 받아 줄 거죠?”
--- 『5권』
나는 과거에도 당신을 사랑했다고, 당신을 처음 본 순간부터 그러했다고, 내내 사랑해 왔다고 고백하면 되는 것이건만. 쉽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새삼 내 마음의 무게를 실감했다.
“내가 당신에게 말을 가르쳐 주었던 건, 내가 다정해서가 아니었어요. 왕으로서 성녀의 딸인 당신의 안전을 염려해서도 아니었고요.”
“그럼…… 왜요?”
“나는 사실 당신을 사랑했어요.”
“……네?”
“처음 본 순간부터 당신을 사랑했어요. 늘, 당신을 사랑해 왔어요. 단 한 번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어요.”
--- 『6권』